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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북러정상회담도 ‘노딜’, 또 빈손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 미국의 압박에 꼬리내린 러시아, "대북제재 완화 없다" - 북한 비핵화 방안은 중국에 핑퐁, "중국과 공조하겠다" - 남북러철도 및 가스관 사업에 관심많은 푸틴, 우회적 비핵화 촉구
  • 기사등록 2019-04-26 10:20:51
  • 수정 2020-05-28 15: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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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북러정상회담이 열렸으나 결과는 노딜이었다. [사진: KCNA]


[25일 블라디보스톡 북러정상회담, 사실상 노딜로 끝나]


예상대로였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줄 선물은 없었다.


단지 화려한 립서비스는 풍성하게 넘쳐났다.

마치 며칠 굶은 사람에게 다이어트 비법을 강의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관련기사: [정세분석] 북·러정상회담, ‘먹을 것 없는 잔치’ 가능성 높다]


이미 우리 신문이 분석한 바 있지만 푸틴을 만나는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온통 대북제재 돌파구 마련뿐이었다.


우선적으로 러시아의 벌목공 등 북한 노동자들의 송출 확대와 정제유 공급 확대 및 실질적인 먹고살기 아이템들이 무엇보다 시급한 정상회담 과제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의 이러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별나라 이야기만 해댔다.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단독 회담을 마친 후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방금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고, 양국 관계의 역사와 현황, 발전 전망에 관해 논의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 상황에 대해서도 다뤘다"며 "지금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가질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뜬구름 잡는 개괄적인 대화만 나눴다는 의미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방식에 중국과 공조하겠다”고 한 발언이다. 어찌보면 이번 북러회담의 핵심적 내용인데,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만의 북한 비핵화 정책을 내 놓은 것이 아니라 그저 중국과 공조한다면서 중국에게 공을 던져버린 것이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그리 관심도 없고 정책방향도 없다. 다만 중국이 정하는 대로 러시아도 따라 가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푸틴의 이 발언은 김정은의 마음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기껏 김정은을 위한답시고 북한 비핵화 촉진 방안으로 내 놓은 것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한 체제 보장”이다. 이는 아무 영양가도 없는 하나마나한 발언이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노력은 이미 실패로 귀결되었고 북한의 목소리만 크게 해 주는 것으로 미국이 벌써 던져버린 카드다.


▲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 북러정상회담 [사진: KCNA]


푸틴은 한술 더 떠 "김정은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사업과 남·북·러 가스관 건설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전력망 연결 사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수락한 푸틴 대통령의 속내가 여기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푸틴이 관심 있었던 것은 한국과의 거래다. 그런데 북한이 가로막고 있어서 이 엄청난 일들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푸틴은 이 사업들에 대해 "한국 입장에선 국익에 부합하는 사업들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선 미국과의 동맹에 관한 의무적인 사항이 있기에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신뢰 구축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의 대북제재가 걸려 있기 때문에 러시아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북한에게도 많은 달러를 넘겨주게 될 이러한 사업들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납득할만한 비핵화 방안을 내 놓으라고 우회적으로 김정은에게 압박을 가한 셈이다.


푸틴의 "남북과 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해선 최근 그런 시도가 이뤄졌는데, 러시아로 향하는 철도 연결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며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북러정상회담을 하는 날, 자신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를 청와대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게 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지금 몸은 김정은과 함께 있지만 마음은 한국에게 가 있다는 이중 3각의 의미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김정은의 뜻을 수용하지 못한 이유]


푸틴 대통령이 이렇게 김정은의 간절한 바램을 외면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이미 스티븐 비건이 18일 러시아로 건너가 북러정상회담 어젠다에 대해 미국측의 뜻을 전달했고, 25일에는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항공모함 동시전개작전을 지중해에서 수행했다.


에이브러햄 항모강습단과 존 C. 존 C 스테니스 항모강습단의 두 항모가 동시전개작전 훈련을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이례적이다.


더욱 더 이 훈련이 주목을 끈 것은 이 훈련에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가 승선해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는 것이다. 헌츠먼 대사는 “지중해를 항해하는 이 상황을 외교라고 한다”며 “이것은 전진 배치된 외교”라고 말해 이번 훈련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미 경제적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강하게 대응하는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뜨뜻미지근한 원론적 회담을 하게 된 것이다.


▲ 25일 저녁에 있었던 김정은과 푸틴과의 만찬 [사진: KCNA]


[김정은의 미국을 향한 분노와 미국의 반격]


이렇게 상황이 북한에게 별로 소득이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자 김정은은 현재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전적으로 미국탓’이라며 미국에 분노의 화살을 돌렸다.


김정은은 25일의 확대회담에서 "얼마 전에 진행된 제2차 북미수뇌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한반도와 지역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빠졌다"면서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미 12일의 시정연설에서도 밝혔던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 면전에서 같은 발언을 반복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미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의 이러한 발언을 예상이라도 한 듯 폼페이오 장관은 25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비핵화 합의는 오로지 김정은 위원장이 근본적 전략적 결정을 하느냐 여하에 달려 있다”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김정은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에게 ‘진지한 대화’를 촉구했다.


▲ 이벤에 또 김정은의 경호가 부실했음을 드러냈다. 김정은이 묵고 있는 숙소의 옥상에 김정은과 일행들이 나와 환담하는 모습이 찍혔다. [사진: Macao Huage 트위터]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


북한의 노동신문 26일자는 김정은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반갑게 활짝 웃는 여러 장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나 이는 웃는 게 아니다. 문드러지는 속을 감추기 위해 웃는 척 하는 것이다.


결국 북러회담도 실질적 소득이 없는 ‘노딜’이다. 러시아는 북한 비핵화 방안을 중국에게 핑퐁했다. 중국은 미국의 대북제재 노력에 “100% 동참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어떻게 할지는 뻔히 눈에 드러나 보인다. 그러니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닌 것이다.


김정은은 아마도 26일 블라디보스톡 유람을 조금 더 한 다음 저녁 때나 다시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긴박한 한반도’라면서 보도했지만 전혀 긴박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의미있는 내용의 도출도 없었다. ‘노딜’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감은 이미 24일 저녁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톡에 있으면서도 다른 일정이 있다며 환영만찬을 열지 않은 것에서 이번 회담의 결론이 무엇인지 드러났다 할 것이다.


김정은의 평양행, 기나긴 열차 여행 속에서 한숨 쉬는 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족 하나, 김정은의 ‘노딜’ 평양행을 보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아직도 이 회담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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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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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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