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희토류’로 미국과 맞짱뜨려는 중국, 과연 될까? - 美차기정부와 힘대결 준비하는 중국, ‘희토류 무기화’ - 중국, 지난해부터 희토류의 무기화를 만지작 - 희토류 무기화해도 중국 실익없고 오히려 반격당할 가능성
  • 기사등록 2020-11-12 13:51:11
  • 수정 2020-11-13 16:30:46
기사수정


▲ A complex diplomatic chemistry. [GTM]


[‘희토류’로 미국과 맞붙을 준비하는 중국]


중국은 지난 10월 17일 국가의 안보와 이익에 해가 된다고 판단될 경우 특정 국가나 기업에 대해 수출 혹은 특정 품목의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수출관리·통제법'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되면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으로 불리는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할 수 있게 되었다


'희귀한 금속 원소'라는 의미를 가진 희토류(稀土類·Rare Earth Elements)는 스마트폰과 컴퓨터, TV,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첨단 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문제는 바로 이 희토류를 대체할 소재가 없다는 데 있다.


그런데 전 세계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80~90%를 중국이 쥐고 있다. 물론 매장량은 37%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생산 공급량에 있어서는 중국이 사실상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덩샤오핑이 지난 1992년 중국내 대표적인 희토류 생산지인 장시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라고 호언했던 것이다.


이러한 절대적 시장 우위를 기반으로 중국은 수출가격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엄청난 폭리를 취해 왔다.


현재 미국은 미국내 희토류 사용량의 약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을 향해 첨단기술산업의 목을 조여오는 미국을 향해 반격하는 카드로 중국이 희토류의 무기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희토류의 무기화를 만지작거렸던 중국]


중국은 이러한 희토류의 세계 공급망을 무기로 미국을 향한 무기화를 이미 지난해부터 검토해 왔었다.


지난해 5월 28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만일 누군가 우리가 수출하는 희토류로 제품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 모두가 기분 나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인 29일 중국 공산당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민일보(人民日報)는 “희토류 시장에서의 중국의 주도적 지위가 베이징에 이미 반격의 길을 부여한 상태”라고 보도했고, 인민일보 자매지이면서 중국 공산당의 ‘거친 입’을 대변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된다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 건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영자지인 글로벌타임스도 지난해 6월 5일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4일 희토류 전문가들을 초청해 공개 토론회를 개최, 희토류를 미국을 압박할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보도에서 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희토류는 첨단산업과 무기 등에서 중국 희토류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에 쓸 수 있는 ‘킬러(killer) 카드’이며, 이를 중국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희토류의 무기화를 뒷받침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5월 8일과 9일 미중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20일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중국 장시(江西)성의 주요 희토류 생산지인 간저우(竷州) 방문를 시찰한 게 신호탄이었다.


간저우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군의 공격을 피해 장정(長征)을 시작한 출발지여서 아주 의미가 깊은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또 미국을 향해 무기화를 할 수 있는 희토류의 생산지이기도 하다. 시 주석이 바로 그곳에서 미국의 공격을 최대한 버텨내면서 미국 대선 결과 등 상황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새로운 장정"을 선언했다는 것은 아주 의미가 깊다.


특히 시 주석이 간저우를 방문하면서 미·중 무역협상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이곳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을 방문했다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렇게 중국의 전 지도부가 대미항전(對美抗戰)의 중요한 무기로서 희토류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대미항전을 위한 세 가지의 카드를 그동안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이를 중국인민대학의 진찬룽(金燦榮) 중국대외전략연구센터 주임은 두 장의 ‘스몰 킹카드’와 한 장의 ‘빅 킹카드’가 있다고 표현했다.


진찬룽이 말한 두 개의 스몰 킹카드 중의 하나가 바로 희토류이고 나머지 하나는 중국이 보유한 1조3000억 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다. 그리고 빅킹카드는 중국 시장을 지칭한다. 예를 들면 애플 휴대폰의 중국내 시장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희토류가 없는가?]


그렇다면 중국이 이렇게 의기양양하게 대미항전의 무기로 사용하려는 희토류를 미국은 아예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희토류의 전 세계 매장량은 1억2000만t가량이며, 이 중 4400만t(36.7%)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과 베트남도 각각 2200만t으로 이 두 나라를 합치면 중국과 맞먹는다. 인도와 호주도 매장량이 상당하고, 미국도 자체적으로 140만t의 매장량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왜 중국은 희토류라는 카드를 들고 미국을 위협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지난 10월말 "중국이 희토류를 독점하게 된 것은 미국 책임"이라며 "중국이 처음부터 희토류 산업의 강자는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FP는 "198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이 강했지만, 환경·핵 문제 등으로 관련 규제가 점점 심해진 데 비해 관련 대책은 뚜렷하게 나온 게 없어 결국 중국에 밀리고 말았다"고 했다.


결국 미국과 일본, 프랑스의 희토류 관련 업체들은 환경 규제가 느슨하고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대거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FP의 설명이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희토류연구소를 세우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관련 특허 수에서 미국을 능가할 정도로 장족의 발전을 거두었다.


문제는 중국의 희토류 산업 발전을 그냥 쳐다보고만 있다가는 진짜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 들어서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특허를 모두 합쳐도 중국을 이기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래서 미국도 뒤늦게 희토류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전쟁 선전포고 이전인 2017년 12월에 “차질 없는 ‘중대 광물(Critical minerals)’ 공급 확보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언급된 중대 광물이란 “미국의 경제 발전과 국가 안보에 필수 사안”이 되는 자원들로, 미 내무부는 지난 2018년 희토류를 비롯한 중대 광물 35종을 추려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2019년 6월 희토류의 대미항전 무기화를 언급하자마자 미 상무부는 차질 없는 희토류 공급 확보를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5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들과의 전략적 공조를 통해 중국 공세를 무력화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상무부는 이 보고서를 통해 동맹국 공조를 포함한 24개의 세부 목표와 61개 행동 권고 사항을 기술하면서 “관심이 있는 파트너들, 특히 캐나다,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과 협력·공조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탐사·채굴·가공·유통은 물론이고 재활용과 연구·개발, 정보공유까지 광범위한 공조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며 “정부는 미국에 핵심 자원의 공급이 끊이지 않도록 보고서 권고에 따라 전례 없는 조치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은 올해 3000만 달러(약 341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고, 지난 10월초에는 희토류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선포까지 하면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왜 희토류 무기화를 본격화하지 않을까?]


일단 중국은 바로 희토류를 무기화를 해 본 경험이 있다.


바로 2010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대 일본 희토류 수출 금지를 내렸다.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혐의로 중국 선박의 선장이 구속되며 갈등이 고조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대일 관광 금지와 함께 일본으로의 희토류 수출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중국 조치에 버티지 못하고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때부터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비중 줄이기에 돌입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직후부터 당시 사전에 비축해둔 희토류로 버티면서 호주 등 다른 나라로 공급원을 돌렸다.


여기에 일본은 중국의 공식 무역창구가 아닌 중국 민간에서 나오는 밀수 희토류를 사들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는 사태로 발전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2010년 97%에 달했던 중국의 전 세계 희토류 생산 비중은 2019년 들어 70%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하여 일본이 다른 나라 희토류 광산 개발 등에 적극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 희토류 카드가 사용될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만약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10여년전에 수출 쿼터를 부여했다가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규정 위반 판결을 받은 후 폐지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심지어 만약 중국이 희토류를 진짜 무기화한다면 바로 그 조치로 인해 중국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온라인 경제 매체 '즈줴취스(智谷趨勢)'는 "미국, 호주 등이 멈춰 있던 공장과 광산을 다시 가동하고 투자를 늘리면 중국 희토류 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그런 조짐도 보인다. 벌써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대비해 서방국가들이 희토류 자체 생산을 가속화하고 또 희토류 대체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은 호주 최대의 희토류 생산 업체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 텍사스에 희토류 정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국의 희토류 수출단가도 하락추세를 보인다.


중국내 최대의 희토류 생산지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다. 특히 이곳의 백운광산은 세계 최대 희토류 광물 공급처로 중국 총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미 지난해 5월에 네이멍구 자치구의 바오상은행에서 심각한 신용리스크가 발생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경영권을 접수했다. 이유는 금융기관들의 비공식 대출인 그림자 금융에 의존해 금융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것인데, 부동산 난개발과 지역경제를 떠받드는 석탄산업의 부진이 금융리스크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오상은행의 신용리스크 원인 중 하나로 희토류 가격 저하를 들었다. 네이멍구 자치구는 희토류 최대산지인데,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희토류 대체품이나 대체산지의 개발이 활발해지며 희토류 가격이 낮아졌고 이로 인해 바오상은행도 경영위기에 치닫았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어 일본만 해도 중국 희토류에 대한 수요가 최근 10년간 40% 감소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중국내에서의 희토류 소비 증가로 인해 중국의 희토류 수입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중국은 이미 해외로부터의 희토류 수입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중국내에서의 전기차나 노트북 등 희토류가 필요한 제품들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중국내 희토류 수요도 늘어났고 그러다보니 중국조차도 희토류를 사와야 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은 53000t인데 반해 정련제품 수입량은 69000t으로 오히려 수입이 수출보다 많았다.


그러다보니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 일시적으로 미국에 피해를 줄 순 있겠지만 대체품 개발이 더욱 가속화하며 장기적으로는 중국 자신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SMBC닛코증권의 애널리스트인 ‘히라야마 코타’의 분석이 그렇다.


CNN도 최근 "미국은 이미 상당량의 희토류를 확보하고 있어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실질적인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래서 시진핑을 위시해 중국이 마치 희토류를 대미항전의 무기화로 사용할 듯 큰소리치는 것은 단순한 심리전에 불과한 허세(虛勢)라 말하는 것이다.


결국 희토류가 중국의 대미항전에 있어서 ‘보검(寶劍)’이 아니라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의 신뢰를 더 추락시키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더욱 이미 그러한 낌새를 알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미국이나 일본에게는 사실상 오히려 중국의 추락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관점에서 미 대선 이후 트럼프 2기가 되었건 바이든 새정부가 되었건 내년 1월 20일 이후 미국의 행정부와 희토류를 무기로 힘겨루기를 해 보려하는 중국에겐 별 실익도 없고, 오히려 미국의 분노만 가져오는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아무리 대미항전을 외치고 미국을 들이받으려고 별 수단을 찾지만 중국은 뾰쪽한 수를 찾지도 못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미국의 강공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중국이 미국 등의 자유세계가 원하는대로 시장도 개방하고 공산당의 절대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살아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의 시진핑이 사실상 외부와는 문을 걸어 잠그는 ‘쌍순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 쌍순환 경제에서 한국이 볼 이득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데도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외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이념에 사로잡힌 세계정세 문외한 일 것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733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