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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9-24 15:16:35
  • 수정 2019-09-27 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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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래픽=백악관 트위터]


[위기의 한미동맹]


우선적으로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에 관한 사항을 연속하여 말씀드리고자 한다. 그 중 첫 번째로 한미동맹인데, 필자는 그것을 ‘2월의 얼음’으로 표현한다. 겉으로는 두껍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푸석하여 금방 깨지는 힘없는 얼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와 좌파인사들은 겉으로는 한미동맹이 튼튼하다고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한미동맹을 형식화시키고 있다. 북한의 핵억제를 위하여 지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설치된 ‘확장억제전략위원회’나 외교 차원의 협의기구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고, 대규모 한미연합훈련도 모두 폐지된 상태이며, 대북 정책에 관한 정책공조도 미흡하다. 북핵 위협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으로 임명함으로써 한반도 방어에 대한 미군의 책임의식과 관여의 권한을 약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군은 자국의 필요에 의하여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거나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약화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 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미군이 철수하거나 한미동맹이 붕괴되면 그들이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현 정부와 좌파인사들은 반미의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음에도 논리상에서는 미국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반드시 북한을 응징보복할 것이고, 이것을 약속하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1949년에도 철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1950년 초에 한국을 그들 서태평양의 방어선에서 제외한다는 발표를 함으로써 1950년 북한의 기습남침을 허용하였다. 미국은 닉슨 대통령, 카터 대통령, 아버지 부시 정부 때 주한미군의 철수를 계획했고, 미국의 확장억제나 핵우산은 본질적으로 불안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이후 주한미군은 철수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은 1970년대에도 중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자 타이완을 포기했고, 북베트남이 승기를 잡자 남베트남의 공산화를 방관했다. 한국이 유사시에 동티모르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을 경우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겠는가? 현 정부와 좌파인사들은 안보를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한국에게 한미동맹은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게 되었다. 한국은 핵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신의 핵무기를 대신 활용하여 북한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개념, 즉 확장억제와 핵우산가 없을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단이 없다. 서양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는 핵무기가 없는 국가는 핵보유국이 위협할 경우 바로 항복하든가 아니면 초토화된 후 항복하든가의 두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하였다. 현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없이 북한의 핵위협을 어떻게 방어하겠다는 것인가?


필자는 다양한 기회를 통하여 현재의 한미동맹을 “2월의 얼음”이라고 비유하였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약하고, 조금의 도전만 발생하면 바로 붕괴될 수준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달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이 형해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보다 6배가 많은 50억달러의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한 것도 한국 정부가 이것을 거부할 경우 그것을 구실로 삼아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한다는 추측도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가 최선을 다하여 관리한다고 하더라도 한미동맹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현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니 한미동맹은 곧 “3월의 얼음”처럼 잔해만 있는 상태가 되었다가 사라질 수 있다.


[북한의 핵위협으로 인한 한미동맹 위기]


북한의 핵위협에 의하여 한미동맹은 근본적으로 동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현재 수소폭탄을 포함한 20-60개의 핵무와 그러한 핵무기를 탑재하여 미국의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성공한 “화성-15”형의 경우 최대 13,000km의 비행 가능성을 과시함으로써 워싱턴과 뉴욕을 포함한 미 본토의 대부분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2019년 7월 23일 3개의 탄도미사일 발사관을 설치할 수 있는 3,000톤급의 잠수함을 건조하는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한이 수소폭탄, 장거리 미사일, 대형 잠수함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주요 도시를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은 한국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은 철저하게 초토화할 수 있지만 자신의 수개 도시가 파괴되는 위험과 바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북한은 미국의 영토이면서 주요 군사기지인 괌(3,400km), 알래스카(6,000km)와 하와이(7,600km)를 핵미사일로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이러한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검토하지도 못하고, 협상을 통하여 시간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핵능력이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 본토나 위 지역을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폐기를 요구할 수 있고, 그러할 경우 미국의 선택은 쉽지 않다. “서울을 방어하기 위하여 뉴욕을 위험하게 할 것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미국의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는 대신에 북한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역임한 맥매스터(H. R. MacMaster)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목적이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남한을 공산화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인한 한미동맹의 위기]


미국이 최근 채택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도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또는 ‘서태평양’이라는 지역개념으로 접근할 때는 동북아시아 특히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교차점에 위치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컸었다. 그러나 ‘인도-태평양’으로 범위를 넓히게 되면 인도와 동남아시아가 더욱 중요해지고, 상대적으로 동북아시아 또는 한국의 위상은 무척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봉쇄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만의 가치가 한국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실제로 2019년 6월에 발간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가치를 제한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시아 또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중심축”일 뿐이라는 평가이다. 반면에 미국은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주춧돌(cornerstone)”로 평가하고 있어 한국에 비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 미일동맹이 강화될수록 한미동맹의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군의 한미연합사령관 담당과 한미동맹의 위기]


북한이나 미국만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 다양한 형태의 자주 및 반미적인 정책으로 한미동맹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직접적인 것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실질적인 내용은 한국군 대장을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하는 것이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것을 자주성 강화의 조치로 환영할 수도 있으나, 이것은 한미동맹 붕괴의 시작조치일 수 있다.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이 되면 미군은 부사령관으로 낮아지면서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방어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고,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이나 한미동맹의 정당성은 점점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이 미군을 지휘할 것으로 예상하여 자부심을 갖겠지만, 그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에서 ‘퍼싱원칙’으로 설명되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우 일시적이거나 비(非)전투임무의 상황 이외에는 미군의 지휘를 다른 국가의 지휘관에게 허용하지 않는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군은 유엔군사령관의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유엔군사령관의 직책으로 미군을 직접 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가며]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요인은 많지만, 강화를 보장하는 요인은 거의 없다. 미국 내에 있는 동맹중시파와 한국내의 보수국민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국내정치적으로 목소리가 그다지 크지 않다. 한미동맹이라는 ‘2월의 얼음’은 점점 약해지다가 어느 순간에 소멸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동맹이 약화될수록 핵위협 하에서 북한이 기습공격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북한은 그들이 핵무기로 공격을 해도 미국이 한국을 대신하여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한민족의 마지막 전쟁일 수도 있는 핵전쟁이 촉발될 것이고, 필설로 말할 수 없는 참상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한미동맹 강화이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을 위한 한미 양국 간의 정책공조를 강화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미국에게 한국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또한 일본과도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별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 3국을 함께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정책을 결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미국의 전략가들이 한국의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1970년대의 타이완이나 남베트남이 된 후 미국을 원망하거나 실수를 한탄하게 될 것이다. 국가안보는 도박할 수 없다. 만전지계를 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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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휘락 논설위원 박휘락 논설위원의 다른 기사 보기
  •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원장)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국제정치 박사
    미국국방대학교 대학원 국방안보 석사
    2014~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원장
    2012~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1978~2009 대한민국 육군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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