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산업통상부의 계획서가 검찰 공소장에 적시되어 국민들에게 들통나자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이를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판하고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를 “민생이 어려운 판국에 구시대적 유물정치를 획책”한다고 반박했다.
얼핏 들으면 감이 잘 안 오는 “구시대적”이라는 용어 선택이 흥미롭다. 김종인이 이른바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면 구시대적 언동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대북 원전지원을 이적행위(利敵行爲)라고 비판한 것은 결코 구시대적(舊時代的) 유물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종인의 언동을 구시대적이라고 말한 까닭을 다각적으로 추론해보았더니 수긍 가는 면이 떠오른다. 김종인이 구시대적으로 논박될 이유는 북한정권을 적(敵)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남북한이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하고 판문점 선언, 9.1 9공동선언까지 발표한 마당에, 또 대통령이 평양광장에서 남측대통령이라면서 평양시민들에게 연설까지 하고 온 터에 한국의 제1야당 대표가 아직도 북한을 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문재인 대통령의 눈에는 구시대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 행태로 보았을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금년도 국방백서에서도 우리가 규정한 적(敵) 속에 북한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자기가 주장하는 평화 프로세스를 통해 “우리민족끼리” 통일해야 할 상대방인 북한을 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반발, 구시대적 유물정치를 청산하라고 내뱉은 것 같다. 내 해석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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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hytimes.kr/news/view.php?idx=7877제11대, 12대, 15대 국회의원
한중정치외교포럼 회장
전 한중문화협회 총재
전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
저서: 햇볕정책의 종언
한국통일문제의 현주소
용서와 화해의 정치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