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북·러정상회담, ‘먹을 것 없는 잔치’ 가능성 높다 - 미국과 조율한 러시아, 비핵화 실질적 행동 촉구할 듯 - 北 핵무기 해체시 핵발전소 지어 주겠다는 약속도 할 듯 - 북러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얻어갈 선물이 별로 없어
  • 기사등록 2019-04-20 10:19:14
  • 수정 2020-05-28 15:14:52
기사수정


▲ 2000년 7월 러시아 푸틴대통령과 평양에서 만난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김정은은 푸틴과의 만남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게될까? [사진: DPR Korea 201809, 편집 Why Times]


[북·러정상회담, 25일경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릴 듯]


북·러정상회담이 오는 25일경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차를 이용해 블라디보스톡으로 갈 것으로 보이며 블라디보스톡 인근의 루스키 섬에 있는 극동연방대학교에서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26일과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하는 길에 블라디보스톡에서 김정은과 회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줌인]북러정상회담, 오는 24일 전후 블라디보스톡 예상]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는 이미 1월 초에 밀가루 5만톤을 선물한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은 지난 2011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시베리아의 울란우데에서 만난 지 8년만이다.


[북·러정상회담을 여는 김정은의 전략은?]


그동안 몇 차례 푸틴 대통령의 방러 초청에도 불응했던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톡으로 달려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북제재의 벽을 뜷어 보기 위해서다.


이미 2012년에 110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 채무의 90%를 탕감해 준 적이 있는 러시아는 지금도 매월 4000t 규모의 정제유를 공급하고 있다.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뿐이다.


이러한 러시아에 김정은은 대북제재의 과감한 돌파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당면과제는 북한 근로자의 러시아 송출과 관련하여 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더불어 과감한 에너지 지원 등에도 김정은은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이와 함께 북한 철도 개선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과 함께 자신이 전용기로 사용할 러시아산 항공기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번 푸틴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톡 방문에 수행원으로 철도와 항공기 업체의 간부가 포함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은과 만나는 푸틴의 생각은? ‘북핵 해결사’ 역할 의도 가장 커]


그러나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김정은의 생각대로 굴러갈 것 같지는 않다.

푸틴과 김정은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푸틴의 입장에서 미국과 정면대결을 하면서 북한을 지원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북한에게서 그렇게 얻을 것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오히려 북한을 넘어 한국에 더 눈길을 준다. 한국 정부가 오래 전부터 희망해 왔던 가스 송유관 설치 등에 대한 북한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큰 관심이 있다.


물론 부동항으로서 나진항 진출에도 높은 관심이 있지만 이 역시 북핵 문제 진전이 없다면 큰 효용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또는 북한을 이용해 한국과의 경제협력 등의 이익을 얻으려면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필수적이다.


특히 러시아는 북핵 지원국으로서 원초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나라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핵개발을 위한 이론·기술·인원·시설·재료 일체를 북한 정권 초기부터 지원했다. 사실상 북한이 핵보유를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러시아는 1946년 김일성대학 설립 때 핵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는 물리수학부를 최초로 개설해 핵개발에 대한 꿈을 꾸도록 해 주었고, 북한 핵 전문가들 250여명을 ‘두브나핵연구소’에서 기술을 습득하도록 도와줬다.


1980년대에는 영변에 100여 개의 핵시설 건설을 지원하기까지 했다.

러시아가 핵탄두 개발에 대한 기술말고는 전체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한 셈이다.


심지어 북한은 소련 붕괴의 혼란기를 틈타 핵·미사일 장비와 기술을 불법적으로 반입한 데다가 러시아의 핵 기술자들을 대거 고용하여 1차 핵실험을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금의 북한 핵보유는 러시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북핵 문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결자해지를 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당장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러시아로서는 경제개발의 당면과제가 눈 앞에 있는 극동지역 개발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물론 러시아가 북한과 39.1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북한에서 핵문제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당장 피해 대상국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북핵 문제 때문에 극동개발의 속도가 지지부진해 이 문제가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의 경제는 사실상 최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이 러시아의 발목을 걸고 나서면 러시아는 전반적 추락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안해도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해 일정 부분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과 정면대결을 하면서 북한을 지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잇는 것이고 북한의 생명줄과 같은 북한 근로자도 철수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관련기사: [줌인]러시아, 美 요구대로 대북제재 동참 북한 근로자 철수 결정]


러시아에 파견되는 북한 근로자 문제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이지만 러시아가 김정은의 뜻을 받아들여 이를 확대하기는 곤란한 입장이다. 더불어 러시아가 지금 북한 근로자까지 받아들여 공사를 할 일감도 사실 별로 없다.


그러니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얻어갈 선물이 별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푸틴대통령이 굳이 김정은을 만나려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북한 핵문제 해결사가 되기 위함이다.


지금 미국과 북한간에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러시아가 이에 대한 돌파구를 열어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가 18일 러시아로 건너가 이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북한 비핵화 방안은 중국과 대동소이하다. 러시아는 이미 2017년 8월에 북한당국에 북핵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에 북측에 러시아가 중국과 합의한 ‘쌍중단’, ‘쌍궤병행’ 구상에 기초한 ‘한반도 위기 해결방안’을 제시했었다.


이에 따르면 사실상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쌍중단’은 사실상 이루어졌다. 남은 것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간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쌍궤병행’이다.


이번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제시할 가장 큰 카드가 바로 이 ‘쌍궤병행’일 것이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대북제재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실질적 비핵화 행동과 함께 미국과의 외교적 해결을 우선해 가면서 분명한 비핵화 의지가 드러날 때 대북제재 문제를 러시아가 앞장서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해체하면 북한에 핵발전소를 지어주겠다는 구상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전제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다. 러시아도 북한의 핵보유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북러정상회담은 푸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의 주도권을 잡고 풀어가 보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미국과도 협의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푸틴 대통령에게 있어서 김정은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어보려는 지렛대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러시아과학원의 미헤예프 부원장이 했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전략적 안보 이익은 한반도와 무관하다.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북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푸틴대통령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 있다.

더불어 당장 제재 해제가 급한데 길을 돌아가라는 푸틴의 방안에 김정은이 얼마나 수용할 지도 관건이다.


결국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그야말로 상징성은 크지만 성과는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76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