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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9 19: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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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총을 쏴서 유리창에 총알구멍이 났다고? 밤길에 덤프트럭이 본인 차를 박으려고 했어?
-CCTV, 차량 블랙박스, 카메라 녹화 영상 하나만 공개해도 엄청난 특종인데 그동안 뭐했어?
-여론의 자정작용 따위는 없다. 이 나라에서는 ‘진실’이 아니라, ‘진영’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


▲ 주진우가 tvN에 출연해 보수정권 당시 차량 총기저격 등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씨가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에 출연해 헛소리를 했다. 지난 정권, 본인이 탐사보도 활동을 하는 도중 무서운 일을 많이 당했는데,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그런 일이 사라졌다는 거다.


보수 정권 당시, 미행과 거주지 침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미행당할 때는 괴한이 본인을 겁주기 위해 일부러 앞에 와서 서있기까지 했다고 한다. 혼자 쓰는 집인데 책장이 옮겨져 있고, 창문이 열려있었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가수 이승환 씨는 누군가 주진우 씨 차에 총을 쏴서 유리창에 총알구멍이 난 적이 있다고 부연했으며, 제수 씨와 걸어가는데 갑자기 인도 쪽으로 차가 뛰어든 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주진우 씨는 밤길에 덤프트럭이 본인 차를 박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며, 본인이 기자 중 가장 크고 튼튼한 차를 타는 이유라고 말했다.

 

주진우가 어떤 사람인가. 편향된 정치관으로 만든 괴담과 음모론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 아니던가. 매체 <시사IN>의 기자라고 하는데, 이 사람을 기자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모든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한국 언론계에 대한 조롱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의 일방적 주장을, 그것도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악의가 가득한 말을 예능이랍시고 방송에 내보냈다.

 

백 번 양보해, 주진우 씨의 과거 행적을 배제하고 이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TV 방송에 나와 미행, 도청, 거주지 침입을 비롯해, 차량 총기 저격, 덤프트럭 돌진 같은 암살 위협을 당했고, 그 배후에 이전 보수 정권이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려면 최소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물증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할 것 아닌가. 본인을 기자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인간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이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떠드는 게 말이나 되나? 이게 허언증이 아니고 뭔가. 주진우 씨는 물론, 옆에서 거드는 이승환 씨, 방송 제작진, 그리고 이 방송을 보고 보수 정권에 이를 간 시청자들, 모두 부끄러운 줄 좀 알기 바란다.

 

주진우 씨의 헛소리가 허언임을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널리고 널린 게 차량 블랙박스고, CCTV다. 없는 의혹도 눈덩이처럼 부풀려서 음모론으로 확장시키고, 소위 ‘뇌피셜’을 탐사보도랍시고 떠들어대는 주진우 씨가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도 지금까지 가만 있었다고? 집 앞 CCTV 영상, 집 근처 차량 블랙박스 영상, 아니, 하다 못해 본인 카메라 녹화 영상 하나만 공개해도 엄청난 특종거리인데, 퍽이나 가만 있었겠다. 이런 엄청난 일이 있었는데, 이전 정권 관계자에 대한 숙청에 미쳐있는 문재인 정부에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늘 이런 식이었다. 아무리 황당무계한 거짓말이라도, 그게 조금만 생각해보면 헛소리인 게 빤히 보이는 허언이라도, 그 거짓말이 다수의 대중이 혐오하는 대상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정치성을 품고 있으면 사람들은 환호했다. 여론의 자정작용 따위는 없다. 이 나라에서는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나라는 거짓말쟁이들을 양산했다. “최순실의 은닉 재산이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자금 300조에서 출발한다”며 이 재산을 찾기 위해 유럽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후원금 좀 달라는 모 여당 정치인부터, 세월호를 소재로 음모론에 기반한 9시간짜리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수익을 얻은 모 네티즌, 음모론 다큐 영화들로 인지도를 올리는 감독들과, 이런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거짓말들을 이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언론과 연예인, 그리고 방송들.

 

양치기 소년 소녀들은 어떤 거짓말을 해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밥벌이 수단으로서 거짓말을 택했다. 그들의 반복적인 거짓말에, 대중은 속고, 또 속아왔으며, 이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손해를 본 만큼, 거짓말쟁이들은 자신들의 매명욕과 재물욕을 채웠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우리편이 상대편을 헐뜯는 것이라면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이 여론 때문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거짓에 도취되어 쾌락을 느끼는 이 더러운 습관 때문이다. 막대한 손실을 치르고 거짓임을 깨닫게 되어도, 정작 거짓말쟁이들을 처벌하는 데에는 소홀한 이 게으름 때문이다. 정치논리가 거짓말쟁이들을 스타로 만들고, 진영논리가 진실을 삼켜버렸으며, 망상이 주는 짜릿함에 온 국민이 도취된 나라.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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