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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30 21: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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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들한테 민중가요나 가르쳐주고, <난쏘공>이나 추천도서로 꼽아줬던 젊은 전교조 교사
-386 틀딱과 명예386 병신들이 아직도 30년 전 ‘민주화 종교’ 믿는 사는 게 망발의 가장 큰 원인
-<죽은 시인의 사회> 키팅이야말로 개새끼, 학생에게 헛바람 넣어 죽게 만들곤 희생자 코스프레


내가 공산화가 된 것은 88 올림픽의 해다. 그 때부터 89년까지가 내 인생에서 순수한 공산주의자였던 시기다. 두 가지 큰 계기가 있었는데, 당시 담임선생님과 전교조에 대한 탄압 사건이었다.

 

우선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 얘기를 좀 해보자. 당시 담임선생님은 운동권 출신의 젊은 교사였다. 운동권 이력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운동권 아닌 대학생 아이들이 얼마나 있었겠으며, 어린 국민학생들한테 민중가요나 가르쳐주고, <난쏘공(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추천도서로 꼽아준 걸 생각하면 386 운동권 냄새를 부정할 수는 없다.

 

▲ 키팅의 ‘카르페디엠’도 니들 꼴리는 대로 하고 젊어서 놀라는 소리다.


솔직히 내가 당시에는 괴물같은 독서력을 보여 세르기 코르다코프의 <핍박자>도 읽었던 아이였는데도 ‘난쏘공’은 소화되는 책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난쏘공은 애들한테 권할 책이 아니다.

 

그래도 당시에는 잘 몰랐다. 젊은 선생님이었고, 아이들에게 진솔하게 다가왔으며, 책에 없는 것들을 많이 알려줬던 선생님이어서 좋게 생각했다. 그 전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만났던 권위적이고, 폭압적인 교사와는 달랐다. 사실 지금 평가해봐도 그 386 운동권 대학생적인 한계를 제외하면 좋은 교사였고, 잘못된 종교(?)에 빠져서 그렇지 순수한 열정으로 우릴 가르쳤던 것은 분명하다. 그 결과 선생님의 말을 무조건 믿는 착한 아이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화는 상당히 잘 진행됐다. 선생님이 가진, 선해 보였던 분노와 우리나라의 일제의 잔재들. 친일파의 나라와 군부독재의 고통. 이 모든 것이 스며들기에는 충분히 어린 나이였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는데, 아마도 한창 청문회 시즌이었던 것 같다. 당시 88년 청문회는 전두환 군부정권을 단죄하는 청문회이자 우리 노짱을 스타로 데뷔시킨 청문회이기도 하다. 국민학교 아이들도 모두 청문회 방송을 봤고, 다음날 학교에서 노짱을 흉내내거나 같은 노씨라는 이유만으로 노태우 혹은 노무현과 연관시켜 친구들을 언급하곤 했다.

 

대학생 형들과 담임선생님에게까지 의식화가 된 나는 청문회를 보며 분노했다. 악하고 무능한 독재 정권이 권력과 부를 독식했던 것을 욕하며, 통일이 안 되는 것은 저 놈들 때문이고, 차라리 북한이 낫고 북한처럼 완전한 공산주의를 하는 것이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이 오는 길이라고 내뱉었던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이 곧 인민의 세상이고 공산주의 세상이라고 누가 나에게 좌파 용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쳐준 적이 없었지만 생활에 스며든 의식화를 통해 나는 벌써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의식이 확고했다.

 

담임선생님의 혁명역량(이런 용어로 인식하지는 않았다)의 한계를 느끼고, 친구들과 함께 사회과학연구회를 조직했다. 국민학교 6학년 애들이 대학생들과 같은 사회과학연구회라니 웃기는 얘기고, 당시 우리가 했던 거라고는 백과사전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뒤적이며 토론하는 정도였지만, 그 때는 시대가 그랬다. 자고 일어나면 군부독재를 욕하던 시대, 민주화가 종교이고 교리였던 시대. 어찌보면 386 틀딱과 명예 386 병신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30년 전을 사는 게 저들의 망발의 가장 큰 원인인 거 같기도 하다.

 

나와 선생님은 졸업 후에도 두세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랬던 것을 생각해보거나, 전교조 하이랭커가 못 되신 점이나, 얼마 전 명퇴하셨던 걸 생각하면 그냥 잘못된 역사와 사상을 배웠을 뿐이지 순수한 젊은 교사였을 뿐인 것 같다.

 

여담 하나만 하고 가자. 그 때 선생님이 권해준 영화가 있었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였다. 일단 제목 번역이 병신 같았기 때문에 (Dead Poets Society의 Society는 ‘사회’가 아니라 ‘모임’이란 의미다) 도대체 뭔 영화일까 전혀 감도 잡지 못한 채 보러 갔었다.

 

당시에 우리 교육에 비판적이었고, 교육계에 꿈이 있었던 내게는 상당히 신선했고, 뭔가 좋아보였던 영화고, 키팅 선생이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해서 ‘오 캡틴! 마이 캡틴!’을 학생들이 외치는 장면을 수없이 곱씹고, 전교조 탄압과 연관시키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키팅 선생은 개새끼 중에 개새끼다. 가급적 욕을 안 쓰려고 하는데 매번 쓰게 되네. 근데 그 시대를 생각해보면 욕이 나올 일이 산더미라 한 글에 한 번 정도는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자.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지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모범으로서 권위를 확보하기도 전에 용어 전술로 아이들에게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 아닌, 길을 알려주고 이끌고 따라야 하는 ‘선장’으로 규정한다.

 

이는 매우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근거도 없는 권위를 스스로 부여한 거다. 그냥 이 정도면 개저씨라고 하고 말 텐데.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보면 결국 이 인간은 자기 학생들에게 헛바람을 넣어 그 중 한 명이 자살하도록 부추긴 셈이나 마찬가지인 결격 교사다. 그 정도면 북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꽉 막힌 입시 중심 교육체제의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고 학교를 떠난다. 아니, 입시고 나발이고 그런 거 다 떠나서 학생을 죽도록 만들었으면 옷 벗고 감방을 가야 하는데 무슨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고 지랄인지.

 

아이들한테 온갖 좋은 사람인 척만 하고 가르쳐준 건 하나도 없다. 결국 카르페디엠도 니들 꼴리는 대로 하고 젊어서 놀라는 소리다. 그게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미래를 준비시켜주지도 않고 현재를 즐기라고 하는 게? 제일 나쁜 점은 제일 감동적인 장면에서 나오는데, 그렇게 마음에 드는 소리만 해줘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친구를 죽게 한 사실상의 교사범인 자신을 옹호하게 만든다. 그걸 제지하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부산저축은행 서민들을 죽이고도 진보 운운하고, 유병언이를 풀어주고도 세월호 운운하는 급이다.

 

곁가지는 이만 줄이고, 다음에는 공산주의화된 또 다른 계기인 전교조 이야기를 해보겠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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