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사진=Dan Bongino, Twitter]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에이미 코니 배럿(Amy Coney Barrett) 제7연방 고법 판사를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에 따라 공화당은 상원 인준절차를 오는 11월3일 대선 이전에 마치고 곧바로 임명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대선 이후 당선자가 결정된 다음에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배럿 판사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비교할 수 없는 업적과 우뚝 솟은 지성, 훌륭한 자격,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며 배럿을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상원 법사위가 정확한 날짜를 정하겠지만 (인사청문회가 다가오는 10월) 12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달안에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11월 3일 선거 전 표결까지 마치겠다는 의중을 비쳤다.

만약 배럿이 대법관으로 취임한다면, 미 대법원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로 바뀌게 된다. 특히 미국 대법관이 종신직이고 배럿의 나이가 48세인 것을 감안하면, 미국 대법원의 보수 우위는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날 대법관 지명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럿은 “나는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며 “대법관 지명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럿은 이어 “판사는 법률을 적혀 있는 대로 적용해야 한다. 판사는 정책입안자가 아니다”라면서 보수적 법률해석을 강조했다.

배럿은 또한 전임인 진보성향의 긴즈버그 대법관에 대해서도 “그녀는 유리천장을 깼을 뿐만 아니라 때려 부쉈다”며 “그녀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성이었고, 그녀의 공직 생활은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배럿은 트럼프지지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낙태 반대론자이면서 총기소유를 옹호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럿은 또한 미국판 전국민 의료보험인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012년 합헌 판결을 내린데 대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판한 적도 있다.

로버츠 대법관은 보수성향이지만 오바마케어 등 진보 이슈에도 가끔 찬성표를 던져, 미 대법원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럿을 대법관으로 기어코 지명하려 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로버츠 대법관의 이러한 성향 때문에 대법원내에서의 보수 우위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럿이 인준된다면 대법원의 보수화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럿은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 중 막내 아이는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CNN은 이날 배럿의 대법관 지명 소식을 전하면서 “민주당과 진보층은 배럿이 낙태 권리를 후퇴시키고 오바마케어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포함해 민주당은 배럿의 대법관 지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법률에 의거해 지명하는 것에 대해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인사 청문회를 하는 상원 의석은 공화당 53석, 무소속을 포함한 민주당 47석으로 공화당에서 추진한다면 민주당은 이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