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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20 15: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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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사진=봄바람영화사]


82년생 김지영은 조남주의 소설로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이다. 82년생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38세인데 젊은 세대의 애환과 고민을 엿보기 위해 소설을 읽어 보았다. 공무원 아버지를 둔 1남 2녀의 둘째 딸로 자라나는 과정에서 겪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 이야기다. 


이 소설을 영화화하여 개봉하였기에 관람했다. 김지영이 산후우울증인 해리장애라는 정신장애를 겪는데 친정 엄마가 걱정하는 모습 등에서 공감하고 우는 관객이 많았다.


단순히 소설이나 영화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차원에서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라 보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행복이란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는 남편 공유가 육아휴직을 하고 딸을 키우는 대신 김지영은 커리어 우먼으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김지영 자신의 경력을 이어가게 한 것이다.


영화에 맘충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애만 키우는 엄마를 지칭하는 말이다. 벌레 충자가 암시하듯이 좋은 표현은 아니다. 그러나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애만 키우는 엄마가 왜 나쁜 이미지를 받아야 할까?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엄마가 있고, 엄마와 함께 받아쓰기 숙제도 하는 것이 아이들의 행복에 얼마나 큰 데 그것을 멸시하는지 이해가 어려웠다.


결국 이 영화는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이 집에서 애 키우는 생활 보다 낫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관객에게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급속한 개발년대 시대를 지나오면서 행복을 물질적으로 평가했다. 아파트는 몇 평짜리에 사느냐, 차는 몇 cc짜리를 타느냐, 해외여행은 어디를 갔다 왔느냐 등으로 평가하였다. 소득수준이 높으면 잘 사는 것이니, 너도 나도 돈을 벌려 했다.


그런 풍조에다 여성들의 직업이라야 술파는 업 정도로 알던 시대에서, 여성들도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적으로 기회도 많아지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면서 돈도 버는 커리어 우먼이 진보의 상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집에서 성실히 아이를 키우고 가정생활 화목하게 이끌어가는 보수적인 엄마를 맘충으로 비하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특히 요즘은 행복의 표현이 물질적 기준에서 변화하고 있다. 즐겨 연주하는 악기가 하나쯤은 있는지, 애창곡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은 있는지, 음식은 잘 만드는 요리가 있는지, 그림이나 시낭송 등 취미활동을 있는지, 봉사활동은 얼마나 하는지 등을 행복의 평가기준으로 삼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집에서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애를 키우며 사회봉사 활동 적극적으로 하는 엄마들의 생활도 행복한 삶임에도 자칫 이들을 상대적으로 비하하는 듯 하여 거부감이 들었다.


또 하나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고민거리다.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경력을 단절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들이 낳은 자식을 자기들이 키워야지 무슨 권리로 국가에 육아까지 요구하느냐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저출산 사회로 인하여 국가의 장기적 번영에 커다란 장애요인이 될 것임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국가가 이 부분을 모르쇠로 나가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기에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과제다.


지금까지 출산과 육아는 당연히 여성의 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출산과 육아를 남성이 여성과 함께 해야 하는 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루 세끼를 먹어야 한다는 것, 화장실을 가야 한다는 것, 잠을 자야 한다는 것 등은 남과 여 구분 이전에 인간이면 충족되어야 할 기본욕구로 인식한다. 마찬가지로 출산과 육아도 남과 여가 아닌 사람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일로 인식하는 것이 지금 시대 상황에 맞는 인식변화라고 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식사, 수면, 화장실과 똑같이 육아휴직은 여성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도 당연히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출산 육아를 회사 입장에서는 쓸데없이 지출하는 비용으로 인식할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8세 이하 아이를 둔 경우 아버지나 어머니는 각각 1년씩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직원은 회사눈치나 승진 부담 때문에 사용하기를 꺼리고 있다.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직원들에게 승진이나 보직부여에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그런 문화를 유도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와 관련하여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장종화가 82년생 장종화로 논평을 내었고, 시민의 반발에 민주당이 이 논평을 내린 해프닝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82년생 장종화의 논평은 한 마디로 82년생 김지영만 차별을 받고 힘들게 사는 것이 아니라 38살 남자도 똑같이 차별을 받고 살아온다는 점을 말했다. 스물 둘에 입대한 군에서는 아무 이유 없이 욕이란 욕은 다 듣고, 키는 180cm 이하는 루저가 된다는 등의 이야기 등.


이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라 하는 사람도 있고,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의무는 소홀히 하면서 남자들 보다 우대 받는다는 뷔페미니즘, 수년 전 강남역 여성 묻지마 살해 사건에서 나타난 여성혐오, 그리고 남성혐오주의자들 등 남과 여를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 분위기에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남과 여는 갈등과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화합과 상생하는 관계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생활이 사회와 국가를 영위하게 하는 초석이다.


82년생 장종화의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다룰 일이지 82년생 김지영이 겪는 애로사항을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위로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늦게라도 논평을 내린 것은 옳았다고 본다.


한편, 청년과 여성 정책을 수시로 이야기하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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