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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계승' 스가, 역사 문제 강경 본색…한일 관계 냉각 지속 - 강제징용, 소녀상까지 역사 문제 갈등 전선 확대 - 日언론 "징용 관련 韓 조치 없으면 스가 방한 불가"
  • 기사등록 2020-10-13 17:14:57
  • 수정 2020-10-15 14: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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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사진=NHK 캡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취임 초반부터 역사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 본색을 드러냈다. 일본 정부가 독일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개입한 데 이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의 조건으로 강제징용 해법 제시를 압박하면서 한일 관계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가 아베 신조 내각의 정신 계승을 표방하면서 역사 왜곡 행태를 이어가는 것은 부적절한 태도라고 비판하면서 당분간 냉각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3일 교도통신은 복수의 한일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한국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수용 가능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한 스가 총리가 올해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말까지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가 이뤄질 수 없도록 보증하라고 요구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12일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조치가 없다면 스가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한국 정부에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일본 내에서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여론을 반영하고, 한국 정부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가 섞여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범기업 자산 매각 명령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이고, 이후에도 송달과 심문 등 절차가 남아 있다"며 "일본 측에서 매각 명령에 대한 사법 절차를 이해했다면 방한 문제와 엮을 사안이 아닌데 한중일 첫 만남이자 중요한 외교적 기회와 현금화 조치를 연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간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관련 판결은 사법부 소관으로 '삼권 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로 인해 일본 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며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 측에 '피해자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 보상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현금화 조치가 시행될 경우 2차 경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서 나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 철거를 압박하며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에게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데 이어 주독 일본대사관까지 베를린 당국에 철거 요청을 전달하면서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독일 수도 베를린의 중심부인 미테구에 설치했다. 이에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철거를 요청하면서 미테구청은 지난 7일 전격적으로 철거 명령을 내리고, 14일까지 철거하라는 공문을 전달했다.


당장 코리아협의회는 철거명령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베를린 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 씨 역시 미테구청장에게 보낸 페이스북 공개 편지에서 남편과 함께 철거명령 철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112명은 "소녀상은 독일 시민의 보호 속에 지켜져야 한다"며 공동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정부는 당초 소녀상 건립은 민간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각국에서 철거 시도가 계속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의 최근 언행은 스스로 표명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는 행보"라며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면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가 내각이 공격적 행보를 가속화하는 것은 '아베 2.0' 내각을 표방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데다 복잡한 국내 정치적 상황과도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대화로 해결하자고 했지만 일본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고, 스가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 유화적 자세를 취하기 어렵다"며 "국내적으로 경제 문제, 학술회의 문제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한국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여론에 반하는 이니셔티브를 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간 외교가에서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색 국면에 놓여 있는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쳐 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조건을 거두지 않는다면 연내 서울에서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사실상 개최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당국간 구체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노력 중이며, 유관국들과 협의중에 있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몇 번이나 거부해놓고 또다시 강제징용 해법을 핑계로 내세운다면 한일 간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며 "다만 한일 간에 핫라인이 있는 만큼 연말 한중일 정상회담이 완전히 물 건너 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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