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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25 13:57:28
  • 수정 2019-11-25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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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중인 24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마치고 누워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엄동설한에 텐트도 못치고 북악산 칼바람 속에 길바닥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필남필부의 건강을 위한 단식도 아니고 대한민국 제1야당의 대표가 지소미아 종료 반대, 공수처법 포기, 선거법 철회라는 공적인 이유를 내걸고, 청와대 앞이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처절한 단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깨문등 반대파 진영에서 던지는 야만스럽고 동물적인 비난에 고개가 돌려지지만 왜 단식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를 모르고 있어 설명하고자 한다.


지소미아 종료 반대, 공수처법 포기, 선거법 철회는 어제 오늘 나온 정책이슈가 아니다. 그런데 왜 느닷없이 단식인가?


그것은 단식에 들어가기 이틀 전 지난 11.18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로서 꼬인 국정상황을 풀기 위한 충정에서 대화를 요청하였으나 집권여당이 대화를 거부하고,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황교안 대표가 저리도 힘들게 단식하는 목표는 대화다. 소통이다.


전쟁과 정치의 차이가 무엇일까?


전쟁은 적을 죽여야 내가 산다. 하지만 정치는 상대방이 말살해야 할 적이 아니다. 지금은 소수이지만 언제든 다수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존중해 주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정치에서 대화는 분리될 수가 없다. 나와 다른 입장이나 방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말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해야 한 이유, 그리고 상황이 심각한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나사 풀린 청와대 참모들 때문이다.


11.20 황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자 문대통령은 집 앞에 찾아온 손님이라며 강기정 정무수석을 보냈다. 강 수석은 황 대표가 영수회담을 신청한 것을 몰랐고 사후에도 보고 받은 적이 없다 한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이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통화한 모양인데 한.아세안 특별회의 일정 때문에 시간이 있느니 없느니 하며 뭉갰다는 말이다.


나사가 풀려도 한참 풀렸다. 제1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 대한 가부 대답은 정무비서관 선에서 뭉갤 일이 아니다. 반드시 대통령의 결심을 받아 통보해야 할 사항이다. 최소한 정무수석에게 보고하고 정무수석이 대표 비서실장과 통화나 만남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물밑에서 정무활동을 벌였어야 했다. 그런 조치만 했어도 야당 대표가 저런 단식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즘 청와대 비서실 근무가 그저 자신의 공직경력 쌓기로 변질되고 있다. 나의 실수가 대통령의 실수가 되고 국사에 누를 끼칠 수 있다는 강도 높은 긴장감을 가지고 근무해야 하는 곳이 청와대임에도 비서진이 할랑하게 나사 빠진 상태로 근무하고 있기에 이 사단까지 이르게 된 셈이다. 박근혜 전대통령도 비서진 잘못 쓰는 바람에 온갖 풍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집권여당이 대화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은 야당 입장에서는 최고 강수의 정치행위이다.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수많은 국민이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명분이 없음을 넘어 민폐’라고 말하고,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명분도 공감도 없는 자신만을 위한 단식이다. 더 무의미한 단식을 중단하라’ 한다. 이종걸 의원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 빙의한 듯 ‘교안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탄압’이라고 버젓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그렇게 막가파로 천박하게 폄훼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대화 자세인가? 아직도 더불어민주당은 그저 반대만 해대던 무식한 야당 습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언어를 구사하면서 어떻게 제1야당 대표의 단식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문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셋째, 대화의 요령도 없다.


황 대표가 내세운 단식 이유 중 하나가 지소미아 종료 반대다. 청와대는 황 대표 단식 이틀 후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했다. 어차피 복잡한 내부 논의과정을 거쳐 그런 결정을 했겠지만, 야당대표의 충정도 감안하여 그런 결정을 했다라고 하는 것이 정국의 경색을 푸는 요령 아닌가?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대표는 지소미아 종료를 연기한 다음날 지소미아 반대를 주장하는 황 대표를 신친일파로 매도했다. ‘일본을 위해 단식하는 열사’라고 평가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참으로 어리석다. 어떤 국민을 통합하자는 것인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지소미아 종료 안한 것 아닌가. 수출규제 협의 진행을 조건부라고 굳이 단서로 붙였지만, ‘없는 아들 손자 보기‘라는 조건과 같다.


지난 여름 그렇게 토착왜구니, 친일파니,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니, 죽창가를 드높이 외친 그 기개라면 지소미아는 당당하게 종료하고, 대신 수출규제 협의를 진행하면 즉시 재개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누가 봐도 자기 말도 주워담지 못한 실책임에도 신친일파니, 외교전의 승리라고 호도하는데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이러한 이유로 황교안 대표는 단식할 수밖에 없었고, 또 집권여당은 이를 해결할 정치적 역량도 없어 큰 걱정이다.


집권여당은 이제라도 황교안 대표의 단식에 밀리고 패배했다는 그런 강박관념 버려야 한다. 문대통령이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몰라 벌어진 일이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끝난 후 바로 황 대표를 만나 논의하겠다며 전화 한 통만 하여도 단식은 풀리게 되어 있다.


우리의 아들, 남편을 살해하는 적군인 김정은은 온갖 비아냥을 무릅쓰고라도 만나려 하면서 국정의 파트너인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이 무슨 흠인가. 오히려 야당과도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될 뿐이다.


한.아세안 특별정상 회담차 외국 수반이 청와대로 들어가다 길가에서 노숙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을 보고 문대통령과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것인가!


제발 집권여당으로서 성숙하고 든든한 모습으로 국정을 운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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