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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국정원의 "김정은 위임통치설", 팩트는 이것이다! -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네이밍’, 국정원의 오버였다! - '위임통치'가 아닌 '단순한 업무재량권 허용'일뿐! - “김정은이 권력을 나눠준 것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
  • 기사등록 2020-08-22 23:19:50
  • 수정 2020-08-22 23: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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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국정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국정원, “김정은, 김여정 등에 국정전반 위임통치” 발표]


박지원의 국가정보원이 20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국정 전반의 권한을 이양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김정은의 위임통치 분야

*대남(對南)·대미(對美) 전략: 김여정 제1부부장, 김여정은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가장 이양받은 게 많다.

*경제 분야:

①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②김덕훈 내각 총리

*군사 분야:

①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이병철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②당 군정지도부의 최부일 부장

(군정지도부: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신설. 군정지도부장은 군을 지도해 온 총정치국장보다 서열이 높다.)


-김정은 위원장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행사하지만 과거에 비해 조금씩 권한을 이양한 것이다.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2인자이지만 후계자로 결정되거나 후계자 통치 차원은 아니다.


-과거에는 북한 각 기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보하는 만기친람형이었는데, 이제는 김여정 부부장이 중간에서 보고를 받아 김정은 위원장에게 알려주고, 김 위원장이 다시 지시를 내리면 김여정 부부장이 각 기관에 알려주는 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은 전혀 이상이 없다. 승마 등 레저 활동을 하는 것도 확인이 됐다.


이러한 국정원의 발표에 대해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국회 기자단에게 이렇게 부연 설명을 했다.


-국정원은 김여정이 사실상 제2인자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연이은 대남 강경 정책을 김 제1부부장이 총괄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권력이양 이유는 ‘통치 스트레스 경감 차원’이다. 김정은의 그 동안 9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많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정책 실패 시 김정은에게 총알이 튀는 것을, 실패 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차원에서 책임 회피 차원이다. 국정원의 설명이 그렇다.


-김정은이 집권 9년 차를 맞아 권력 장악과 통치 경험 축적에 따른 자신감을 바탕으로 위임통치를 하는 식으로 국정 수행 체계에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이 김여정 담화를 외울 정도로 학습하게 하는 등 김여정의 위상은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후계자 내정이나 준비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위임통치는 북한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고 국정원에서 만든 용어다.


[국정원의 김정은 통치형태 분석, 얼마나 믿을 수 있나?]


그렇다면 이날 국정원이 밝힌 ‘김정은의 위임통치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김정은 위임통치설은 한마디로 ’국정원의 오버(Over Action)‘였다.


이날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는 박지원 원장이 취임한 이후 첫 번째 공개적인 행사이고, 사실상 박지원 원장의 국회 데뷔 무대였다.


언론의 속성을 너무 잘 아는 박지원 원장이 북한 관련 정보를 설명하는 자리여서 최소 주요 언론의 1면을 장식하기 위한 소위 ’야마(リャマ)‘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사실상 대형사고를 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전후 과정을 보면 ’국정원의 오버‘였음이 금방 드러난다.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정보위원회는 이날 1차 중간브리핑과 2차 추가브리핑으로 나눠 여야 간사들이 기자단에게 설명을 했다.


김정은의 위임통치설이라는 말은 1차 중간 브리핑에서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1차 브리핑에서 ’김정은의 위임통치설‘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온 언론사들이 곧바로 속보를 날리기 시작했다.


북한체제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파문은 컸다.


각 언론사들이 긴급 속보로 뉴스를 타전하자마자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조차 김정은 건강 이상설과 함께 김정은 2선후퇴설, 권력이양설, 북한 비상사태로 정변 진행설 등 다양한 해석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속개된 2차 회의에서 국정원은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단어를 주워 담기 바빴다. 박지원 원장도 상당히 당황한 듯 보였으며 이 때문에 속개된 회의에서는 ’위임통치‘의 의미에 대해 “업무권한의 일부 위임”이라든지, “김정은의 건강은 이상이 없다” 등의 해명성 발언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네이밍(naming)’이 박지원 원장의 의도였건 아니건 현재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수준이 어떤지를 확연하게 말해준다.


박지원 원장은 언론의 구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데뷔 무대에서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 안해도 청문회 과정에서 터져 나온 북한과의 밀약 문서 등으로 인해 체면이 구긴 상태에서 이를 만회해 보려 했을지도 모른다.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단어가 박지원 원장의 구상이 아니고 실무선에서 작성한 것이라 할지라도 그동안 북한에 대해 자칭 전문가라고 말해 왔던 박지원 원장이라면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설명이 가져 올 파장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파문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다음 둘 중 하나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주장이 박지원 원장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박지원 원장이 아직도 북한의 속성을 제대로 모르는 ’헛똑똑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만약 ’김정은 위임통치설‘ 네이밍이 박지원 원장 생각이 아니라 실무선의 작품이었다 하더라도 그 말이 가져올 파문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박 원장의 그만큼 판단력이 둔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만약 ’김정은 위임통치설‘ 주장이 국정원 실무선에서 기획된 것이라면 이는 박지원 원장을 언론에 과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충성심이 가미된 브리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은 지금 국정원이 대한민국의 안위를 책임지는 기관이 아니라 원장 이미지 만들기에 열심을 다하는 집단 정도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지는 ’김정은 위임통치설‘이 얼마나 잘못된 네이밍인지 그 설명을 잠시만 들어도 쉽게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임통치설‘, 팩트는 이것이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 위임통치설‘이라는 네이밍(naming)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 오해받기 딱 좋은 네이밍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위임통치‘라는 말은 북한이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국정원이 현재의 북한 국정운영시스템을 설명하면서 붙인 용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 중심의 유일영도체제다. 김정은 위원장이 건재하는 상태에서 권력의 위임을 통한 통치란 있을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은 지금 건재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김정은의 위임통치설‘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9일에도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2021년 1월 당 대회를 통해 5개년 경제발전 전략을 새로 제시하겠다고 발언했다. 김정은의 이러한 동정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영상으로도 공개됐다.


물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과체중에 당뇨라든지 심장병 같은 병력 등에 과도한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등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도 다 공개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이 사실 알리고 싶었던 것은 김정은이 과거와 같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류에 다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김여정을 창구로 해서 경제, 군사 분야 등의 실권자에게 일정 부분 업무의 재량권을 주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렇게 재량권을 준 것은 통상적이고도 반복적인 루틴 같은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것이지 아직도 중요한 업무는 당연히 김여정을 통해 관리되고 또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는 체제라는 것이다.


이것은 국정원이 말하는 ’위임 통치체제’가 아니다. 업무 효율화, 좀 더 엄격하게 말하자면 김정은에게 모두 집중된 업무 체계에서 일정 부분 업무를 덜어줌으로써 김정은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한 ‘업무재량권 일부 허용’ 정도라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렇게 시스템을 바꾼 것도 최근의 일도 아니다. 이미 김정은의 ’수령 현지 지도‘말고도 박봉주와 최룡해 등이 ‘현지료해(지도)’ 형식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이를 국정원이 과도하게 ’위임 통치체제‘라고 부풀려서 사단이 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말하니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 같은 경우는 "김정은의 위임통치는 김정은이 위독하거나 쿠데타일 때만 가능하다"면서 “국정원 주장대로 김정은이 위임통치를 한다는 것은 김정은이 회복 불능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 것이고, 한 안보전문가는 “북한 사실상 비상사태 돌입, 정변 진행중”이라는 뜬금없는 소식까지 퍼지게 만든 것이다.


국정원이 ’위임 통치체제’를 언급하자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미 해군분석센터 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은 20일, 한국 국정원의 보고를 비판하면서 김 위원장이 “정권 내 일상적인 절차를 추진할 능력을 측근에게 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정은 시대들어 “공식기구의 역할이 이전에 비해 훨씬 확대”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권력의 위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도 “김정은이 측근들에게 권력을 나눠준 것이 아니라 책임만 위임한 것”으로 평가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 센터 연구원도 “김정은이 측근에게 권한을 주며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우는 것은 이미 상당 기간 보여준 통치스타일”이라면서 “리용호 전 외무상 경질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동생 김여정에게 상당 부분 권한을 위임했다면서 사실상 2인자로서 국정 전반의 권한을 이양받아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지난 대북전단 사건때 그렇게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것으로 비쳐지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 또다시 김여정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김여정은 지난달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김정은이 군 주요 간부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준 자리를 마지막으로 북한 보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일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국정원의 설명대로라면 당연히 김정은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정상 아닌가?


[국정원의 북한 정보보고마저 정치화 된 것인가?]


이번 20일 국정원의 국회업무보고를 보면 한마디로 그야말로 팩트에 기초해야 할 국정원이 정치적으로 상당히 ‘오버’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국정원은 ‘음지에서 일한다’는 모토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아예 대놓고 양지를 지향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정원은 언론에 너무 부각되어서는 안 되는 기관이다. 그런데 그런 국정원이 언론의 1면 헤드라인을 노리는 브리핑을 한다면 이미 국정원으로서의 기본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장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이라며 “음지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 아직도 정치인 습성과 관종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절대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될 국정원장이 가장 정치적 행위에 나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말 그대로다. 이제는 국정원의 업무보고마저 재해석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것이 현실이다.


진짜 궁금한 것은 국정원의 이러한 보고에 대해 북한의 김정은과 김여정이 어떻게 반응할까 하는 점이다. 만약 김정은이나 김여정이 국정원의 이번 보고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앞으로 대북협상도 끝이다. 국정원이 과연 그런 것을 노린 것일까? 진짜 궁금하다. 국정원은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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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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