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가운데,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시민단체가 선거 당시 전국 투표소에서 투·개표 참관인과 투표함 지킴이 등으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거 정의 실현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시민의 눈'은 이번 총선에 앞서 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표 관리·감독관'으로 활동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전국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소 등에서 참관인으로 일하게 했다.
아직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참여 인원이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이 단체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투·개표 참관인으로 활동한 회원은 대략 4000명 수준이다. 시민의 눈에 가입한 정식 회원은 약 5만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시민의 눈이 예전에 사용했던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견인하는 시민의 발"이라고 설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에서는 "민주진보진영이란 민주당을 말하는 것 아니냐", "민주당을 지지하는 단체에게 투·개표를 맡긴 것이냐" 등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총선 선거일 전인 지난달 말 한 네티즌은 "공명하고 투명한 선거문화 확립이라는 슬로건을 걸어놓고 있는 시민의 눈이라는 단체가 너무 편파적인 것 같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무턱대고 모두에게 참관을 신청하라고 강요는 못하지만, 만약 자기 지역구 선거가 걱정된다면 원하는 날짜를 선택해 참관 및 부정 비리 발생 영상을 촬영하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네티즌도 "지난 2월초 코로나19 때문에 주민등록사실조사가 중단됐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단순한 개표기 조작이나 투표함 조작이 아니라 투표권이 없는 중국인들이 사전투표 때 무더기로 투표하거나 중복투표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시민의 눈에 따르면 이 단체의 첫 번째 역할은 ▲투표함 감시·투개표 감시·사전투표함 감시·집계표 확인 등이며, 두 번째 역할은 ▲인터넷·SNS에서 허위사실 유포 거짓 선동, 역사적 사실 거짓 폭로 등을 바로잡기 위한 선플운동 전개다.
세 번째 역할에 대해서는 ▲20·30대 청년층 투표율을 높여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를 견인하는 시민의 발이라며 "이와 같은 운동을 총칭해 '시민의 눈'이라고 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시민의 눈 단체 측은 "시민의 눈이 예전에는 시민단체 '시민의 날개' 아래에 있었고, 이 단체가 정치적인 색깔을 띄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번에 공식적으로 분리됐다"며 "선거 전문 감시단체로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고, 올해 1월 새로운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의 눈은 '초정파 단체'라는 것을 공표하고 규약·규정에도 이같이 명시하고 있다"며 "공정선거를 중시하는 만큼 민주진보진영이라는 단어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등 일반론적인 의미를 지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민주진보진영은 '민주주의 국가의 진보진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이같은 단어가 어떤 의도로 사용됐는지는 어떤 사람이 말했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단어를 누가 사용했는지를 보면 그 단체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희대 철학과 졸업
-Washington State University 대학원 졸업(박사)
-체인지 질적조사융합방법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