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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0-05 11: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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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앞길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 [사진=SNS]


1960년 3,15 정부통령선거 때 최인규(崔仁圭) 내무장관이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던 ‘4할 사전 투표’라는 부정선거 계획은 이미 사전에 언론에 의하여 폭로되어서 국회에서도 최인규를 상대로 그 진위(眞僞) 여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루어 지기도 했었다.


최인규의 일관된 대답은 “사실무근”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인규의 부정과는 달리 이기붕(李起鵬)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한 ‘4할 사전 투표’는 전국적으로 자행된 끝에 급기야는 ‘4.19 학생의거’를 불러 일으켜 이기붕 일가의 비극적인 집단 자살에도 불구하고 이승만(李承晩)의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렸고 이 부정선거의 총책임자였던 최인규는 ‘사형(死刑)’이라는 극형(極刑)으로 그의 죄 값을 치러야 했었다. 


10월 5일 오후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는 문재인(文在寅) 정권 지지 세력들이 10월3일 광화문 일대에서의 국민저항세력의 대규모 시위에 대항하는 “조국 지지” 집회를 연다. 이 집회의 규모를 부풀리기 위하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지구당 단위로 “비당원을 가장한 당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고 심지어는 지방 경찰관들이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사복(私服)’으로 문제의 집회 참가 차 상경(上京)을 준비 중인 정황들이 도처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데 국회에서 진행 중인 국정감사 석상에서는 이 문제에 관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민갑룡(閔甲龍) 경찰총장이 1960년 최인규가 그랬던 것처럼 “사실무근”이라는 발뺌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인류는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많은 실례(實例)를 보고 있다. 10월3일 오후 4시경 거대한 국민 저항의 인파(人波)의 선두 대열에 참가하여 경복궁 담 길을 끼고 가는 효자동 길로 청와대를 향하여 가면서 필자는 전율(戰慄)을 느꼈었다.


바로 그 길은 59년 전인 1960년 4월19일 한 신문 정치부의 일선 취재 기자였던 필자가 시위 학생들과 함께 걸어가다가 경찰의 실탄 사격의 표적이 되었던 ‘4.19의 길’이다.


그 동안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탄핵 파면” 이후 매주 토요일 계속되었던 태극기 시위대들이 거의 예외 없이 청와대 근방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피나레를 장식했지만 10월3일까지는 그들의 행진 코스는 문제의 ‘4.19의 길’을 벗어나 자하문 길을 택하도록 유도되었었다.


그런데, 이번 10월3일의 시위대들은 어느 한 교회 ‘타고대(打鼓隊)’의 안내를 따라서 거침없이 ‘4.19의 길’로 접어들었고 마침내는 청와대 담장 직전의 분수대 앞에까지 진격한 끝에 그로부터 효자동 길은 시위대들의 무기한 농성장(籠城場)으로 변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농성이 시작될 무렵 시위대의 선두 대열의 일부가 되어서 농성의 현장에서 1시간 가량 청와대로의 더 이상의 진행을 저지, 차단하고 있는 경찰 병력과 마주 하는 동안 필자의 뇌리를 강렬하게 엄습(掩襲)하는 상념은 “4.19 전야(前夜) 같다”는 전율감(戰慄感)이었다.


언론들은 지난 2017년 대통령선거 때 “앞으로 정부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는 보도진의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가 “그 때는 직접 광화문으로 가서 시위 참가자들과 대화를 통하여 그들을 설득시키겠다”고 답변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10월3일 이후 사흘이 경과하는 지금까지 10월3일의 거대했던 광화문 시위에 대하여 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음모”를 운운 하면서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설사 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을 해임하는 “도마 뱀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과연 국민들의 분노가 갈아 앉을 것인지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이미 국민들 대다수의 머리와 가슴에는 “이번 사태는 조국이 법무장관에 임명되었다”는 사실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열화(烈火)와 같은 반대를 무시하고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때문에 “조국은 깃털”인 반면 “몸통은 문재인”이라는 관념이 깊게 각인(刻印)되었다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4.19 전야”의 전율감이 느껴지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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