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줌인] 文, 김정은에 부산초청 친서 보냈지만 김정은 거절 - 김정은 못 오면 특사라도 보내달라고 애걸했다고 폭로 - 文대통령은 친서 보냈는데…北은 보도문으로 답변
  • 기사등록 2019-11-22 06:11:43
기사수정


▲ 북한 김정은이 문대통령의 한-아세안회의 초청을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20일 백두산천지에 올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문재인-김정은 내외 [사진=평양공동사진취재단/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5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왔지만 “위원장이 부산에 나가야 할 합당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한·아세안) 특별수뇌자(정상)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왔다"면서,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 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하지만 흐려질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당국도 북남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면서 "무슨 일에서나 다 제 시간과 장소가 있으며 들데, 날데가 따로 있는 법이다.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통신은 또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 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이 종이 한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과 남사이의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수뇌들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 넣어 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며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북남수뇌분들이 두 손을 높이 맞잡은 역사적 순간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우리 신문은 이미 지난 9월 24일, ”김정은이 결코 한국에 오지 못하는 3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논평] 김정은 한국 온다? 국정원까지 나서 국민선동하는 세상(9월 24일)]


[관련영상: [Why Times논평 236] 김정은이 한국에 온다고? 결코 못오는 3가지 이유(9월 24일)]   


김정은의 불참 통보는 냉랭해진 남북관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친서에 대해서는 친서로 답하는 외교적 '관례'를 깨고 관영매체 보도문으로 불참을 통보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불참 통보는 일차적으로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no deal) 이후 이어져 온 우리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나 회의감 등이 북한 내에 여전함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던 하노이 회담이 결렬로 마무리되면서 남북관계는 소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하노이 이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한 차례 철수를 강행하고, 국제기구를 통한 국내쌀 5만t 지원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가 대미 의존으로 남북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않는다며 대남 비판 수위를 높이는 한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시설을 철거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금강산 문제를 대면합의 하자는 우리 측 제안도 거절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김정은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불참은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불참 통보 형식에서 북한의 불쾌감이 상당 부분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문 대통령의 서울 답방 초청에는 친서로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북한 관영매체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에는 친서라는 형식도 없이 관영매체 보도문을 통해서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사실뿐 아니라, "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의 물밑 접촉 사실까지 보도문을 통해 공개했다.


특히 북한이 우리 정부의 물밑접촉 내용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며 북한 측에 돈 봉투를 건네려 한 사실을 조선중앙통신 보도로 폭로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겉으론 정중하고 수위를 조절한 듯한 거절로 보이지만 단순히 불참 통보가 아니라고 본다"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못 간다는 이야기보다 다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불참 통보라면, 친서에 대해 친서로 하든 다른 방법도 많았을 것"이라며 "굳이 조선중앙통신으로 한 것은 우리에게 가진 불만과 실망감을 담아 이야기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통신도 이날 불참을 통보하면서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두 정상이)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북남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관계를 논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등의 표현을 사용해 최근 비난 수위가 높았던 대남 메시지와는 차별성을 뒀다. 북한은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그동안 남북관계를 이끌어왔던 정상 간 채널은 유지한다는 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장 남북 정상대화에 나서기보다는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우선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선미후남(先美後南)의 전략이 담긴 게 아니겠냐"며 "연말까지 북미대화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하면 남북대화도 한다는 간접적 메시지가 담겨 있고 그때까지는 대남관계나 한반도 상황을 관리하는 모드(mode)에 들어갔다고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498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