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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4 09: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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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거의 안 본다. 본능적으로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니면-

 

특히 프랑스 예술영화에는 거부감이 있다. 오래 전부터 프랑스 예술 장르에 속하는 영화는 프랑스만의 과잉 예술성, 예술에 담긴 역겹기까지 한 위선적 오만함이 상당히 불편했다. 감각적이고 창조성이 뛰어난 부분이 크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남아있는 어떤 불쾌감이 늘 있었다.

 

프랑스 영화 안 본 지도 무척 오래되었다. 이번에 내가 본 영화는 유튜브로 감상했다.

 

세라핀 루이, 프랑스의 실존했던 여류 화가다. 세라핀의 그림을 보고 나는 한 눈에 ‘광기’를 감지했다. 불꽃처럼 일렁이는 나뭇잎, 꽃, 꿈틀대며 뻗어 난 가지, 독특한 색감의 여러 과일 들…..

 

세라핀은 하녀 출신 화가로 명명되지만, 화가에게 출신이라거나 직업, 출신 배경을 규정해서 부르는건 부당하다. 부당하건만 어쨌든 그렇다.

 

부모도, 친인척도 없이 수녀원에서 잡일을 하다, 수녀원을 나온 후 프랑스 전원마을 상리스에서 온갖 잡일, 집안일을 하며 댓가로 동전 몇 잎을 받아 그 돈으로 겨우 물감 종류를 산다. 거칠게 노동하는 삶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녀에게는 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배운 적도 다른 화가의 그림을 접한 적도 없다. 자연의 영감을 흡수하고 , 신의 영감으로, 신의 선물인 자연을 그림으로 옮기라는 계시를 수행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판자에다, 자연에서 채취한 식물, 강바닥의 진흙, 정육점에서 일하며 몰래 가져온 피 등으로 재료를 만들어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동네 웃음거리겠는가. 중년의 육중한 몸으로 동네 부유한 집의 청소며 침대시트를 세탁해주고 받은 돈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런 세라핀이 일을 하러 간 집에서 빌헬름 우데를 만났다. 그는 독일인으로 피카소, 앙리 루소 등을 발굴한 유명한 화상이다. 우연찮게 세라핀의 그림을 보고 한 눈에 천재적인 독창성을 알아보고 후원자로 자청하지만.

 

1차 세계대전은 독일인이었던 그를 프랑스에서 도피하게 되며 세월은 흐른다. 성공한 화상 빌헬름은 다시 세라핀을 찾았고, 세라핀의 그림은 더욱 발전해 있었다. 서둘러 세라핀의 그림 전시회를 기획하지만 , 세계대공황은 유럽의 예술분야에도 타격을 입혀 무산된다.

 

점점 이상행동, 정신착란으로 마을의 근심거리가 된 세라핀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간다. 빌헬름이 그녀를 찾았을때 정신착란은 더 심해져 만나지 못한채 , 좀 더 나은 환경의 정신병원 , 자연을 볼수 있고 나무가 있는 곳으로 옮겨 주며 보살피는 역할을 한다.

 

세라핀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천재성과 저주받은 광기는 뗄 수 없는가. 세라핀의 일렁이는 식물 그림은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세라핀> 이 영화는 프랑스 예술을 다룬 영화답지 않게 절제된 대사, 상리스 마을의 자연 풍경을 수채화처럼 담았다. 세라핀 역을 연기한, 온통 잿빛을 연상시키는 잿빛 여인ꠑ, 배우의 연기가 너무 뛰어났다.

 

오랜만에 야단스럽지 않고 , 프랑스 특유의 ‘척’하지 않고 잘 만든 프랑스 영화였다. 나는 세라핀 루이의 그림은 불안하고 섬뜩한 분열적인 요소가 강하게 다가와서 내 취향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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