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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재인정권에게 북한은 ‘영원한 상전(上典)’인가? - 남북관계, 주종(主從)의 관계로 변질. 이것이 文정권 한계 - 김정은 조화받으러 안보실장까지 판문점으로 가 고개 숙이는 현실 - 문재인 청와대가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정상화는 요원
  • 기사등록 2019-06-13 07:03:23
  • 수정 2019-06-13 0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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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뉴시스]


[조화(弔花) 전달한다고 안보실장을 판문점으로 부른 북한]


문재인 정권에게 있어 북한은 ‘영원한 상전(上典)인가?


북한이 12일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김정은 명의의 조전(弔電)과 조화(弔花)를 판문점에서 전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을 호출했다.


그저 북한만 바라보는 망북(望北)정권답게 김정은이 보내는 조화를 수령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청와대 안보실장이 판문점 북측 통일각으로 달려갔다.


북한측에서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나와 이희호 여사에게 보내는 김정은의 조전과 조화를 전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조전·조화 전달 의사를 통지문을 통해 밝히면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며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을 판문점으로 보냈다.


사실 이희호 여사의 장례가 발생하자 문재인 정부는 온통 관심이 북한에서 조문사절단이 언제 오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및 청와대, 그리고 박지원 의원 등은 '인륜'을 거론하며 북한이 조문단을 파견해 남북 대화 재개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대화가 다시 복원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고 그래서 김정은의 친서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측의 그러한 ’은전(恩典)‘은 없었다.


▲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화가 놓여 있다. 【서울=뉴시스】


[김정은의 조화가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에서도 김정은의 조화가 한 중앙을 차지해 귀한 보물처럼 다뤄진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김정은의 조화를 받기 위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노라면 도대체 이 정권에게 ’김정은의 조화‘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도 김정은의 조화가 중요한 것인가? 국가의 모든 관심을 주목시킬 정도로 김정은의 조화가 대접받아야 하는 것인가? 국가안보실장까지 나서서 ‘마치 하사품을 받듯이 최대한 예우를 갖춰야 하는 것인가?


북한이 우리의 상전이라도 되는가?

김정은이 대한민국 청와대 위에 군림하는 ’어르신‘인가?


북한이 부른다고 우리의 안보실장이 쭈르르 판문점으로 달려간 것도 꼴이 사나운데 조화를 전달하러 판문점에 나온 김여정을 바라보는 이들의 모습은 국민들의 마음을 한없이 무너져 내리게 만든다.


이것이야 말로 과공(過恭)아닌가?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


[북유럽 순방중인 문대통령, 또 남북회담 구걸]


김정은의 조화를 받기 위해 청와대 수뇌부가 판문점으로 몰려간 그때 노르웨이를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했다.


문대통령은 특히 “6월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김정은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모든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산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선 “최근에는 남·북·미 정상의 결단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라며 “한국 정부는 평화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며, 반드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대통령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미북간 중재자로서 역할을 할 능력이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전에 김정은을 만나 미북간 회담의 추동(推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진짜 그런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그 무엇인가를 ’문재인-김정은‘의 만남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보는가?


참으로 대단한 착각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미국과 직거래를 할 수 없었을 때는 남쪽 청와대의 중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김정은이 미국과 직거래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하자면 “김정은과 가까운 친구 사이”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북한과 많은 접촉들이 오가고 있다고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뭐하러 남측의 대통령을 만나 조율을 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부탁하겠는가?


이미 김정은으로부터 ’오지랖‘ 소리까지 들었으면서도 그 책망이 부끄럽지도 않은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김정은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편에 확실하게 서서 김정은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문재인 청와대가 착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정상화는 요원]


문재인 청와대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을 그저 상전으로 모시면서 김정은의 입만 주목하는 대북정책은 오히려 북한의 버릇만 나쁘게 만들 뿐이다.


그러니 ’김여정‘이 판문점으로 나오면서 국가안보실장을 부르는 오만함’을 보여준 것 아닌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90도로 숙이면서 쪼르르 달려간 남쪽 정부의 행동을 보면서 북한 스스로도 자신들이 지금 남쪽 정부를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북한이 정말 아쉬워하고 남쪽에 뭔가를 갈망하도록 만들어야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가기 시작할 터인데 문재인 정부는 반대로 남쪽이 오매불망 김정은의 처사만 기다리고 있으니 남북관계가 병적인 상태로, 주종(主從)의 관계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북한이 상전이 되어버린 남북관계가 제대로 풀릴 수 있을 것이라 보는가?

김정은의 은전(恩典)이나 시혜(施惠)를 기다리는 ‘망북(望北)’ 정신으로는 결코 건강한 남북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


북한이 그렇게 두려운가?

그래서 그러는 것인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김정은을 대한민국의 상전으로 모시려 하는가?


국민들도 자존심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들의 마음을 비참하게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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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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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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