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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8-08 05:50:59
  • 수정 2020-08-08 15: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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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한언론인회 회보 《대한언론》 2020년 8월호 1면에 게재된 것입니다.


▲ 1945년 8월 15일, 광복되던 날의 풍경 [사진=Why Times DB]


2020년 8월 15일은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1945년8월15일부터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날을 무슨 날로 기념해야 할 것인지에 관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민족(韓民族)의 입장에서 8월15일이 ‘해방기념일(解放紀念日)’로 기념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정부가 수립된 1948년 이래 이날을 ‘광복절(光復節)’로 기념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금년은 ‘75주년 광복절’의 해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반도’ 차원에서의 ‘광복’은 아직도 성취되지 못한 미래의 지표로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광복’의 사전적 의미는 “빼앗겼던 땅과 잃었던 국권(國權)을 도로 찾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1945년 8월15일이 ‘광복절’이 되기 위해서는 이날 자로 “일본에 의해 강점되었던 국토가 회수”되고 “독립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1945년 8월15일은 일본이 연합국에게 “무조건 항복”한 날에 불과하다. 이로 인하여 이 날짜로 한반도는 “일본에 의한 점령상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이와 동시에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분단되어서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상태가 되었었다.


1948년 8월15일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이 ‘선포’됨으로써 ‘38선 이남의 지역’에서는 ‘광복’의 요건이 충족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와 국권 회복”의 주체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이 관할하는 지역에서는 1948년부터 8월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의한다면 금년(2020)에 대한민국이 맞이하는 ‘광복절’은 75주년이 아니라 72주년이 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관할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고 한반도 전역에서 ‘광복’은 아직도 “미완(未完)의 과업”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46년과 1947년에 있었던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에 따라 1943년11월의 카이로 및 테헤란 정상회담에서 미국 • 영국 • 소련 • 중국 등 2차대전 연합국이 합의했던 “한국 독립”을 실현시키는 산파역은 국제연합(유엔)의 몫이 되었다. 유엔은 1947년11월 “유엔 감시 하의 자유총선거”를 통한 독립 국가 건설을 요구하는 총회결의 112-II호를 채택했다. 북한지역의 공산주의자들이 총회결의 수용을 거부, 유엔임시위원단의 입북(入北)을 불허하자 유엔총회는 “우선 유엔 감시가 가능한 지역에서의 선거 실시”를 결의했고, 이에 따라 1948년 5월10일 38선 이남 지역에서 실시된 제헌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이승만(李承晩)을 대통령으로 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어 8월15일 “대한민국 독립”을 선포하게 되었다.


5.10 총선거를 거부한 북한 공산주의자들이 1948년 9월9일 평양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의 공산정권 수립을 발표함으로써 한반도에서 ‘2개의 분단국가’가 출현하여 법적 정통성을 다투게 되자 유엔총회는 1948년 12월12일 채택한 총회결의 195-III호에서 “한반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는 대한민국”이라고 선언하여 북한 정권의 합법성을 박탈하고 “미완성의 통일은 총회결의 112-II호에 의거하여 이룩할 것”을 요구했다. 북측의 거부로 실시되지 못한 북한지역에서의 “유엔 감시 하의 자유 총선거”를 통해 완성되는 통일을 요구한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 전역의 차원에서의 ‘광복’은 결국 “북한지역의 광복”이 마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과제로 남겨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의 8월15일은 또 하나의 엉뚱한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건국절(建國節)’을 둘러싼 논란이다. 1948넌 8월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보수 우파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친북 좌파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1948년 8월15일이 ‘건국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세력은 그 대신 중국 샹하이(上海)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인 1919년 4월23일을 ‘건국일’로 지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건국일’로 지정하자는 주장에는 객관적 타당성이 없다. 우선 1933년의 ‘몬테비디오 조약’(Montevideo Convention) 이후 국제법은 ‘국가’ 인정의 요건으로 ① 국토, ② 국민, ③ 주권 및 ④ 타국과의 조약 체결권의 구비를 요구하는 것이 정설(定說)로 되어 있다. 그런데, 1919년 샹하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 네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임시정부’에 여러모로 도움을 제공했던 쟝제스(蔣介石)의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도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었다.


단국대학교 한시준(韓時俊) 교수가 2014년에 발표한 “카이로 선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제목의 논문에 인용한 중국 국민당 정부 고위 외교관들의 회고록에 의하면 1943년11월 카이로 정상회담에 앞서서 쟝제스의 국민당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승인할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숙의했으나 “여러 가지 장단점에 대한 고려” 때문에 결론을 보류했고, 그 같은 상황이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논증되어 있다. 그 결과 1945년 일본 항복 후 ‘임시정부’는 미 군정 당국의 허가 거부로 ‘임정’ 차원의 환국(還國)을 하지 못하고 ‘임정 요인’들이 두 차례에 걸쳐서 개인 자격으로 귀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과 그의 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종북 좌파’ 세력은 2018년부터 8월15일을 민간 주도로 기념하는 ‘광복절’로 격하시키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23일을 정부 차원에서 기념하는 ‘건국절’로 격상시키는 역사 왜곡 공작을 집요하게 추진하기 시작했었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과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이 그 같은 공작의 일환이다. 이 같은 문재인 정권의 역사 왜곡 공작은 이를 통하여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주도한 대한민국 독립 쟁취 과정의 정당성을 훼손 • 폄하시킴으로써 문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용공화(容共化)’와 ‘연공화(聯共化)’ 그리고 나아가서 ‘연방제’에 의한 ‘공산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저의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민국의 호적을 올바르게 정리, 정돈하는 방법으로 해소시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방법으로서는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로는 8월15일을 대한민국의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이라는 명칭으로 기념하는 것을 법제화함으로써 ‘건국절’ 지정 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해소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짐으로써 한반도 전역에서 ‘광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8월15일을 ‘광복절’로 기념할 것이 아니라 ‘해방기념일’(Liberation Day)로 기념하자는 것이다.


‘광복절’을 기념하는 문제는 8월15일이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져서 “한반도 전역에서 국권과 국토가 회복되는 날”을 새로이 ‘광복절’로 지정하하여 기념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금년 8월15일은 ‘제75주년 해방기념일’ 겸 ‘제72주년 독립기념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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