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20-05-02 11:27:03
  • 수정 2020-05-02 16:35:06
기사수정


▲ 북한강 풍경 [사진=Why Times DB]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방콕에서 벗어난 것만도 행복하다. 강변에서 시원한 봄바람을 흡입하면서 마스크를 벗는다.


닭갈비구이와 막국수는 이 지역의 역사적 풍미로 식당들마다 내노라 자기 집 맛이 제일임을 강조하는 선전간판들이 책책이라.


우리 가족들이 체류한 클로버 리조트는 북한강을 지척에서 내려다보는 수상레저전문 리조트다. 우한페렴 바이러스때문에 2~3개월간 손님부재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모처럼 찾아온 우리 가족들을 환영하면서 서비스로 5인가족을 모터보트에 태우고 남이섬선착장까지 한 바퀴 돌아주었다. 우리 귀여운 네살배기 손녀 채연이는 물살을 헤치며 달리는 모터보트를 처음 타보는지라 엄마 아빠의 양쪽손을 꼭붙잡고 사뭇 긴장한 모습이 었다. 어른들 보기에는 재미있었겠지만 꼬마는 참으로 무서웠던 것 같다.


주황색빛갈을 연상시키는 오후의 북한강을 신나게 질주하는 수상스키는 정말 구경꾼들의 마음을 상쾌하게 할만큼 멋있었다. 마치 숀 코네리가 나오는 007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이때 내 마음 한귀퉁이에서는 갑자기 나는 달리는 수상스키를 멀리서 구경만할 뿐 직접 몸으로 즐길 수 있는 나이에서 한참 멀어졌다는 사실이 나를 살짝 기죽게 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수상스키가 부럽지도, 탐나지도 않는다. 한 번도 내가 추구한 삶의 목표가운데 수상스키가 포함된 일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이튿날은 이곳에 관광명소로 알려진 쁘띠 프랑스를 참관했다. 프랑스의 한마을을 오밀조밀하게 꾸며놓고 인형극 놀이로 호객하면서 다채롭게 프랑스의 문화들을 소개했다. 프랑스 공보관의 업적일까. 우리 가족들은 나무판떼기들을 연결시켜 놓은 구름다리를 지나 나무판으로 제작된 우회길을 돌아 고지 150m를 힘 안들이고 정상까지 올랐다. 화담의 숲이 연상되었다.


오찬은 가평의 명물로 소문난 명진 쉼터에서 잣곰탕과 잣국수를 맛보았다. 진짜 보약처럼 맛있었다.


난 가평이 왜 잣고을이 되었는지 유래는 잘 모르지만 잣고을이라는 자부심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되는 느낌이다.


▲ 여행중에 만난 캐나다인 참전용사비 [사진=이영일]


오찬이 끝난 후 이 식당 뒷켠 마을에 세워진 카나다인 참전용사비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그곳에 들려 짧은 묵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산화한 그 고마운 용사들의 명복을 빌었다.
듣도 보도 못했던 동북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 한국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에게 우리는 마음의 큰 빚이 있다. 이젠 꼰대로 몰리지만 그래도 우리 세대는 이 빚을 기억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진탓인지 가평가는 경춘고속도로는 너무도 한가했다. 그러나 주말부터 방에 꼭 박혀 있던 방콕들이 강릉으로 일시에 몰리는 통에 그쪽으로 가는 길은 6시간30분이상 걸린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부처님 오는 날부터 우한바이러스의 맹위가 다소 움추린 모양이다.


2박 3일간의 즐거운 가족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만큼 막히지 않아 확트인 도로를 신나게 달려 귀가했다. 한숨 자고 싶은 피로가 전신에 퍼졌지만 아들 내외가 마련한 올봄의 가평 나들이는 생각할수록 마냥 즐겁기만 했다. 짧은 여행이 조그마한 추억을 만들면서 막을 내렸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603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