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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포스트 김정은, 김여정인가, 김평일인가? - 김여정 체제, 권력분점의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 김여정 , 트럼프 제안 받아들여 경제발전 가능성 충분 - 외부에서 체제보장 없는 김여정 체제, 흔들릴 수도
  • 기사등록 2020-04-29 17:08:30
  • 수정 2020-04-30 06:5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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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김정은은 누가 될 것인가? 사진 좌측은 김여정, 우측은 김평일 [사진=뉴시스, 편집=Why Times]


[아직도 생사가 불투명한 김정은]


아직도 아무도 모른다. 지난 4월 12일의 노동당 정치국회의에 얼굴을 비친지 벌써 3주가 다 되어 가지만 북한은 김정은의 생사 여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29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에는 제3인자인 박봉주의 김정숙평양방직 현지지도 기사 외에는 당 지도부에 대한 한 줄 짜리 기사도 없었다. 대신 “우리 국가발전의 동력은 당원들과 인민들의 심장속에 있다”는 논설과 “사회주의는 우리의 생명이고 생활이다”는 논평만 있을 뿐이었다.


30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은 오끼나와 미 공군기지와 관련된 "굴종의 대가는 불행과 재난 뿐이다"라는 논평과 29일자 민주조선에 실린 글 "정권기관 일군들은 인민의 충복으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다해 나가자"라는 글이 실렸을 뿐, 어느 한 구석에도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의 동정은 실리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는 “김정은, 제 발로 서서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심혈관 시술은 가짜뉴스"라고 단정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SNS에서는 영국 The Sun지에 김정은 사망으로 인한 장례식 준비 기사가 떴다고 나돌았지만 확인 결과 가짜뉴스였다. 이렇듯 아직도 인터넷 공간에는 온갖 설들이 나돈다.


[포스트 김정은 체제에 대한 관심]


이런 와중에 포스트 김정은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미국 타임지는 27일(현지 시간) ‘김정은의 여동생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성이 북한을 이끌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여정은 김정은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연구원은 “김여정은 평양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약 4년간 스위스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27일(현지 시간) 김여정을 ‘떠오르는 스타’(Rising star)라며 김여정의 권력 승계 가능성을 점쳤다. FT는 김여정이 아버지 김정일의 총애를 받았으며, 10대 시절부터 북한 선전선동의 대가인 김기남으로부터 권력을 위한 훈련을 받아왔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BBC도 28일(현지시간) 김정은 사후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는 '김씨 일가' 3명을 소개하면서 김여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뒤를 이어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과 김정일의 이복남동생으로 김정은의 삼촌인 김평일도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김일성과 둘째 부인 김성애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과는 이복 형제인 김평일을 또다른 후계자 재목감으로 소개했다. 김평일은 김정일이 집권한 1970년대부터 40년 가량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등에서 외교관을 하면서 해외를 떠돌다가 지난해 주 체코 대사를 끝으로 귀국했으며 현재로서는 행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인도 김평일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도 김라미 윌슨 센터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1970년대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 40여년간 해외를 떠돌다 작년 북한에 귀국한 김평일의 역할을 주목했다.


타임지는 이 기사에서 “그가 작년 북한으로 되돌아온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한 가지 시나리오는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 가족, 정권에 우려해왔기 때문에 김평일에게 권력을 승계하거나 김여정을 돕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했다.


[김여정일까, 김평일일까?]


김정은 사후 체제를 이을 첫 번째 인물은 바로 김여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9일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이 ‘당중앙’(후계자)의 역할까지 확대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이번 당 정치국회의에서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임명 된 것은 ‘백두혈통’의 통치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이어 ”올해 초부터 김정은을 대신하여 김여정은 자신의 명의로 대남 및 대미 담화를 발표하는 등 매우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독립된 정치 주체로서 김여정의 활동은 수령 유일영도체계라는 북한 정치의 특성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중앙’의 역할이며, 이것은 당의 최고 권력기구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백두혈통의 후계자로서 지위와 역할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정은이 집권 후 처음으로 4월 15일 ‘태양절’ 참배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김정은 신변이상설이 제기되자 김여정은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고 봤다. 물론 여전히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는 김여정이 곧바로 후계자의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한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포스트 김정은의 제1순위가 김여정이라는 것이다.


물론 외신들은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김여정이 정권과 군부를 완벽하게 장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김씨 왕조가 시작된 이래로 승계 작업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뤄졌는데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 부재시 섭정을 하는 사실상의 리더가 될 것”이라면서도 “김씨 왕조의 영향력은 이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 글은 그러면서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볼 때 그가 여성이란 점은 매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의 BBC도 “남성 국가인 북한에서 여성인 김여정이 권력의 정상을 차지하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런 측면에서 포스트 김정은의 북한 지도자로 최룡해 제1부위원장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열어 놓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북한 체제 자체가 김일성 가문의 백두혈통을 통한 지배체제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적다 할 것이다.


BBC는 그러면서도 “김평일은 작년에야 북한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가 평양의 엘리트 정치에서 중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정리했다.


김평일이 그동안 변방에서 있었고 북한 매체에서도 거의 다룬 적이 없었기 때문에 포스트 김정은의 자리에 설 가능성은 낮지만 김여정이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평일-김여정 조합의 새로운 지도체제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결국 현재의 북한 상황에서는 ‘포스트 김정은’으로 김여정이 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여정 체제에 대한 우려는?]


역시 김여정 체제가 북한에 들어선다면 가장 큰 우려는 과연 김여정이 북한 체제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나이도 30에 불과하고 특히 여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북한의 체제 자체가 가부장적이고 특히 북한의 권부 특성이 남성 중심의 독재체제를 굳혀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여정이 과연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만약 현재의 북한 권부, 그러니까 북한의 지도체제에 머물고 있는 권부와 군부의 구성원들이 김여정 체제를 반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동안 김정은 1인 독재체제보다 훨씬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탈린 사후 온건파로 분류됐던 흐루시초프가 소련 권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렇다면 김여정을 지도자로 받들면서 사실상 집단지도체제 같은 성격의 권력 나눠먹기로 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식 도이모이도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고, 미국과 중국간 양다리 걸치기를 하면서 효율적인 외교관계 성립도 가능해질 여력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 체제의 취약점은 권력의 분점으로 인해 언제든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김정은으로서의 김여정 체제가 그렇게 오래가기 힘들어지고 특히 이미 제2인자로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최룡해 등의 실세들과 충돌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여기에 군·당·내각 등 국가기관끼리는 물론이고 지방의 토호 군부 세력들과 권력 및 금권 분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던 일이다. 그만큼 뿌리가 깊기 때문에 김여정 체제가 들어선다면 권력의 분점으로 인한 권력투쟁도 상당히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 김여정 체제의 안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 코로나19로 인한 보건 문제와 이로인해 기인한 국경봉쇄 등의 여파인 심각한 경제난이다. 이미 외화도 바닥났다. 이 말은 통치자금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여정 체제가 들어서도 영이 설 수가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체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핵이 있었기에 북한체제가 버틸 수 있었지만 바로 그 핵 때문에 대북제재가 이어지고 그로 인해 북한 경제가 피폐해지면서 인민들의 삶까지 고난의 행군으로 이어진다면 당연히 체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우선 핵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다. 대신 경제적 이득을 노리면서 체제 안전보장을 얻는 방식이다. 이것은 이미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했던 내용이다.


당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충분한 경제적 지원은 물론이고 체제 보장까지 약속한 바 있다.


김여정이 이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선택은 핵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권부의 분열로 이어지면서 쿠데타로 권력이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만약 김여정이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했다면 ‘핵 고수’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를 통해 새로운 체제로 갈 가능성도 얼마든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물 위에 떠 있는 오리같이 겉으론 태연하지만 물밑에선 엄청난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미국의 대북행동도 그러한 포스트 김정은, 김여정 체제의 앞길을 결코 어둡지 않게 보이게 만든다.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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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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