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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07 17:18:31
  • 수정 2020-07-07 1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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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이호선(국민대) 교수가 정교모 주최로 7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국공 사태 불공정 뒤의 진실"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 [사진=Why Times]


소위 ‘인국공’ 사태가 갖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불공정의 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 경직된 고용 제도를 고집하고 강화하는 현정부와 귀족노조의 이중성이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이다.


그런데 이 사태를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반드시 국민과 사회가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은 정부와 공사의 관련자들에 대한 구체적 법적 책임까지 포함하는 것일 수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2020년 4월 10일부터 6월 18일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2020. 6. 21.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라고만 함)가 기존 보안검색요원들을 특수경비원 신분에서 청원경찰로 변경하여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것은 그 동안 진행되면서 내렸던 모든 결론을 한번에 뒤집는 것이었을 뿐 아니라, 공사의 최근 수년간의 경영상태, 그리고 향후 경영전망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으로서 권력의 청부에 따른 모럴해저드, 나아가 주요 의사결정참여자들의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등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을 최근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 법무법인의 공식적인 용역보고서의 결론은 청원경찰 채용 방식 불가였다. 공사 측의 발표가 있기 전인 2020. 4. 9. 약 50여쪽에 달하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용역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이 용역보고를 수행한 법무법인 ‘바른’은 청원경찰제도는 적절한 방안이 될 수 없고, 특수경비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에 필요한 관련법 개정을 대안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청원경찰 제도에 관하여는 잎서 본 바와 같이 관료화. 노령화 등에 따른 비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되어 온 점,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특수경비원 제도가 도입된 점, 특수경비원과 청원경찰이 함께 근무하는 경우에는 경비조직이 이원화되어 지휘 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점, 청원경찰은 지방경찰청장의 숭인을 받아 입용하여야 하는 등 임용·교육·보수·징계 등에 관하여 청원경찰법령이 적용되어 공사의 인사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공사가 보안김색요원을 정규칙 근로자로 전환함에 있어서 청원경찰 제도는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한편 그 보다 앞서 세 번에 걸쳐 이뤄진 노・사・전문가협의회 중 최후의 협의회인 2020. 2. 28. 자 협의회에서도 청원경찰이 아닌 별도 회사로 편제·운영하기로 합의된 바 있었다.


“보안검색 1,902명은 항공보안법, 경비업법, 통합방위법과 같은 직고용 법적 문제 해소를 고려하여 별도 회사(인천공항경비주식회사)로 사업부제 방식으로 타 직무(보안경비 1,729명)와 구별하여 편제・운영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무법인 바른의 용역보고 다음 날인 2020. 4. 10. 공사 측에서 정부에 ‘정규직 전환 합의관련 후속 조치’를 보고하고 나서, 느닷없이 2020.6. 18. 위 용역결과를 뒤집는 법률자문, 즉 ‘청원경찰’ 제도 활용 권고를 취지로 하는 자문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사흘 뒤인 2020.6.21. 공사에 청원경찰로 직고용하는 안을 발표하였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어느 모로 보나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사는 6. 18.자 법률자문의 전문을 공개하고, 누가, 어떤 경위로 그와 같은 법률자문을 의뢰하였는지, 그 의사결정 과정과 관여자들을 공개하여야 한다. 거기에 정부의 요청이 있었다면, 정부 기관의 누가 그런 압력을 넣었는지 밝혀야 한다.


공사의 의사결정은 단순히 상반된 법률의견 간에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에서 보듯이 공사의 재정이 급속하게 손실로 돌아서면서,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그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엄청난 인건비 부담을 직고용 형태로 떠 안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경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엄연히 악의적으로 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행위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사안이다.


여기에서 보듯이 최근 5개년 동안 매출은 정체되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하여 23% 줄어들어 2015년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반면 매출원가는 2018년에 전년도(2017년)과 비교하였을 때 45% 인상되었고, 판관비는 2019년에 23% 인상되었다. 그리고 올해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전년도 8,650억 이익에서, 금년도 3,243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것이 예상이다.



단기 전망은 물론 과거 5년간 추세로 볼 때 1,900명을 청원경찰로 직고용한다는 것은 통상적인 경영자의 판단으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공사의 경영진은 다음과 같은 해명을 청년들은 물론 일반 국민 앞에 납득할 수 있도록 소상히,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번 ‘인국공’ 사태는 청년들의 공정한 기회를 빼앗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장차 세금으로 그 손실을 메꿔 넣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2020. 4. 10. 정부에 후속 조치 보고를 함에 있어서, 공사의 경영 상태(즉 2020년 전망, 최근 수개년의 영업이익 추세 등)도 아울러 보고하였는가, 그렇지 않다면 공사는 그 자체로서 의무 해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둘째, 2020. 6. 18. 자 법률자문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는가. 그리고 기존 용역보고와 노사전문가 협의를 모두 무시하고 그 법률자문에 따르자는 제안이 이루어진 회의, 참석자,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공사 경영 현황에 대한 적절한 고려, 즉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재정적 위험이 충분히 논의되었는가, 논의되었다면 어떤 식으로 악화되는 경영여건과 비정규직의 대거 정규직 직고용이 양립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2020. 4. 10. 정부에 보고 이후, 정부 기관을 비롯 공사 이외의 주체로부터 비정규직 직고용과 관련하여 공식・비공식 요청 사례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


‘인국공’ 사태는 단순한 청년 취업 기회의 박탈을 넘어 전문가는 물론, 노사의 합의까지 무시하고, 공사의 재정적 손실을 뻔히 알면서도 정파적 이해를 위해 건전한 공기업을 망친 대표적 사례로 규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이호선 시론] ‘인국공’ 사태 본질을 봐야 한다. (서울경제. 2020. 6. 28.)


청춘 남녀의 결혼률을 높이기 위해 일단 교제를 했으면 결혼을 강제하도록 하는 법을 만든다고 하자. 거기에 한번 결혼하면 절대 이혼을 허용하지 않는 조항도 넣어 둔다고 해 보자. 물론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이런 법에 찬성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권을 갖는 인간의 본연의 권리에 대한 침해일 뿐 아니라, 이 법이 시행되면 그 어떤 남녀도 선뜻 교제하기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법이 버젓이 횡행하고, 더욱 횡행할 조짐을 보인다. 바로 고용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노동관련 법령에 의하면 일단 고용관계가 성립하면 사업자와 근로자는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아야 한다. 남녀가 가정을 이루었다가도 피치 못해 헤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사람을 채용할 때는 그 만큼의 유연성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결혼에 주춤하는 남녀처럼 기업은 쉽게 정규직을 채용하지 못하고 가능한 비정규직으로 두려 하는 것이다. 업무의 연속성, 기능의 숙련도 확보라는 면에서 이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진심으로 원하는 바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공사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문제는 일차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였다는 것에 있지만, 그 깊은 뿌리는 경직된 고용 제도에 있다. 정권과 여당은 청년들의 분노를 생트집으로 폄하하고, “험한 일 하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잘못된 특권 의식의 발로”라고 비난하기 전에 왜 1,900명이나 되는 보안검색요원들이 지금까지 비정규직으로 있어야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해고의 유연성’이라는 말에서 비인간적 자본주의의 횡포만을 떠올린다면 그건 너무 단견이다. ‘해고의 유연성’은 다른 말로 ‘채용의 유연성’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직업에의 입・출입이 보다 자유롭다면 근로자의 입장에서도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자신의 노동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게 된다.


사람을 채용함에 있어 과도한 법적 의무를 지움으로써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 한 명 채용함에 있어 이혼이 절대 금지된 결혼을 하는 남녀처럼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1,900명 중에는 이미 정규직도 상당히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지금은 비정규직이지만 자기 적성에 맞고, 수입도 더 좋은 다른 직업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언제든지 툴툴 털고 이직할 준비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들 역시 우리 사회 전반의 경직된 고용 제도의 피해자인 것이다. 소위 ‘을’과 ‘을’의 싸움을 붙인 자들이 누구인가. 바로 정부・여당, 그리고 이미 막강한 권력이 되어 버린 귀족 노조가 장악한 민노총이다.


중국 역사를 보면 못된 무리들이 즐겨 쓰는 책략 하나가 있다. 작란(作亂), 즉 천하를 우선 자기가 어지럽혀 놓은 다음, 이 어지러운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내가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뻔뻔스러운 잔꾀이다. 고용 병목 현상을 만들어 놓음으로써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밖에 없도록 해 놓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위선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 소위 이번의 ‘인국공’ 사태이다. 이제 많은 국민의 눈에 누가 작란(作亂)을 벌여, 자기들만의 밥그릇을 챙기며 장난질을 치기 시작하는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기생충’ ‘빨대계급’이라고 불리는 그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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