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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비건 美 국무부 부장관 방한의 5가지 의미 - 한국과 의견충돌 보인 비건, “대북제재 틀 깨지말라!" - 비건, "한미워킹그룹 고수" 확고한 의지 밝혀 - 비건, "북한 비핵화와 보조 맞춰 대북지원 해야" 강조
  • 기사등록 2020-07-09 15:53:04
  • 수정 2020-07-10 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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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도훈 한미워킹그룹 한국 대표를 만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사진=Stars & Stripes]


[비건 방한, 한미간 의견차이 확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갔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방한 일정에서 한국 정부와 아주 핵심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을 것이고, 특히 북한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 주었다. 더불어 북한 비핵화가 수반되지 않는 대북제재 완화는 결코 없을 것임도 분명하게 밝혔다.


[비건 방한 의미 1: 누가 속였는가?]


이번 비건 부장관의 한국 방문과 맞물려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방한의 목적과 연관해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다.


최선희는 비건 부장관이 한국에 오는 날인 7일 담화를 통해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다시말해 한국에 오는 비건 부장관과 만날 생각이 전혀 없음을 공식으로 통보한 것이다. 그 말은 누군가가 북한측에 미국과 대화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의미이고, 그에 대해 북한측이 거절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비건 부장관은 최선희의 담화에 대해 8일 “이번 방문 동안 북한이 나와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보도를 봤다. 참 이상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에 만남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럼 누가 북한에 비건 부장관을 만나달라고 했을까? 뻔하지 않는가? 한국측이 남북간 비선 라인을 통해 북한 측에 미북간 대화를 다시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을 것이고, 이렇게 제안한 것을 또 미국측에도 통보했을 것이다. 그런데 비건 부장관이 미국을 출발하는 그 시간까지도 북한 측이 답이 없었기 때문에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미북간 만남의 판을 깔아 놨다고 문재인 정부는 미국에 생색을 냈을 터인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최선희 담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미국 사람들을 만날 생각이 없다’라고 했다는 점이다. 그 말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미북간 실무자 만남을 요구할 때 아마도 미국이 원한다는 식으로 전달했기 때문에 그렇게 답을 한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그러니까 미국에게는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북한측에게는 미국측이 대화를 요구한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거짓말로 중재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비건 부장관이 북한 최선희를 지목하며 “나는 최선희 부상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김정은이 대화 상대를 지정해 주면 그때 대화에 응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철저하게 최선희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앞으로 창의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옛 사고방식에 갇혀 있고 부정적이며 불가능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최선희하고는 대화를 할 용의가 별로 없으니 새로운 대화 상대를 내세우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진정한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고 살라미 전술로 이득만 취하려 하는 북한 외무성 대미 라인”에 대해 “그런 사람들은 빼고 실질적이고 권한을 갖는 인물을 대화 상대자로 내세우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그동안 실무협상에서 북측 대표단이 “비핵화에 대해선 협상할 권한이 없다”거나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만 결단할 수 있다”는 식으로 나온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앞으로 미국이 또 그런 식으로 알맹이 없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비건 부장관이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북간 대화의 공은 다시 북한 김정은에게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비건 방한 의미 2: 한미워킹그룹, 딴 생각 말라?]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과 관련해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를 비롯한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이 강력하게 한미워킹그룹의 역할 재조정을 요구했고 이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그러나 이는 달걀로 바위치기였다. 미국이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북제재의 완화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의 경협은 비핵화의 정도와 연동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에 있어서) 북한과 목표를 진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를 완전히 지지할 것을 기대한다(We look forward to fully supporting the government of Korea as it advances its goals with North Korea in inter Korean cooperation)”고 했다. 여기서 비건 부장관이 ‘지지한다’고 한 것이 아니라 ‘지지할 것을 기대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동안 미국은 남북간 협력에 대해 한 번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한다고 말은 한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 비핵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목표를 향한 진전’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 말은 곧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생긴다면 남북경협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토 달지 못하게 됐다.


[비건 방한 의미 3: 대북제재 틀 깨지 말라!]


한미워킹그룹의 고수와 함께 비건 부장관의 핵심 메시지 중의 하나는 대북제재의 틀을 절대 깨서는 안된다는 강력한 요구였다.


비건 부장관은 현재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 정부의 정책은 미북정상회담에서 애초에 거론된 “한반도 내 핵무기 제거와 견고한 평화 구축, 그리고 한국 사람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의미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또 “북한에게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도 밝혔다. 이 말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서지 않는 한 대북제재의 틀을 지속적으로, 그것도 더욱 강력하게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가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을 구축하면서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해 대북지원에 나서려고 했던 ‘광대한 꿈’도 주춤해 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비건 방한 의미 4: 일본 등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反中 라인 형성 요구]


비건 부장관은 이번 한국과 일본 방문의 주요 목적이 “동아시아의 주요 파트너인 일본, 한국과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반중(反中)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한국 측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일본과 한국에 대해서 독자적인 공급체인을 만들고자 하는 그런 협력을 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비건 대표와 나는 앞으로 한미 간 빈틈없는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발언한 부분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비건 부장관이 이번 한국 방문이 “한미동맹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구체적으로 화웨이·누크테크 사용 금지 운동, EPN(경제번영네트워크) 구축 등 미국의 대중국 정책과 관련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방한 의미 5: 친북 분위기 형성하는 한국에 대한 경고]


결국 비건 부장관의 방한 하이라이트는 친북성향의 외교안보라인이 들어서자 이들을 만나 미국의 정책 방향을 분명히 설명하면서 한미공조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한미동맹까지 흔들린다면 미국의 국익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비건 부장관이 직접 경고하면서 한미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이번 비건 부장관 방문의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9일 일본으로 건너가서도 한반도를 둘러싼 협력 문제와 함께 反中 경제공동체 형성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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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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