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4-03 09:47:01
  • 수정 2019-04-03 09:48:10
기사수정


▲ `약무호남시무국가`(호남이 없다면 나라가 없는 것과 같다). 이 충무공이 계사년 4월에 지평 현덕승에게 보냈던 글이다. 과거에는 호남이 나라를 먹여 ㅅㄹ렸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Why Time DB]


전주시 한가운데에 전주종합경기장이 있습니다. 1963년에 건립된, 55년 된 건조물입니다. 이 경기장의 재개발은 전주시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에 저렇게 낡은 경기장 시설이 남아있는 도시는 드물 것 같습니다.


2012년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현재 전북지사)은 전주종합경기장 이전 및 호텔민간투자 사업자로 롯데쇼핑을 선정했습니다.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롯데쇼핑이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이전 건립하고 현 부지에는 200실 규모의 호텔과 백화점 등 쇼핑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경기장 부지 절반에 롯데가 쇼핑센터 등을 짓고 나머지 땅에는 전주시가 다목적 전시․컨벤션센터를 국비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후임 김승수 시장은 이 사업을 취소합니다. “전주의 심장부이자, 시민의 애환과 추억이 담긴 종합경기장을 롯데에 빼앗길 수 없다”는 명분이었습니다.


국비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전시 컨벤션센터 건립도 만료 시한을 넘겨 무산됐고 김승수 시장은 공개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김 시장은 “한번 대기업에 내준 시민의 땅은 다시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저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원래 전주종합경기장은 소유권이 전주시가 아닌 전북도에 있어서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지 않으면 전북도에 돌려줘야 합니다.


작년 10월 16일 송하진 전북지사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해 "전주시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전주시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도유재산 환수조치 등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LG그룹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LG CNS가 2016년 7월 새만금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3800억원을 투자해 23만평, 여의도 4분의 1 면적에 첨단 온실과 식물공장, R&D 센터와 가공·유통시설 등이 들어설 스마트팜 실증 연구단지를 세우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은 전량 수출하겠다는 조건도 달았습니다.


하지만 LG CNS는 두 달만에 스마트팜 사업 철회를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농민단체 및 좌파 성향 언론과 지식인의 반발이 컸습니다. 전북 도의회마저 ‘LG의 농업진출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들의 반대 논리는 결국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을 결사 저지하는 논리와 똑같습니다.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입니다.


새만금 역시 전북의 숙원사업입니다. 군산의 김관영 의원은 새만금에 카지노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스마트팜 단지와 카지노 그리고 태양광 가운데 어느 게 전북과 군산의 미래를 위해 더 유익할까요? 저는 명백히 스마트팜 연구단지라고 봅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사례도 유명합니다. 삼성그룹이 추진하는 '드림클래스'라고 있습니다. 전국의 중학생에게 방학기간을 이용해 과외 할 기회를 주고 참여한 대학생에게 학비를 보조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삼성이 이 사업 협조를 요청하자, 교육감이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관내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에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등에 전북지역의 학생들을 취직시키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2017년에는 광주시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차량과 방송장비 비용으로 1억6천여만원을 편성해, 시의회가 승인했습니다. 두 노총의 시위용품을 구입하는 데 시민의 세금을 쓴 것입니다. 이 금액에서 두 노총이 부담한 금액은 268만원, 430만원에 그쳤습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3~5% 정도입니다.


이밖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습니다. 모두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정서를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과 시장을 싫어하는 호남은 뭘 먹고 살까요? 농업? 국가 보조금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운 산업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국가가 농업에 지원한 돈이 200조원 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국가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농가는 약 115만 가구, 농가 대상 총사업비 6조원 가량입니다. 단순 산술평균하면, 1개 농가당 평균적으로 523만원의 보조금이 투자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농업보조금 지원의 개선과제, 2014.9. 국회예산정책처)


농업 보조금만 있는 게 아닙니다. 2014~2017년 호남지역 1인당 국고보조금 43.3만원, 영남지역 1인당 국고보조금 33.4만원, 전국 평균은 24.6만원입니다. 호남 보조금이 영남의 1.29배, 전국평균의 1.75배입니다.


특별한 산업이 없는 호남으로서는 국가 예산으로 지원받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그 국가 예산은 어디서 나옵니까? 때가 되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옵니까? 우리나라는 자급자족이 불가능한 나라입니다. 해외에 나가서 벌어오지 않으면 순식간에 베네수엘라 꼴이 됩니다. 해외시장에 나가 치열하게 경쟁해서 벌어오는 게 바로 기업들입니다.


김승환 교육감 얘기도 했지만, 호남 분들이 삼성을 엄청 미워하십니다. 삼성은 악의 상징이고, 이재용은 감옥에 보내야 하고, 삼성그룹은 해체해서 국유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017년 삼성전자 전체 매출액은 약 240조원입니다. 각 나라에 지불한 조세공과금이 15조1천억원입니다. 삼성전자 매출의 87퍼센트는 해외에서 발생하지만 조세공과금의 81퍼센트는 우리나라에 냈습니다.


삼성전자가 직접 내는 세금 외에 삼성 임직원들 임금에서 자동으로 나가는 세금에다 삼성 협력업체들 매출에서 발생한 세금, 협력업체 임직원 임금에서 나오는 근로소득세, 그 임직원들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면서 내는 간접세 등을 다 합치면 삼성전자가 국가에 내는 세금이 분기별로 100조는 된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삼성 뜯어먹고 산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호남이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의 상당액도 삼성 등 기업에서 나온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호남이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삼성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 열심히 벌어오는 것을 얻어먹고 있으면서 기업들 욕하고 미워하는 이중적이고 비겁한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이제 호남이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호남이 한반도 사람들 먹여살렸습니다. 충무공이 말씀하신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닙니다.


최근 신안 천일염 가격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걸 도와준답시고 민주당 서삼석 의원이 국가와 지자체가 신안 천일염을 의무적으로 구입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안이 통과될 것 같지도 않지만, 통과된다 해도 효과는 못보고 호남과 신안지역이 욕먹고 비아냥만 듣는 결과가 된다고 봅니다.


프랑스의 명품 게랑드 소금도 천일염입니다. 신안 천일염의 성분이 게랑드 소금보다 우수하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신안 천일염은 값이 폭락하고 심지어 불매운동까지 벌어집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요?


우리나라 재벌기업이 신안 천일염에 투자하려다가 포기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법적인 규제도 있지만 그 기업이 정말 투자한다고 나섰다면 LG CNS 스마트팜보다 몇 배 격렬한 저항운동이 일어나지 않았겠습니까?


신안 천일염이 명품이 되려면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합니다. 그게 없으면 신안 소금은 명맥이 끊기고, 우리는 외국 소금을 사먹게 될 것입니다. 대규모 자본투자는 결국 재벌들이 해야 합니다. 국가가 예산 쏟아부을 명분도 없거니와, 쏟아붓는다 해도 성공시키지 못합니다. 국가는 그런 경영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호남 출신 전직 고위공직자들 가운데 “전국의 공무원 가운데 호남 공무원이 가장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제 기억에 노무현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영남 공무원들은 자기 지역 사업에 국가예산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때 근거나 당위성 등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데, 호남 공무원들은 그런 게 안 보인다고 그랬더군요. 무능하고, 무성의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요? 저는 결국 호남과 영남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 차이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과 시장을 거부하고, 정부와 공공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는 이런 현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시장은 상호 제시하는 조건에 합의해야 거래가 성립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는 사람이 정한 조건에 따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연고주의가 작용하고 부정부패가 발생합니다. 시장과 공공 가운데 어느 게 더 투명할 것 같습니까? 명백하게 시장입니다.


호남은 이런 원리를 거부합니다. 이게 호남의 자승자박이 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금액 기준으로 농업보조금 부정수급 1위가 전북, 2위가 전남입니다. 이거 호남 공무원들의 무능 부패와 무관할까요?


제 고향이 광주입니다. 얼마 전 광주에 갔더니 아파트 값이 엄청나게 올랐다고 하더군요. 신도시 지역의 경우 50평형대 아파트가 15억에 거래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호남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는 제 입장에서는 기쁜 소식이었습니다만 한편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경제가 절망적이라는데, 왜 아파트 가격은 그렇게 많이 올랐을까?


제가 보기에는 대구와의 동조화 현상 같습니다.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못사는 도시라고 엄살을 떨지만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아파트값이 엄청 비싸고, 5만원권 고액권 퇴장율이 매우 높고, 외제차 등 명품 구매가 두드러지게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지역의 경제력과 무관하게 부자가 많고, 그 부자의 자산이 산업 활동보다 다른 경로를 통해 얻은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정부 고위직들이 얻는 부수적인 자산효과를 말합니다. 박정희 정권 이래 대구경북은 정부 고위직을 많이 배출한 지역입니다.


광주의 지역 경제가 암담한데도 아파트 가격이 뛰어오르는 것도 비슷한 현상 아닐까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호남 특히 광주전남 출신이 정부 고위직으로 많이 발탁됐습니다. 그런 현상이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겼습니다. 경제 측면에서는 정부가 자원 배분권과 규제권을 틀어쥐고 정경유착, 관치금융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이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그 박정희 시스템을 왜곡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부 만능, 규제 만능에 시장과 기업은 타도해야 할 적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상징자산에서 호남의 비중이 큽니다. 박근혜 정권의 퇴진은 사실 호남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에 호남 출신들이 많고, 영남패권 대신 호남패권이란 말도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과거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왕조의 성씨만 바뀌는 식의 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호남이 피흘려 얻은 결과가 영남이 누리던 기득권을 호남이 대신 누리는 식이어서는 안됩니다.


저는 영남패권을 비판해왔지만 그래도 현재 대한민국을 이만큼 발전시킨 주역이 그분들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호남은 그걸 이어받아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칫하면 “영남이 발전시킨 나라를 호남이 말아먹었다”는 소리가 나오게 될 것 같습니다.


호남이 대한민국에 빌붙어 먹고사는 게 아니라 다시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려면 지금과 같은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나아가 반대한민국 정서는 버려야 합니다. 원래 호남은 보수의 고향이었습니다. 대구야말로 ‘동양의 모스크바’로 유명했습니다. 한국에 와 있는 조선족들 말투 들어보면 영남 억양이 강합니다. 일제시대에 영남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어서 일본으로, 만주로, 러시아로 많이 떠났다는 얘기입니다.


호남은 김성수나 현준호 같은, 지금 친일파라고 욕먹는 자본가들이 기업을 일구고 토지를 개간해서 많은 분들이 먹고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호남에 빨대 꽂고 호남의 한과 눈물을 이용해 권력을 쥔 좌파들은 정반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호남과 대한민국을 몰락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호남이 변해야 합니다. 좌파를 거부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나라를 만든 그 정신, 호남의 선조들이 지녔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호남이 변하지 않으면 호남도 불행해지고, 대한민국도 망합니다. 저는 제 고향 호남과 대한민국이 다같이 상생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과 호남 둘 중 하나가 죽어야 결말이 나는 이런 생태계를 바꾸어야 합니다.


이런 메시지가 불쾌하실 수도 있지만, 제 애정과 정의감을 모아서 드리는 말씀이라는 것만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6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