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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김정은 전용기가 함흥으로 갔다고? 진짜? - 김정은 전용기 아닌 고려항공 여객기로 확인, 오보 확실 - 김정은 SLBM 도발은 대미항전의 마지막 카드 중 하나 - 오히려 김여정이 함흥지역으로 갔을 가능성 더 커
  • 기사등록 2020-06-18 11:03:38
  • 수정 2020-06-18 13: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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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언론이 김정은 전용기라고 보도한 An-148고려항공 여객기


[김정은 전용기가 함흥으로 갔다? 오보(誤報) 가능성]


17일 오후 연합뉴스를 비롯해 TV조선 등 주요 언론들이 김정은 전용기 또는 특별기가 동해 쪽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전용기가 평양을 떠나 함흥으로 갔다”고까지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그 비행기에 김정은이 탑승을 했다면 “인근 신포에서 신형잠수함을 공개하거나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미사일 SLBM 개발현장을 시찰할 거란 관측”까지 실었다.


주요 보도 내용은 이렇다.


-17일 오전 10시경 김정은 전용기와 같은 고려항공 소속 비행기 1대(우크라이나산 안토노프 An-148)가 북한 상공을 날아가는 모습이 민간 항공추적사이트에 포착됐다.


-비행 거리가 3500㎞인 An-148은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 시찰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기종이다. 과거 북한 관영매체는 김 위원장이 An-148을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항공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Flight Radar)24'에 의하면 평양 방면에서 북동쪽으로 향하던 비행기는 함경남도 요덕군 상공에서 신호가 사라졌다.


-실제 김 위원장의 탑승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민군 총참모부가 빠른 시일 내 군사행동을 예고한 만큼 김정은의 신포조선소 시찰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3발을 탑재할 수 있는 신형 3000톤급 잠수함을 개발 중인데, 여기에 탑재할 신형 SLBM을 공개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팩트체크 1: 진짜 김정은 전용기 맞는가?]


함흥으로 갔다는 김정은 전용기에 대해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플라이트 레이더 24`에 나타난 고려항공 JS671편 항적


우선 ‘플라이트 레이더24’를 네이버 ‘아침안개’ 블로거가 직접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기종은 ‘안토노프 An-148-100B’이고 기체등록번호는 ‘P-671(7277CF)였다. 이 기종은 고려항공 JS671편이다. 식별시간은 한국시간으로 17일 10시 11분이었고 고도 20875ft를 353노트의 속도로 방위각 35도로 비행 중이었다.


이 기체는 지난 2019년 4월 26일 평양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향하던 중 요덕 상공에서 식별된 적이 있고, 2020년 1월 25일 평양-심양을 왕복한 것이 국제선으로서 최근의 항적이다. 이는 고려항공의 JS671편이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편명(Flight No)임을 말해 준다.


현재 고려항공은 ‘안토노프 An-148-100B’를 두 대 보유하고 있다. 기체번호는 P-671과 P-672로 비즈니스석 8개와 이코노미석 62개로 7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이 두 대의 항공기는 지금 평양과 베이징 노선에 JS151, JS152, JS251, JS252 편명으로 교대로 투입되고 있다. 정리하자면 ‘안토노프 An-148-100B’가 노선에 따라 편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안토노프 An-148-100B’가 베이징을 갈 때는 JS151이 되고 심양을 갈 때는 JS671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언론이 JS671편이 김정은 전용기라고 보도한 것은 분명한 오보로 보여진다. 김정은 전용기는 ‘참매 1호’로 알려진 IL-62이다.


▲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 1호


물론 김정은이 2015년에 ‘안토노프 AN-148(기체번호 P-671)’의 조종석에 앉아 찍은 동영상이 공개된 적이 있었고 이 항공기를 타고 북한 내부에서 이동을 한 적은 있었지만 김정은의 전용기는 분명 아니다.


또한 언론에서 말한 ‘JS671’편은 고려항공의 부정기 국제선 편명이지 김정은 전용기를 표식하는 것은 아니다. JS671은 2019년 4월 24일 북러정상회담 당시 블라디보스톡 행으로 식별된 적이 있고, 17일 이번에 또 같은 코스에서 식별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JS671이 요덕 상공에서 식별되었다고 김정은이 원산 또는 함흥으로 갔을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요덕 상공은 북한 민항기가 블라디보스톡으로 가는 항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말은 김정은이 고려항공 JS671을 타고 함흥 등의 지역으로 갔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는 하지만 섣불리 단정지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항공기를 김정은 전용기라고 지칭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팩트체크 2: 진짜 김정은이 함흥쪽으로 갔을까?]


그렇다면 국내 언론의 보도대로 김정은이 전용기가 아닌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진짜 함흥지역으로 갔을까?


우선 김정은이 함흥이나 원산으로 직접 갔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이번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의 경우에도 김정은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지금 북한은 철저한 투 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대남 및 대미 관련하여 김정은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김여정이 전면에 나서 공격형 언어 도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남쪽을 향해 남북평화의 상징인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남한을 향해서는 매우 공격적 행동을 취하지만 미국을 향해서는 아직까지는 언어적 도발만 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전략 전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도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자제하라’고 점잖게 응수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김정은이 3000t급 잠수함이 있는 신포로 가서 SLBM 발사 같은 도발을 직접 감행한다든지 그것이 아니더라도 SLBM을 3발이나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을 과시한다면 이는 이젠 김정은까지 직접 나서 미국에 항전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으로서도 아예 퇴로를 차단하는 것이고 그만큼 위험부담도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대미항전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가 하는 문제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은이 직접 신포 기지로 갔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②김정은의 건강 또는 안전 문제


김정은이 직접 신포 기지로 갔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중의 또 하나 이유는 김정은의 건강 및 안전 때문이다. 김정은의 건강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김여정에게로의 ‘당중앙’ 귄위 부여는 그동안의 북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의 생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실상의 세습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미국의 모든 정찰정보 등이 고도화되고 있다고 볼 때 김정은의 동선을 미국이 고스란히 파악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도 항적까지 드러내면서, 그것도 미국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는 신포리로 간다? 그것은 진짜 바보가 아니면 감히 할 수 없는 일들이다.


물론 국내 언론은 일부러 자신의 행적을 알림으로써 앞으로의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팩트체크 3: 진짜 김정은이 함흥 쪽을 갔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함흥이나 원산 쪽으로 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당연히 두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①신포리 잠수함 기지 방문 가능성


첫째는 신포리의 잠수함 기지를 방문해 SLBM 3기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을 대외에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바지함에서 실시했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실제 새로 건조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훈련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잠수함 과시는 몰라도 SLBM 도발을 한다는 것은 미국을 직접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대미항전의 최후에 쓸 카드이지 지금 내놓을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②단거리탄도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 가능성


신포리가 아니라면 원산 앞바다에서 지난해 5월 이후 13번이나 했던 단거리 탄도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 도발을 직접 시찰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미 13차례나 써 먹었던 방법이라 신선하지도 않고 그것이 대남 또는 대미 경고로 받아들여지기에는 무리가 상당히 있다.


[팩트체크 4: 혹시 김여정이 탑승해 함흥 쪽으로 간 것은 아닐까?]


두 번째 팩트체크 항목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이미 군권의 실질적 지휘를 행사하고 있는 김여정이 직접 신포리 기지를 방문해 잠수함 건조 마무리 행사를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김정은이 전면 등장하기는 부담스런 상황에서 얼마든지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김여정이 그러한 행사를 한다면 김여정은 이미 오빠 김정은을 대체할 수 있는 후계자로 확고해졌음을 의미한다.


[결론은 이렇다]


김정은이 전용기를 타고 함흥으로 갔을 것이라는 국내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4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①분명한 것은 이번에 식별된 항공기는 김정은 전용기가 아니라 고려항공 부정기 여객기이다.


②고려항공 JS671편을 타고 김정은이 함흥으로 갔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③따라서 김정은이 신포리 잠수함 기지를 방문한다거나 SLBM을 도발할 가능성 역시 아직까지는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대미항전의 마지막 카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④오히려 김여정이 참관하여 단거리탄도미사일 또는 초대형 방사포 도발 등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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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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