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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중국이 김치 종주국?” 그냥 넘기면 안되는 이유 - 김치종주국 주장은 문화공정, 한국 만만하게 보는 것 - BBC, “중국 매체의 김치종주국 주장은 가짜뉴스” - "중국 앞에 서면 그저 작아지는 한국", 우리 의견 목소리 높여야
  • 기사등록 2020-12-06 21:55:16
  • 수정 2020-12-06 21: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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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The Spruce Eats]


[중국이 김치 종주국? 황당한 중국]


중국이 자신들의 김치 제조법을 국제 표준 단체인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에 맞춰 제정하면서, 이를 계기로 중국 매체가 “중국의 김치산업이 국제시장에서 기준이 됐다”면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의 굴욕”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 한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11월 29일 “중국 주도로 김치 산업의 6개 식품 국제 표준을 제정했다”면서 “이번 인가로 중국의 김치산업은 국제시장에서 표준이 됐다. 중국의 김치산업에 대한 기술 표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구시보는 “중국의 ISO 인가 획득으로 김치 종주국인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면서 “한국 매체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사진=BBC Homepage]


[BBC, “중국 매체의 김치종주국 주장은 가짜뉴스”]


중국의 환구시보가 이렇게 김치에 대해 중국이 종주국이라 주장하고 나서자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가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김치, 한·중 문화 갈등을 발효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이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의 제조법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오보(false report)’에 한국이 반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중국이 김치라고 내세우는 것은 우리나라의 진짜 김치와는 전혀 다른 파오차이(泡菜)를 말하는 것이다. 이번에 중국이 ISO인증을 받았다는 식품은 쓰촨성의 염장채소로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우리의 김치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김치(kimchi)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고, 또 통용되지만 중국의 파오차이(paocai)와는 모습도, 음식을 만드는 방식도 완전 차이가 난다. 단지 중국에서는 우리의 김치를 그냥 ‘파오차이’라고 부를 뿐이다.


그래서 우리 농림축산식품부도 “파오차이에 관한 국제 표준 제정과 김치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설명자료를 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인 세계김치연구소는 지난 11월 30일 “최근 중국의 한 매체에서 자국의 절임 채소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산업표준이 김치산업 국제표준으로 제정됐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김치와 파오차이는 제조공정부터 발효단계 등 차이점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지난 1일 ‘중국산 김치가 국제표준이 됐다’는 중국 언론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중국 언론이 근거로 삼은 표준(ISO24220)은 파오차이(泡菜)에 대한 것이며 김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우리의 김치는 고려시대의 문헌에도 나타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는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舊冬至)를 대비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의 ‘동국세시기’에도 “가정의 1년 계획으로 봄 장 담그기와 겨울 김장 담그기가 중요하다”는 기록이 있다.


김치는 세계식품규격(CODEX)에 유일한 국제 표준으로 이미 등록돼 있다. 민간 표준인 ISO와 달리 CODEX는 각국 정부가 참여해 신뢰도가 더 높다.


그리고 2013년 들어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가 대한민국이 김치의 종주국이라는 것을 인증해 준 셈이다.


[중국은 왜 뜬금없이 ‘김치 종주국’이라 할까?]


중국이 이렇게 뜬금없이 ‘김치의 종주국’이라 주장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요인이 상당히 크다. 김치는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 발효식품이다. 특히 최근들어 건강식품으로서 김치의 존재는 중국내에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2003년 사스(SARS) 바이러스가 휘몰아쳤을 때, 유독 한국만 건재하자 그 이유가 김치에 있다면서 김치가 사스특효약으로 각광받기도 했었다.


더더욱 한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시장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중국내 김치 생산량이 대폭 늘어났다. 중국인들의 소비도 늘어난데다 한국으로의 수출까지 늘어났으니 김치 시장이 중국에서 엄청나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식당의 70% 가까이가 중국산 수입김치를 고객들에게 내놓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김치종주국인 한국에서 중국산 김치를 우리도 모르게 먹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수입김치의 99.9%가 중국에서 수입된다. 이렇게 한국내에서 중국산 김치의 수요가 폭증하다보니 중국 산둥성 일대의 김치 제조업체 100여곳에서 한국으로 김치를 보내고 있고, 중국 정부 당국은 수출 물류비 등을 지원하면서 국산 김치의 3분의 1 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의 식탁을 차츰 점령해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김치수입량만 무려 30만t을 넘어섰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중국이 한국으로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산 김치의 중국 수입은 철저하게 막고 있다. 온갖 규제로 한국산 오리지날 김치의 중국 상륙을 막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들어 김치를 선호하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의 식탁을 서서히 점령해 가고 있다.


[중국의 김치종주국 논란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중요한 것은 이번 ‘김치 종주국’ 논란을 결코 그냥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국의 환구시보가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매체라고는 하지만 공산당의 기관지나 다름없고 더불어 중국 공산당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또한 환구시보가 이러한 보도를 하게 된 소스가 중국 정부 부처인 시장감독관리총국이 발행하는 ‘중국시장관보’이고, 여기에 공식적으로 실린 내용을 자극적인 단어를 추가해 환구시보가 보도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말은 그동안 수많은 역사공정을 해 왔던 중국 정부가 문화공정의 일환으로 김치공정에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중국 바이두 백과사전에 첫 화면에 등장한 한국의 김치 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중국 최대의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도 파오차이를 검색하면 “한국 파오차이(김치)는 원래 중국에서 유래한 것이며 16세기부터 고추를 넣어 만들기 시작했다”고 나온다. 중국이 이미 우리의 김치를 자신들이 원조인양 주장하려고 밑자락을 다 깔아 놨다는 의미다.


이렇게 은근 슬쩍 김치를 자신들이 원조라고 밀어붙이려다가 뜻밖에 영국의 BBC와 외국의 통신사들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자 중국은 꼬리를 내렸다.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과 중국 언론이 한식인 김치의 기원에 대해 인터넷에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로이터 통신 기자 질문을 받고 “논쟁이 있었나? 잘 모르겠다”면서 답을 뭉갰다. 그러면서 “한·중간에는 협력할 게 더 많다”며 답변을 교묘하게 회피했다.


정리하자면 이번 김치종주국 논란은 환구시보라는 매체의 단순한 보도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종주국 논쟁을 붙인 것이고, 이를 통해 ‘김치’라는 발효식품을 중국의 고유식품으로 만들어 가려는 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김치 뿐만 아니라 11월 중순에는 우리의 한복에 대해 중국 배우 쉬카이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한복은 중국 의상’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되는 문화공정을 중국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공정은 역사공정의 일부]


지난 11월 19일 중국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北京) 인민혁명군사박물관의 '항미원조 70주년 전시회'를 참관하는 자리에서 "70년 전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서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항미원조와 국가 보위라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쟁에 대해 북한을 도와준 전쟁을 넘어 중국 본토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강변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면서 "항미원조 정신은 소중한 정신적 자산으로 모든 시련과 모든 강력한 적을 이겨내도록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을 고무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진핑 주석의 한국전쟁관은 한마디로 이념과 정치가 날조해 낸 가짜 역사를 아예 신념으로 믿고 있다 할 것이다. 분명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6·25전쟁 자체가 북한이 소련, 중국과 모의해 일으킨 전쟁임을 모를 리 없을텐데, 중화사상이라는 최면에 빠져 있다보니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스스로 믿게 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또 그 믿은대로 역사를 아예 수정해 이를 중국의 역사라고 내세우고 더더욱 그렇게 왜곡된 역사를 이웃나라인 우리에게까지 믿으라고 들이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연관된 중국의 동북공정은 심각하다.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중국이 국가 중점 사업으로 지난 2002년부터 동북 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벌인 본격적 연구 작업이다.


그중 핵심에 우리의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고구려를 독립국이 아닌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보고 고려 왕조는 고구려 왕조를 역사적으로 계승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역사관을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백제를 일본에 의지한 국가로 인식하는 등 왜곡된 역사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역사공정의 한 부분이 바로 문화공정이다. 중국은 이미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은 과거 중국의 일부”였다는 개념을 분명히 갖고 있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역사공정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러한 역사공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문화공정까지 일삼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침묵하는가?]


중국의 이러한 문화공정에 대해 우리 정부는 또 침묵했다. 우선 이번 김치공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당연히 여기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했어야 할 주중 한국 대사관은 침묵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은 논란이 벌어진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주무부처가 대응하고 있고 한 언론의 문제제기일 뿐이어서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대사관은 우리 매체들이 중국 입장과 다른 기사를 내놓을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반박성명도 내고 설명자료도 낸다. 우리 대사관의 대응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환구시보에 그러한 보도가 나왔다면 주중한국대사관이 당연히 반박자료나 설명자료도 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이두의 자료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외교부는 어떠 했을까? 역시 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지난 항미원조 논쟁 때도 우리 정부 어느 누구도 중국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대응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심지어 피침략국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던 우리나라를 향해 ‘제국주의 침략’이라고 말해도 이렇게 입을 그냥 다물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논쟁을 할 정도로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일본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더라면 또 ‘죽창들고 나가자’,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반일운동은 하자’라고 외쳤을지 모른다.


그런데 정부는 물론이고, 우리 국민들마저 유독 중국 앞에 서면 그냥 작아진다. 그냥 납작 엎드린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 한반도를 향해 성주 사드보다 더한 레이다 기지를 설치해도 항의 한 번 변변히 해 본 적이 없다. 70년전 북한을 도와 한반도를 침공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줬던 그 중국을 향해 제대로 반중운동을 해 본 적도 없다.


이 나라가 통일되지 못한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6.25때 참전했던 중공군 때문 아닌가? 그런 중국에 대해 통일을 이루지 못한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그렇게 대한민국 정부부터 중국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으니 중국이 저렇게 도도하게 한국의 머리 끝에 올라서 상투잡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역사를 난도질해도 한국은 별 말이 없고 한복과 김치를 중국 것이라고 우겨도 정부 당국이 별 말이 없으니 점점 그 왜곡과 말도 안되는 우기기는 계속 되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 도를 더해 갈 것이다.


참으로 뻔뻔한 중국이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쓴 것이 한 두 번도 아니다. 당할 때마다 그 뻔뻔함이 놀랍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은 정부와 국민들이 있기에 그 뻔뻔함의 강도는 점점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 김치 불매운동하면 안되나? 식당에 갔을 때 중국산 김치 내놓는다면 안 먹겠다고 항의하고 우리 김치 내놓으라고 당당하게 말하면 안되나?


반일운동 한다면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불매운동 했던 분들이여! 그 정신으로 중국 대사관 앞에서 반중 시위하면 안될까? 화웨이 불매 운동하고 중국산 제품 퇴출운동 할 수는 없을까?


“그까짓 김치 하나 가지고 뭘 그러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김치 하나만 중국산 수입을 금해도, 위생 규격 엄격하게 적용해 줄이기만 해도 우리 농가도 살아나고 덕분에 우리 경제도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까짓 김치’ 치부하다간 언제 어느샌가 우리나라가 김치종주국의 자리를 중국에 넘겨 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신 차려야 한다.


하기야 우리 국민의 건강을 극심하게 해치는 중국발 미세먼지에도 아무 말도 못하는데 뭘 더 이상 바랄 수 있을까? 그저 답답해지기만 한다.


그래도 나는 오늘 식당에 가서 밥 먹을 때 그 김치가 중국산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산 김치 쓴다면 그 식당에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12월 7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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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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