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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폼페이오가 한국 방문을 취소한 이유? - 폼페이오 뒤통수 친 강경화, "쿼드는 비윤리적, 비도덕적" - 강경화, "미국보다 중국 더 신뢰", 안미경중(安美經中) 추진 - 쿼드 참여가 한국 국익 지키는 길, 판세 제대로 읽어야
  • 기사등록 2020-10-05 12:59:16
  • 수정 2020-10-05 20: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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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출발하는 폼페이오 장관 [사진=미 국무부]


[폼페이오, 한국 건너뛰고 일본만 방문]


오는 7~8일 서울을 방문하려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계획이 취소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애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10월 4~6일)에 참석하는 길에 몽골과 한국도 방문하기로 계획되었었으나 이 일정에서 계획을 바꿔 일본만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쿼드 외교장관 회의는 일본의 스가 내각 출범 때문에 일정이 한 번 조정된 바 있는데, 원래 계획에는 한국 방문 일정이 없었는데 우리 외교부의 요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가 결국 다시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美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에 오는 이유?(9월 24일)

*관련영상: [Why Times 정세분석 547] 美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에 오는 이유?


이번에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외교장관 회의의 목적은 분명하다. 바로 反중국전선을 위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협조에 관련된 것으로, 앞으로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QUAD PLUS)'로 확대하면서 사실상 유럽의 나토(NATO)와 같은 다자안보기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의 NHK가 폼페이오 장관의 일본행에 대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4개국 외교장관 회담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백신 개발 등 의료 분야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대목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일본행 의미가 분명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중국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이번 쿼드안보대화의 주요 논점이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겹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국 책임론에 대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의 한국 방문 취소가 갖는 의미는?]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폼페이오 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에서 왜 방한 계획이 취소되었을까?


한국내 언론들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여파에 따른 것이라며 심각한 미국내 상황 때문에 일정 단축의 차원에서 일단 방한이 연기된 것이라고들 보도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쿼드 플러스로 가려면 가장 중요한 참여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게 된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정부가 쿼드플러스에의 참여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反中포위망을 형성하고자 하는 미국의 쿼드플러스 전략에 한국 정부가 동참을 보류했거나 반대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구태여 한국방문을 할 필요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도훈의 방미, 그리고 종전선언 논의]


김현종 청와대 2차장도 지난달 16~20일 미국을 방문했다. 김 차장은 방미기간 동안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미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 현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의 귀국 직후 또다시 지난 9월 27일(현지시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한반도의 외교적 현안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 당시 방문은 한국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었다.


이도훈 본부장 방미의 가장 큰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의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도훈 본부장은 인천공항을 떠날 때는 종전선언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으나 미국에 도착해서는 공공연하게 미국과 종전선언 논의를 위해 비건 부장관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을 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공항에 도착하는 날, 기자들에게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검토한 적이 많다”며 “무조건 ‘된다’ 혹은 ‘안 된다’를 말하기 전에 같이 말할 공감대가 있을 것”이라면서 무조건 미국을 설득해 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문제는 그 시점이 바로 북한이 서해상에서 한국 공무원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이고, 비핵화 논의 진전도 없는 상태인데도 미국더러 종전선언에 나서라고 설득하려 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한마디로 미국의 반응은 싸늘했다.


우선 한국 공무원 피살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자는 한국측의 제안에 대해 스티븐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는 미국-한국이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측 제안을 일축했다.


핵심 사안이었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등 상응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현종 차장이나 이도훈 본부장 등은 미국 측에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원칙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4대 합의 사항의 ‘동시적·병행적 진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여기에 종전선언도 동시에 추진하자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측은 북한의 비핵화 진행이 없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구축에 속하는 종전선언을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측이 당연히 그렇게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미 미국측이 북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나 최근의 대북제재 조치들을 보면, 미국의 의지가 어떠한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구상을 무조건 밀어붙이기 위해 무모하다고 해도 좋을만큼 쓸데없는 외교적 노력을 했다는 점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이 사실상 미국과의 외교적 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그러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도 바로 그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복기해 보자면, 쿼드회의 참석차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을 추진했다. 외교적 소외를 우려해서다. 더불어 문대통령이 폼페이오를 만나 직접 설득해 보고자하는 뜻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종전선언은 지금 안중에도 없다는 점이다. 지금은 오직 反中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 방문을 수락하면서 일정에 넣었던 것은 한국이 바로 반중 포위망인 쿼드 플러스에의 동참을 확인하려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쿼드플러스 참여에는 뜻이 별로 없고, 오직 북한과의 종전선언을 통한 관계개선에만 홀려 있다는 것을 폼페이오 장관이 이도훈 본부장과 김현종 차장의 방미를 통해 재확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뒤통수 친 강경화]


여기에 지난달 25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미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역점 추진하는 전략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관련,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일축한 것에 이어 잇따라 쿼드 참여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이 폼페이오 방한을 무산시킨 핵심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강경화 장관이 “우리는 특정 현안에 대한 대화에 관여할 의사가 있지만, 만약 그것이 ‘구조화한 동맹’이라면 우리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장관이 말한 ‘구조화한 동맹’은 한미동맹을 지칭하는 것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미동맹이 과연 우리의 이익에 진짜 부합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또한 강경화 장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원칙도 미국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다른 차원에서 말하자면 원래 방한 계획이 없었던 폼페이오 장관을 한국에 오도록 일정 조정을 해 놓고 뒤에서 카운터파트인 외교부장관이 미국의 핵심 외교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한 것은 그야말로 지극히 부적절했다.


아마도 양제츠의 한국 방문에서 “미국 줄에 서지 말라”고 한 경고가 강경화 장관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 외교부가 왕이 외교부장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측의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1일 양제츠(杨洁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방한에 이어 또다시 왕이 외교부장의 한국방문이 갖는 의미를 미국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강경화 장관의 일련의 발언은 동맹국인 미국보다 중국의 입장을 더 설파하는 것이어서 미국에게 “한국이 한미동맹 우선이 아니라 중립국을 자처하기로 결정했다”는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판세를 읽지 못하는 한국정부]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취소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당장 한국과 논의할 만한 현안은 없다”는 것이며, “한국측이 反중국 대열에 서지 않겠다면 중국 견제를 위해 연대하는 일본 등 ‘우선 협력국’들과 확실한 차별화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되지도 않을 남북대화 추진을 위해 미국이 덩달아 춤추지 않겠다는 것이고 한국정부가 미국과 다른 길 가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국 정부가 지금 흘러가는 판세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화 장관의 발언이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쿼드 플러스를 만들고 이를 통해 反중국 연합전선을 만드는 것이 단순하게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얕은 수가 결코 아니다. 강경화 장관은 이러한 ‘인도-태평양전략’구상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한 눈에 보여준다.


쿼드는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기 위한, 그러니까 중국을 단순하게 배제하고자 하는 그런 전략이 아니다.


왜 인도-태평양전략이 나왔는가? 왜 쿼드에 이어 쿼드플러스를 미국이 구상하는가? 이는 한마디로 중국의 공세적이고 공격적이며 수정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행위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중국은 이웃나라들과 더불어 함께 잘 살자는 주의가 아니다.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세계국가 건설이 모든 정책의 기본이 된다. 그것이 바로 중화사상(中華思想)이다.


덩사오핑 시기 중국은 기존의 국제질서에 편입하고 융화하려는 뜻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화패권주의를 통해 전 세계를 복속시키려는 ‘중국몽’을 구현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중국의 뜻을 금방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9단선’과 ‘제1도련선’ 등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영해를 확장하면서 이를 통해 주변국들을 복속시키려 하고 있다. 그렇기 되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남중국해 문제만 해도 그렇다. 지난 2015년 4월 시진핑 국가 주석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남중국해 인공섬의 요새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전 세계에 약속했던 그 다짐은 이미 사문화되어 버렸다. 심지어 필리핀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AC)에 제소한 영해분쟁의 승소 판결 조차도 중국은 무시하면서 남중국해의 중국내해 추진을 지속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항행의 자유를 속박하는 남중국해의 중국 영해화를 하려 한다면 제일 피해를 보는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강경화 장관은 쿼드를 말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한다는 것이 본질적으로 도덕적이지도 않고 비윤리적이라 했다. 그런데 강 장관이 정말 착각하고 있는 것은 남중국해 문제나 일대일로 등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위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어서 만드는 것이 바로 쿼드이고 이를 확대한 것이 쿼드플러스라는 점이다.


결국 쿼드플러스는 우리의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또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국익도 보호해 주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편을 들면서 쿼드플러스 출범을 훼방 놓는 것은 ‘중국의 핵 깡패질’을 부채질하는 최악의 외교정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쿼드플러스 출범을 외면하려는가? 이런 관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한국 패싱’이 더욱 더 한국의 미래를 우려하게 만들게 한다.


다시한번 강조한다. 지금은 협의체에 불과하지만 쿼드체제는 반드시 전력화된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든지 간에 미국의 정책으로 지속 추진될 것이다. 그렇기에 좌고우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발 판세를 우리 외교부가 잘 읽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10월 6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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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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