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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07 16:51:35
  • 수정 2020-07-07 17: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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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김태기(단국대) 교수가 정교모 주최로 7월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국공 사태 불공정 뒤의 진실" 세미나에서 발제한 내용입니다.


▲ 사진=Why Times]


1. 왜 인국공 사태인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전환을 둘러싼 갈등은 개별회사를 넘어, 경제와 고용뿐 아니라 정치의 문제로, 가치와 이해관계 충돌이 관계자의 공방으로 모습을 드러낸 일련의 사태로 확대되었다. 사태의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후 첫 번째 현장 방문한 인천공항공사가 2020년 6월에 1900명 정도의 보안 검색요원을 콕 찍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데서 시작되었다. 그러자 이를 중단해달라는 집단 청원이 청와대로 밀려들었고, 청와대와 여권의 유력 인사들은 인천공항공사와 고용노동부를 제치고 직접 나서, 집단 청원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고 친여언론을 통해서 해명하고, 보수정치와 언론이 노·노갈등을 부추긴 음모라거나, 자본의 분열책이라는 등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는 더 커졌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보안 검색요원의 직고용에 의한 정규직화에 문제를 제기한 청년층이 왜 분노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문 정권이 등장한 이후 청년층의 취업은 공식 실업률 10%, 체감실업률 26%를 넘을 정도로 급격히 악화했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청년층의 비정규직 비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청년층은 문 정권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3년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10만 명 가까이 줄었으나 민간부문은 70만 명 정도 늘었다. 게다가 청년층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노동시장뿐 아니라 부동산규제 강화로 재산형성 기회에서도 사라짐에 따라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면 청년층의 불만은 커지고 다른 계층으로 확대되어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을 청와대와 여당이 이해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했듯이 임시방편인 정책으로 넘기면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의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이 문 정권에 실망했다고 이들의 성향이 보수화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문 정권에 대한 청년층의 지지율 감소가 미래통합당에 대한 지지율 증가로 바뀌지 않았다. 미래통합당도 청년 고실업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가 발생하면 정치권 전체에 대한 문제로 커질 수 있다.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고용보험제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권을 잡고 미래통합당도 끌려간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정치제도의 산물이다. 청년 실업은 나라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도 정책과 제도에 기인한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은 남부 유럽에 대해 2011년 1월 1일 자 뉴욕타임즈지는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의 미래를 집어삼켰다고 표현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586세대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과 제고가 청년층의 이익을 배제했다. 문 정권의 경제정책은 남부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청년층을 더 소외시켰다. 남부 유럽은 공공부문 고용 확대로 실업을 줄이고자 했으나 고용은 오히려 더 악화했고, 시장개입 강화로 경제를 살린다고 했으나 생산성은 떨어지고 성장은 후퇴해 결국에 재정위기를 자초했다. 또 청년 시위가 관행화되었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포퓰리스트 신생정당이 등장해 정치 불안이 구조화되었다. 결국에 안으로는 개혁을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바깥으로는 구제금융요청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냉담에 직면하게 되었다.


청년층 고실업이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의 징후라는 점은 남부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 4.19 학생운동의 뒤에는 30% 넘는 고실업이 있었고, 2014년 대만의 3.18 학생운동이나 정권을 줄줄이 무너뜨린 2011년 ‘아랍의 봄’ 시위도 그랬다. 소득주도성장 등 포퓰리즘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청년 체감실업률이 30%를 넘기는 일은 시간문제라 보인다. 노동 개혁과 교육 개혁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필수적이지만 문 정권 들어와 완전히 실종되어 있다. 오히려 청년 실업을 악화시키는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문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인 민노총 등 노동계가 요구대로 정년을 연장하고 노동조합의 특권을 강화하는 노조 3법 개정 등이 그렇다. 또 교육과 노동시장의 단절을 개선하고 직업교육을 강화하기는커녕 학부모·학생의 학교 선택권과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악화시키는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이 글은 인천공항공사 사태의 본질을 규명하고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한다. 당사자인 청년층의 실업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가 정치문제인 만큼 정치경제학 관점에서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토대로 살펴본다. 사태의 본질은 개별 기업 차원, 공공부문 차원, 거시경제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가 공공부문, 거시경제 차원으로 이전확산에 주목한다. 사태의 전망은 청년 고실업의 구조적·제도적 원인이 무엇인지, 기존의 정책이 적절한지를 살펴본다. 경제성과의 실제와 인식의 차이에 주목해 정책이 실패해도 고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청년층의 불만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논의를 집중하다. 마지막으로 청년 고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보수정치가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2. 인천공항공사 사태의 본질은?


갈등에서 이익은 급여 등 실체가 있는 현재의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이익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이익도 포함된다. 갈등에서 이익은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서 계산되고 느껴진다. 이익은 실체적 이익, 절차적 이익, 원칙적 이익, 관계적 이익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이익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수록 갈등이 복잡하고 해결이 어렵다. 사람에 따라 그리고 문제에 따라 어떤 이익이 더 중시되는지가 달라진다. 실체적 이익보다 미래를 좌우하는 원칙적 이익, 관계적 이익, 절차적 이익이 중시될수록 표면적인 문제보다 안으로 내재한 문제가 갈등 해결의 관건이 된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전환 갈등은 이러한 유형에 속하고 당사자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서 취업준비생, 다른 공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일반 사람으로 확대되면서 실체적 이익은 물론 원칙적 이익, 관계적 이익, 절차적 이익 모두를 훼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는 원칙적 이익에 속한다. 원칙적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전환 갈등은 모두 상실했다.


· 보안 검색요원만 직고용으로 정규직전환을 하고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공사 방문일을 기준으로 하기에 기회가 평등하다고 느낄 수 없다. 운 좋게 그날 이전에 보안 검색요원인 사람만 직고용 정규직전환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전환에 대해 노사와 전문가들이 공감하는데 갑자기 직고용으로 전환했기에 더욱 그렇다.


·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과 대기업도 시험을 통해 채용한다. 신뢰가 낮은 남부 유럽에서 시험을 통한 채용이 일반적인 데서 알 수 있다. 신뢰가 낮을수록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더 커지는 만큼 채용절차는 더 엄격해진다. 보안 검색요원을 직고용으로 정규직전환을 하더라도 절차가 공정했다면 반발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다.


· 취업준비생의 공무원·공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대기업을 압도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공기업 중에서도 선호도가 가장 높고 정규직 입사경쟁이 가장 치열한 직장 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반면,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은 물론 협력사의 채용은 느슨하고 인맥 등이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교육 등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무시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결과가 정의롭다고 느낄 수 없다.


인천공항공사의 갈등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으로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과 입사희망자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공기업의 속성상 파이(임금 재원)와 채용 정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환대상인 비정규직의 숫자가 기존의 정규직보다 훨씬 많아 더욱 그렇다. 게다가 정규직과 직종의 성격이 다른 보안 검색요원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인천공항공사의 핵심 가치는 물론 서비스 경쟁력도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정규직 노조와 검색요원 노조의 갈등이 벌어져 인천공항공사 조직은 흔들리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검색요원이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인 제1 노조가 될 것으로 보여 더욱 그렇다.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을 통한 보안 검색요원의 정규직화는 선례가 되어 공공부문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정책이 신뢰를 잃어 유사한 업종의 공기업은 물론 지방 공기업까지 직고용을 통한 정규직전환에 요구가 커지고 공공부문 전체로 파급될 것이다.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이미 전환한 공기업도 직고용 요구로 새로운 갈등을 겪게 될 것이다. 게다가 공공부문의 정규직전환으로 인건비가 대폭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올라 공기업은 적자가 더 커지면서 결국에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 또한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와 정규직전환으로 민간부문 노동시장이 위축되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제조업과 도소매서비스업 등 순수한 민간부문 노동시장은 취업자가 줄었고, 공공단기아르바이트 덕분에 60대만 늘고 다른 연령대의 취업자는 줄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와 인천공항공사의 직고용에 의한 정규직화는 고실업-저성장을 고착시키게 될 것이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를 능가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공공부문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더 커지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문제가 더 악화해 청년 실업률이 더 치솟게 된다. 공기업은 법령에 따라 움직이고 기술과 시장 변화와 단절되어있는 데다 노조의 힘도 강해 임금·고용 결정이 경직적이다. 대기업노조는 공기업을 지렛대로 단체교섭에서 사업주를 압박하기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시장의 경직화는 민간부문의 경직성을 키운다. 결국에 기업의 시설 투자와 개인의 인적자본 투자가 약화하고, 고학력화된 청년층은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시장으로 떠밀리게 된다. 게다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경제 전반의 혁신이 둔화하고, 경제 불안과 정치 불안이 커지면서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더 키운다.


3. 청년 실업이 악화하지만 방치되는 이유?


뉴욕타임즈(NYT)는 남부 유럽의 청년실업을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의 미래를 집어삼킨 문제라고 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연공급 경향이 강해 청년의 임금이 올라가고 인사이드가 되지 못해 청년 실업이 심각해졌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철승 외(2020)는 1958-1964년 세대가 연공급을 유지하면서 임금상승률을 높인 전투적 노동운동을 청년 고실업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연공급의 정도는 스웨덴 덴마크 등이 낮고 일본은 높은데,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사실상 실업자인 NEET(Neither Employed nor engaged in formal Education and Training) 기준으로 보면 2017년 그 비율이 20% 정도로 OECD 국가 중에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다음으로 가장 높고,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은 낮다. 거의 모든 국가는 대학졸업자일수록 NEET의 비율이 낮은데 우리나라는 정반대이고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높다. NEET 중에서 45%가 대졸자이고 1인당 국민소득 대비 학생당 교육비 지출도 가장 많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은 모순덩어리지만 방치되었다. 남부 유럽은 청년 실업의 방치가 경쟁력의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노동시장에 대한 법규제가 많아 직장이동의 비용이 크기 때문에,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꺼려 비정규직이 많지만, 근로자로 아예 신고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기업과 학교의 관계도 단절되어 교육은 숙련의 습득보다 취업에 필요한 학위나 자격의 취득에 기울어 있다. 노조는 힘이 강하지만 분열되어 경쟁을 벌이고, 노사관계가 불안해 자본과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다. 좌파 포픂리즘의 득세로 정치가 불안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시도하기조차 쉽지 않고, 개혁한다고 해도 불완전하거나 좌초되었다.


문 정권하에서 청년고용의 모순이 더 심각해졌다. 근로자의 임금·고용 선택의 자유는 후퇴하고 노조의 특권이 강화되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자유는 헤리티지와 세계은행 기준(2019년) 181개국 중에서 108위로 낮아졌다. 노조조직률은 올라갔으나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집중되어 조합원인 10%의 근로자와 나머지 90% 근로자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연공급은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장벽뿐 아니라 청년고용의 비정규직화를 일으킨 핵심 원인인 임금체계 개편에 노동계가 반대해 외면하고 있다. 연공급은 조기 퇴직의 원인이 되어 고령화가 빈곤화로 되는 문제를 일으키나 노조의 보호막에 있는 10%의 근로자만 정년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 청년고용의 비정규직화가 커지면서 인적자본은 물론 재산형성도 어렵게 만들어 결혼 및 출산 기피는 더 커지고 청년층의 행복지수는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청년에게 원래부터 불리했던 것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이전에도 연공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었으나 노조의 영향력은 작아 부작용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더구나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어 고학력화된 청년 노동 공급의 증가를 흡수했다. 그러나 그 이후 사정이 바뀌었다.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지는데 노조가 경제투쟁뿐 아니라 정치투쟁을 강화했다. 경제투쟁은 임금인상은 물론 고용 보호 강화로 확대되었고 정치투쟁은 노동 정치의 강화로 나타났다. 노조는 대기업은 물론 학교와 공기업, 언론사 등을 장악하고 연대투쟁으로 정치적 힘을 키웠고 좌파 정당과 손잡아 노조가 선거의 변수가 되었다. 노동 정치는 ‘세대 네트워크’가 작용해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이끈 586세대의 이익으로 돌아갔고 청년세대는 소외되었다. 또 노동 정치는 경제민주화를 이용해 사업주에 대한 협상력을 키웠고 정책 무대를 노조에 더 기울어지게 했다.


노동 정치는 ‘586세대 과다대표, 청년세대 과소대표’가 되어 균형을 깨뜨렸다. 연공급 개혁을 위해 586세대의 양보가 필요하나 오히려 정년 연장으로 이익을 연장하고 있다. 청년의 인적자본 개발도 후퇴시켰다. 전교조가 학교는 물론 교육행정까지 장악하면서 학교와 노동시장의 관계는 더 단절되었고 직업교육·훈련은 더 뒤로 밀려났다. 노동 정치에서 힘의 불균형은 노동정책을 이원화시켰다. 즉 기득권자에 대한 보호는 강화하고 아웃사이드의 불만은 재정지원으로 달래는 정책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정책의 이원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악화시키고 재정 낭비를 키웠다. 청년 고실업을 해결한다며 중소기업의 고용에 대해 지원금을 주었고, 비정규직을 줄인다고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으나, 노조의 특권을 줄이지 않음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벌어졌고, 청년층의 대기업 일자리는 줄고 청년층의 비정규직화는 커졌다.


문 정권은 노동 정치와 노동정책 이원화의 모순을 더 키웠다. 최저임금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고용감소를 재정에 의한 공공일자리 사업 등으로 메웠다. 공식적인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은 막았으나 저임금 근로자는 늘어나고 임금소득 불평등은 커졌다. 이러한 노동 정치와 노동정책 이원화의 모순은 청년층에게 컸다. 기업이 신규 일자리 창출을 중단하는 상황이고,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와 정규직전환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고실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규제축소 등으로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하고 학교와 기업의 협력을 제도화하도록 교육을 바꾸어야 하는데 문 정권의 핵심 기반인 민노총과 전교조는 반대한다. 결국에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문 정권이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청년실업 문제는 달라진다.


4.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 발생할까?


청년층의 불만은 인천공항사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전환 외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청년층의 제2의 인천공항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청년층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가능성은 커진다. 문 정권하에서 청년층의 일자리가 개선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결국은 문 정권에 대한 신뢰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갈등의 발생과 해결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신뢰다. 정권에 대한 신뢰는 정책의 성공으로 경제성과가 개선될 때 올라가지만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전환처럼 실패하면 정권에 대한 신뢰는 떨어진다. 신뢰는 쌓일 때는 시간이 걸리지만 떨어지는 국면으로 들어가면 하강 속도가 빠른 특징을 보인다.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 계층보다 문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높았다가 떨어지고 있어 인천공항공사 보안 검색요원의 직고용에 의한 정규직전환의 후속적인 갈등은 더 커질 것이라 보인다.


신뢰는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 옳고 공정하다고 느낄 때 정책에도 신뢰를 느낀다.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는 물론 2018년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와 2019년 한국도로공사 정규직전환 시위 등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경제성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이는데 실제 경제성과보다 사람들의 경제성과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이 중요하다. 정치가 안정적인 나라는 사람들은 경제성과와 자신의 위치를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고 반면, 정치가 불안한 나라는 정반대로 낮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정부에 대한 저 신뢰를 수수께끼라고 표현했다. 다른 나라에 비교해 경제성과가 실제로는 좋았고 중산층의 비율도 높은데도 불구하고 경제성과에 대한 인식은 나빴고 저소득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높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은 것이 의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정권에서는 다른 수수께끼가 생겼다. 경제성과가 낮은데도 불구하고 적어도 여론조사로 보면 문 정권에 대한 신뢰는 높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많지만, 총선에서 압승은 문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제성과를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하는 문재인 프리미엄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 이후 정부에 대한 신뢰가 계속 떨어졌던 이유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고, 언론의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칠고, 5년 단임제 대통령제와 양극화된 정당의 경쟁에다 대통령의 치적 사업과 같은 정치 논리에 빠진 정책의 실패와 비리가 지적된다. 이에 비추어보면 문 정권의 경제성과를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는 이유는 언론이 친여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는 주변의 평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버드대학 협상연구소(Program on Negotiation)에 의하면 똑같은 정책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 정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찬성하기 쉽고, 반대한다는 말을 들으면 싫어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경제성과가 좋아 신뢰가 올라가는 것과 경제성과 악화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은 비대칭적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산권의 침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법치주의 위협이 지적되고 반면, 재정적자는 심각한 상황에 도달하지 않으면 변수가 되지 못한다. 실업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지만, 청년 실업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적다. 유럽의 경우 실업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시위 등으로 나타나 정치제도 자체를 바꾸는 기폭제가 되어 포퓰리스트 신생정당이 등장했다. 특히 청년실업이 정치제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불만이 폭발한 경우는 다른 문제가 맞물렸을 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청년실업의 악화만으로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가 대규모 시위로 이어지기는 어렵고 정부의 신뢰를 해치는 다른 문제와 어우러져 발생할 것이라 보인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정권의 비리나 결정적인 정책 실패가 발생하고 반면, 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불만을 수렴하지 못하면 청년 실업은 대규모 시위로 나타났다. 2010년대 북부 아프리카와 중동의 ‘아랍의 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 그리고 남부 유럽의 청년 시위가 그랬다. 지금 우리나라가 이렇게 바뀌고 있다. 부동산규제 강화로 재산권이 침해되었다는 인식이 2030 청년층을 넘어 40대로 확산하고 있다. 또 윤석렬 검찰총장 흔들기, 조국 전 장관 보호, 울산시장 부정선거 은폐 등 사법의 독립과 법치주의가 흔드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는 진보진영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문재인 프리미엄을 믿는지 불만과 우려를 수렴해 바꾸지 않고 오히려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제2의 인천공항사태가 발생하고 또 청와대 집단 청원 차원을 넘어 대규모 시위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60년 4.19와 외국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규모 시위로 나타나는 임계점은 청년 체감실업률 30%를 넘는 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현재 청년 체감실업률은 26%로 급증했는데 민간 일자리를 견인하는 제조업과 도소매서비스업의 취업자 감소 추세는 이어져 얼마 있지 않아 3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이 악화해 청년 실업자가 청년 4명 중 한 명에서 3명 중 한 명으로 늘면 일반 사람들의 실업률도 올라가 청년의 불만에 동조하는 사람이 크게 늘 것이라 보인다. 2014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은 청년실업과 외교정책의 실패가 맞물린 문제라는 점에서 문 정권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무력도발은 물론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청년층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문 정권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는데 북한에 대한 섣부른 경제지원은 평화경제라는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처럼 청년과 일반 사람의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다.
5. 무엇을 해야 하나?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시기에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창당한 지 1년도 안 된 신생정당으로 공화당과 사회당 양당체제를 무너뜨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당선의 중요한 요인으로 실업률이 높은 청년층의 지지가 손꼽힌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처럼 25%의 높은 청년 실업률뿐 아니라 청년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로 불만이 컸고 이는 마크롱에 대한 기대로 모여졌다. 마크롱 집권 2년 만에 프랑스는 청년 실업률이 4% 포인트 떨어졌고, 26%로 추락하던 대통령 지지율도 36%를 회복했다. 마크롱은 일하는 프랑스를 만들자면서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 특권 줄이는 개혁을 밀어붙이고 직업교육을 강화했다. 마크롱의 개혁은 1990년대 스웨덴 등 북부 유럽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 이미 했던 개혁과 유사하다. 이들 나라도 노동시장 경직성과 이중구조로 청년 실업률이 높았다가 노동 개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청년 고실업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문제는 고실업의 원인을 직시할 양심과 고실업을 해결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다. 남부 유럽이 기성세대가 청년의 미래를 집어삼켜 청년 실업이 악화했다는 비판을 받듯이 우리나라도 이런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 문 정권은 더 심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공공부문 고용 확대로 일자리 만들기 정책 등 남부 유럽조차 폐기처분을 한 정책을 가보지 못한 길을 간다면서 밀어붙여 국민을 혼란에 빠뜨려왔다. 또 인천공항공사 사태를 일으킨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도 세계적 흐름과 역행한다. 공공부문 혁신이 OECD 국가의 공통 과제가 된 지 오래다. OECD 각국은 과잉인력은 줄이고 생산성은 높여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면서 공공서비스의 질은 높이는데 매달리고 있다.


제2의 인천공항공사 사태를 막으려면 문 정권은 지금이라도 좌파 포퓰리즘 정책과 결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독점적으로 맡는 기능 중에서 민간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넘겨, 인천공항공사가 부럽지 않은 민간 기업들이 많아져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원래의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고 동시에 경영혁신을 통해 도덕적 해이는 줄이고 경쟁력과 서비스의 질은 높여야 한다. 공공부문은 기존의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능력개발과 업무성과 평가, 조직관리 강화 등으로 기회의 평등-과정의 공정-결과의 정의가 자연스럽게 달성되도록 만들고,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책무성이 올라가게 만들어야 한다.


청년의 취업기회가 늘어나고 정규직 취업이 쉬워지며 청년층의 비정규직화에서 벗어나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경직화는 채용은 어렵게 고용은 줄이게 만들어 피해가 청년층일수록 컸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개혁은 법·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인사이드 보호를 강화하고 아웃사이드를 실효성도 없는 재정지원으로 달래는 이원적 노동시장 정책의 개혁도 필수적이다. 문 정권이 이러한 개혁을 외면하고 역대 정권이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이유는 노조에 기울어진 노동 정치에 있다.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의 최대 과제는 노조의 이익에 기울고 일반 근로자의 이익을 간과하는 노동 정치를 바로잡는 것이라는 점을 정치권은 물론 일반 국민도 알아야 한다.


다른 나라는 노동 정치가 편편하게 바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문 정권 들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고, 보수정당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보수정당은 선거에서 노조의 도움을 기대하고 기회주의적 태도로 왜곡된 노동 정치를 방조하고 있다. 또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유대도 떨어져 노동 정치를 바로잡는 일을 할 주체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보수정당의 행태는 지지자들의 열성을 식히고,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보수정당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대처 수상이 성공했던 이유는 보수정당의 이러한 약점을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또 보수정당은 유럽이 1970년대 진보정치 강화로 청년 실업이 악화했던 경험은 물론 1990년대 이후 기술혁신의 시대가 되면서 진보이념이 쇠퇴하는 세계적 흐름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진보정치 전성기다. 진보정당은 보수정당과 정반대의 길을 밟음으로써 진보이념을 대세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집권 여당은 더 좌파이념으로 기울어 노동 정치의 볼모가 되었다. 진보정당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도 개발해 청년을 끌어들이고 진보성향 유권자를 결집하며 중도성향 유권자에게 선전을 강화한다. 이뿐 아니라 진보정당은 노동계는 물론 시민단체와 유대를 강화해 자신에게 이미 유리한 노동 정치무대를 더 강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의 경험에서 봤듯이 기술혁신과 이에 따른 노동의 성격 변화를 진보정치가 따라가지 못하고 산업화시대의 방식으로 대응하면 결국에 지지기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586 좌파 운동권의 권력화가 청년층에게 기회 박탈로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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