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10-07 00:10:18
  • 수정 2019-10-07 08:44:29
기사수정


▲ 10월 3일 있었던 광화문 반 문재인-반 조국 집회 [사진=독자 최양부]


지금부터 59년 전 1960년 4월, 서울의 회색빛 페이브멘트 위에 피를 흘리면서 자유와 민주를 절규했던 20대의 젊은 대학생들이 어언 인생 80대의 노인들로 변해가고 있다. 아직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러나 상당수는 인생 80이 주는 건강상의 부담 때문에 매일 한웅큼씩 약을 복용하거나 지팡이에 의지해서 운신하는 분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나는 다행히 하루 1만보 이상을 걸으면서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여러 가지 모임에도 머리를 내밀만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나님께서 주신 건강의 은사에 감사한다.


그러나 올해 10월 3일 서울 시내의 중심부를 완전히 뒤덮은 시위군중의 엄청난 운집과 시위함성을 먼발치에서 들으면서 지금부터 59년 전의 나를 되돌아보았다. 그때 같았으면 맨 앞에 서서 마이크를 붙잡고 가장 과격한 구호를 외쳤을 난데 지금은 누구 눈에도 띄지 않을 만큼 뒷전에 서 있는 나를 보았다.


그러나 나는 하이네처럼 “창밖에 마르세이유 노래 소리가 들려도 못들은 채로 꽃과 여인과 현금을 타면서 호반을 거닐고 싶다”고 독백하는 수준까지 내려 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태양이 마구 붉은 피를 내쏟는다. 10월은 센티멘탈, 찢어진 기폭 , 스스로의 기로틴에 목이 달아난 리바이아탄의 추태를 보았는가 보았는가”를 읊던 한 혁명가의 노래도 나의 노래는 아니다. 주도적 참여가 아닌 추종적 참여, 관중적 참여였다. 그러면서도 이것만이 “나이든 우리들의 전부는 아닌데”라고 자탄하면서 남다른 고뇌에 빠진다.


나아가 들었다는 것은 인생이 낡아지는 것이 아니라 잘 익는 것이라는 한 인기 가요의 가사 한 줄이 머리를 스친다. 4.19혁명과 혼란, 5.16쿠데타와 사회변혁. 한일회담 반대투쟁, 월남 파병, 10월 유신과 10.26사태, 5.18과 광주사태, 6.10항쟁과 민주화, 보수, 진보정권의 성립과 퇴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권의 성립 등 한국현대사의 수많은 부침과 굴곡을 목격하면서 얻고 쌓은 데서 얻은 번쩍이는 지혜가 후대들에게 줄 80대의 선물이어야 하는데 시국을 풀어갈 현자의 지혜를 내놓을 수 없는 것이 실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대안을 내놓지 못해서 나서지 못하는 처지가 남의 눈에 안 띄는 뒷전 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정말 낡지 않고 잘 익었다면 이러한 시기에 무언가 가시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오늘은 집권세력과 국민 간에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어떠한 대안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답일 수가 없다는데 오늘의 문제가 있다. 정치도, 외교도 군사상의 안보도 국민다수가 바라는 바와는 다른 길을 가는 정부에 먹힐 정답이 있겠는가. 우리 국민 모두가 국익이라고 믿는 한미동맹, 한일 친선을 국익으로 보지 않고 반일이 국익이라고 우기는 곳에 외교안보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범법자를 법무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그것이 정당하다고 우기는 정부를 상대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허망한 낭비가 될 뿐이다.


현재 상황은 선거를 통하여 국익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 내는 도리밖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지금 한국역사상 국민과 정부 간에 국익개념이 공유되지 않는 최초의 정부를 상대로 어떠한 지혜를 내놔도 정답이 될 수 없는 시대상황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생 80대에 접어든 4.19세대는 하루하루 늙어지고 낡아져 가고만 있다. 잘 익은 지혜가 소용될 시대가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4731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