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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05 13: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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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돈 놓고 돈 먹기 판임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사재기, 편•불법 암암리에 벌어진다
-독서 테이블? 손때, 아이들 침, 밑줄, 찢어진 책들이 반품으로 돌아와 출판사의 리스크 더해
-김어준 김제동 주진우 유시민… 독자의 감성 좀먹고 사회의 지성 타락시키는 책들만 주루루


▲ 서점의 독서 테이블에 몇 시간이고 앉아 아예 독서를 하는 고객들이 많다.


1. 출판도 돈 놓고 돈 먹기의 질서
업이 업인지라 이따금씩 대형서점 매장에 들러 신간 진열 상태를 체크한다. 최근에 나온 경제경영 마케팅 분야 신간 [인식의 싸움](신윤창) 진열 상태를 체크하다 광화문교보 매장 초도배본 열 권 깔린 책이 금요일 하루 만에 소진되는 바람에 일요일에 직접 배본해서 빈 자리를 채워야 했다. 교보 물류에 재고가 다 떨어져 하루라도 신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출판사 사장의 마음이 눈 내리는 일요일 오전에도 부산을 떨게 만든 것이다.

 

광화문교보 매장을 중심으로 신간의 평매대 진열 기간을 따져 보면 한 주에서 길어야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당연하다. 독자의 관심과 이목을 끌지 못하는 책이 신간 평매대에 열흘씩이나 또아리 틀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다 보니 좀 있다 싶은 출판사들의 평매대 진열 유지 노력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매장 벽면에 보면 스크린 광고판이 보인다. 그 광고판 사용료가 월 약 40~60만원 가량 한다. 그렇게 하면 신간 매대뿐 아니라 ‘주목해야 할 책’ 또는 ‘베스트셀러 기대작’ 매대에까지 진열된다. 역시 당연하다. 좋은 책을 내놓고 홍보할 여력이 되면 돈으로든 몸으로든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소생이 경영하는 출판사처럼 1인 출판사를 포함한 영세 출판사의 경우는 신간을 내놓고도 그저 손가락만 빤다. 광화문 매장만 놓고 봤을 때 한 달 50만 원짜리 벽면 스크린 광고를 한다고 쳤을 때를 가정한다. 일반 교양물 한 권이 요즘 1만5천 원 정도 한다. 교양물의 교보 공급률이 60~70%라고 잡고 평균 65%라고 하면, 1권이 팔렸을 때 9,750원이 출판사 몫이다. 그러면 50만 원/9,750원=51.28권이 팔려야 광고비를 뽑는 것이다.

 

문제는 한 달 50권(도 안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 남짓 팔리는 동안 신간 매대에서는 밀려나고 분야 서가에 두어 권 꽂히고 나머지는 반품 처리된다. 한 달 50권 정도로는 광고용 ‘베스트셀러 기대작’이란 레토릭을 한 번 입에 올려볼 뿐 어디 명함도 못 내민다. 결국 매장에서는 출판사에 스크린 광고 연장을 제안하고 출판사는 고심 끝에 둘 중 하나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어떤 경우를 선택해도 손해다. 물론 책의 퀄리티가 워낙 좋거나 저자, 작가의 명성이 출중한 경우에는 오히려 광고를 더한다.

 

하는 만큼 일정 기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역시 출판도 돈 놓고 돈 먹기 판임은 어쩔 수 없다(그래서 사재기 편•불법이 암암리에 벌어진다). 아마존 1, 2위 하는 책이나 하루키 소설에 기십억씩 오퍼 넣어 따내면 예약 판매부터 시작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 5위 이내로 진입은 떼논 당상이니까.

 

최근 우리 회사가 낸 마케팅소설의 경우, 작가가 전직 CEO인데다가 화장품 마케팅의 새 장을 연 특출한 샐러리맨 출신이었던 만큼 그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연재했던 작품의 출간을 기대하는 독자들이 제법 됐다. 그 덕분에 광화문 매장을 비롯해서 강남, 잠실, 합정, 일산 등 주요 교보 매장의 신간 평매대를 한 주 가량 거뜬히 버텨 주고 있다. 더 존치 여부는 바로 지금부터 상황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2. 독서 테이블, 나만 불편한 건가요?
교보 매장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영풍이나 리브로 포함, 지역 도시의 중대형 서점마다 예외없이 서점을 찾은 독자들을 위한 독서 테이블과 안락한 의자가 제공되고 있다. 독자들이 그 쾌적한 시설을 이용해 구간은 물론이고 잉크 냄새 풋풋한 신간마저 거리낌없이 가져다 손때 묻혀가며 탐독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이 풍경이 불편하다고 하면 독자들은 출판업자의 엄살이나 서비스 정신의 부재라고 질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화점이나 마트만 해도 시식 코너가 있고, 적극적으로 맛을 보게 하는데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타박을 직접 들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불편한 심정은 어쩔 수 없다. 매장 독서 테이블이 도입되기 전 서점을 찾은 독자들은 비좁은 통로에 쪼그려 앉거나 서가에 기대어 서서 자신이 애초 정했던 독서 목표에 따라 책을 살펴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뒤적여서 찾고자 한 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카운터로 가져갔다.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고 서점을 찾은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당연하게 여기다 보니 교보문고부터 매장 배치를 바꾸고 독서 테이블을 설치,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독서 테이블에 몇 시간이고 앉아 아예 독서를 하는 고객들, 더러 필요한 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찍는 고객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서점에 위탁’된 개별 ‘출판사들의 재산’들이 아무런 비용 지출없이 합법적 권리가 되어 고객들의 눈과 머릿속, 스마트 기기에 담기고 있는 것이다.

 

비록 그 매장에 우리 회사 책들은 몇 종 깔리지도 않았고, 그나마도 서가에 한두 권 있을까 말까 한 상태지만, 제조업자(업종분류상 출판은 엄연한 제조업)의 속은 내가 낸 책이 아니어도 뒤집어진다. 저렇게 손때 묻고, 아이들 침 얼룩이 지고, 무의식 중에 밑줄 긋고, 실수로 떨어뜨려 모서리가 깨지거나 찢어진 책들은 고스란히 반품으로 돌아와 출판사의 리스크를 보태는 것이다.

 

(그럼 왜 출판업자들이 단합해서 서점에 독서 테이블을 치우라고 요구하지 못하냐고요? 단결은 노동자들이나 하는 거지 사장들이 그런 거 하면 못써요.ㅎㅎ 사장들은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 손실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하거든요.)

 

아무튼 유감!

 

3. 80년대 운동권이 점령한 서점
쏟아져 나오는 신간을 채워 넣기도 모자란 서점 매대를 중뿔나게 장기간 독차지하고 있는 책들, 유심히 본 적 있으신지? 한국의 출판문화는 과도하게 정치적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80년대의 운동권적 이념 편향에 사로잡힌 독서 문화와 그로부터 주고받는 출판 환경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교보든 영풍이든 매장에 가 보면 현직 대통령이 속이 허해서 (본인이 직접 썼는지 모르지만) 끄적인 책들이 벌써 1년여째 한 무더기를 이룬 채 평매대를 독점하고 있다. 대충 들추어 봐도 부국강병과 국리민복을 위한 경세의 고민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저 소녀적 감성 충만하고 여성적 안위에 기대어 무욕의 복락을 달달하게 속삭이고 있을 뿐이다. 그의 메시지는 “국민 여러분이 지켜주실 거죠? 국민 여러분만 믿습니다”로 간단히 요약된다. 그런 메시지가 우리 출판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당대 지성계의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둥,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라는 둥… 밥 잘 먹고 속이 허해서 지껄인 소리들을 버젓이 종이에 잉크 발라 팔아먹는다는 것, 그래도 출판업자이자 30여 년 편집쟁이로 살아온 인생을 낯뜨겁게 하고 역겨울 뿐이다.

 

그 건너 건너로 가면 김어준이니 김제동이니 주진우니 유시민이니… 온라인 서점도 마찬가지. 베스트셀러 순위를 검색해 보시라. 1위부터 20위까지, 하나같이 독자의 감성을 좀먹고 사회의 지성을 타락시키는 책들만 주루루 늘어서는지… 자유와 욕망은 서가 귀퉁이 어디에 쳐박혔는지 보이지도 않고, 평등과 분배, 가난한 행복과 팔다리까지 떼어주고서라도 평화를 구걸하는 저 비루한 감성이 어떻게 이 시대의 이성을 해체시키고 있는지, 암담하다.

 

서점에 가면 조심스럽게 살펴보시라.

 

이 나라의 지식과 지성계를 파괴하는 맹목적 포퓰리즘과 좌파 쇼비니즘의 유령이 어떤 눈빛으로 당신을 보고 있는지를.

 

아무튼 그래서 유감!

 

책 읽는 30대, 주제는?…남자는 정치, 여자는 페미니즘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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