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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10-16 15:2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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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영호 의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중반을 지나가고 있다. 북한에는 입법기관에서 하는 국정감사가 없다. 그 대신 연말이 되면 당과 외무성에서 해외에 있는 대사관을 통해‘연간 직능총화 보고서’를 받아보고 업무 현황을 평가한다.


나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우리 재외공관들의‘업무현황 보고서’와 북한 대사관들의‘연간 직능총화 보고서’를 비교해 보았다.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보고서 체계와 내용에서 유사한 점이 너무 많아 놀랐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 대사관 업무현황 보고서에는 상주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 평가항목이 없었다. 북한 대사관의 직능총화 보고서에는 내용의 20% 정도가 상주국과 우리와의 관계에 대해 할애되어야 한다. 북한은 상주국과 우리의 대북정책과 인적 교류, 무역액, 심지어 군사 협력 등을 소상히 보고한다. 북한 외교관들은 이러한 자료를 얻기 위해 상주국 외교부 아태국 담당자들을 자주 만나 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상주국과 북한의 관계에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이 북한과 우리가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외교부 본부도 이것을 챙기는 지침은 없는 것 같다.


통일부에서도 북한의 대남정책을 연구하지만, 해외 북한 대사관이 국제무대에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보고는 전무하다. 정부에서 이 부분을 눈여겨보지 않으니 대북정책은 북한의 공식 발표자료에 대한 연구와 분석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


14일 국정감사를 했던 주 영국 한국대사관의 경우를 살펴보자. 영국은 우리에게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가 함께 중요시 여겨야 하는 한 측면이‘영국과 북한과의 관계’이다. 서방나라들 중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영국이 유일하게 북한과 대사관을 교환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가 영국과의 관계를 잘 활용하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 외교전략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북한은 영국을‘미국의 대북전략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북한이 처음 핵실험을 계획할 때, 핵실험 전 사전에 알고 싶었던 것은‘미국의 군사적 대응 여부, 서방 나라들의 대북제재가 외교 관계 단절까지 갈 것인가’등이었다. 북한은 영국 측과 오랜 대화를 통해 핵실험을 해도 미국의 군사적 대응은 없을 것이며, 서방 나라들도 북한과 외교 관계 단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 자신감이 생긴 북한은 결국 핵실험이라는 산을 넘었다.  


영국의 대북정책은 미국과도 결이 다른 비판적 관여정책 즉 critical engagement policy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 경성(硬性)정책인 것과는 달리 영국은 기본적으로 소프트 파워에 기초한 공공외교정책을 대북정책의 기본 수단으로 쓰고 있다. 영국문화원에서는 영어문화교류를 위해 북한에 4명의 영어 교사를 상주시켰으며 매해 수십명의 북한 관리들을 영국에 데려와 2명씩 개별 사택에 지내게 하고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북한도 영국의 이러한 정책의 End Point가 북한체제변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북한이 변화 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영국에 심어주어, 영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경성외교로부터 소프트 외교로 돌아설 수 있도록 유도하려 한다.


영국은 대북정책에서 그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비핵화문제에서 때로는 단계적 해법을 지지한다. 미국도 영국의 입장을 무시하지 못한다. 미국은 평양에 있는 영국 대사관을 통해서 매일 평양시 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새로 들어서는 새 미행정부는 북한과 스몰딜 협상을 하든 더 강력한 제재로 나가든 영국과 사전에 모든 사안을 상의할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이 우리보다 영국과 더 많이 소통하고 있을지 모른다.


NATO 가입국 중 영국은 유일하게 북한과 무관을 교환하고 있다. 영국은 북한 군부와 직접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베이징 주재 영국 무관이 수시로 북한에 들어가 북한 군부와 접촉한다. 북한이 NATO 가입국들 중 유일하게 영국과 무관급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주한 UN군 사령부 해체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북한군부는 영국에 주한 UN군 사령부에 속해있는 영국군 장교를 본국으로 철수시키고‘키 리졸브’등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영국이 참여하지 말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영국도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 때로는 한미합동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등 들쭉날쭉한 동향을 보이고 있다. 영국이 한미합동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호주, 캐나다 등 영국연방국가(Commonwealth of Nations)들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계산법이다. 


북한의 재외공관 정책은 한마디로‘지렛대 정책’이다. 돈은 없지만, 최소 인력으로 많지 않은 해외 대사관을 중점국가들에만 유지하면서 적은 인원으로 최대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바로‘지렛대 정책’이다. 우리가 북한에 비해서 경제력도 뛰어나고 외교적 역량도 월등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참 많다. 


상주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평가 업무가 우리 외교부와 재외공관 업무영역에 일정 정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보며 앞으로 있을 외교부 종합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사안을 지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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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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