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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01 08:39:51
  • 수정 2022-10-09 15: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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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사진: Why Times]


오늘은 2039년 3월 21일 춘분이다. 밤과 낮이 사이좋게 반씩 시간을 나누는 춘분은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절기다. 창밖을 내다보니 일찍 깨어난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양지바른 곳에는 개나리와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서울에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실행되어 한동안 그렇게 문제가 되었던 미세먼지도 걷히고 맑은 하늘에 봄바람이 부드럽다. 외출을 위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에 탔다. 그동안 공유택시를 많이 활용했으나 낯설고 두려운 마음을 내려놓고 전기차를 구입했더니 예상 외로 편리하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전후좌우 장애물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감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안전운행을 한다.


오늘 가는 곳은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 교외의 시니어타운이다. 그곳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그녀는 아직도 현역 피아니스트라 커뮤티니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살롱콘서트를 열고 연말에는 음악을 전공한 자녀, 손자녀들과 모여 기부를 위한 작은음악회를 개최한다. 같은 동에 사는 동창 중에는 그림을 그리며 소일을 하는 친구도 있다. 그녀는 원래 교사였으나 퇴직 후 예순이 넘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개인전을 여러 번 했다. 요즘에는 디지털아트에 몰입하여 태블릿 PC를 가지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그림을 그리고 온오프라인에서 전시 판매를 한다. 우리 세 사람은 취향도 비슷하고 호흡이 잘 맞는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거나 커뮤니티센터 안에 있는 홈시어터에서 영상콘서트나 영화를 보고 산책을 한다.


무릎 관절 수술 후에 다리가 불편한 화가 친구는 최근에 본인에게 맞는 웨어러블 인공지능 수트를 속옷처럼 입고 다닌다. 그 옷을 입고 다리에 힘이 생겨서 친구가 젊은이처럼 힘차게 걷는 모습을 보며 함께 웃었다. 스마트한 복지와 신약 개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노인의 비율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우리는 남은 생에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다 건강할 때 웰빙과 웰다잉을 통합한 라이프디자인을 하자고 했다. 오늘은 각자 흩어진 사진을 모아 영상 자서전과 책을 만들고 합동 출판기념회를 하고 생전 장례식을 실천하자고 뜻을 모았다. 소중한 것들이 유품이 되기 전에 창고를 기꺼이 열기로 결정했다.


20여 년 전부터 50플러스 생애설계프로그램뿐 아니라, 의미 있는 칠순연, 팔순연을 총괄 기획하여 저서와 영상자서전으로 ‘삶의 이야기 새롭게 쓰기(Change your life story, write now!)’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수많은 분들의 라이프코칭과 라이프디자인을 했다. 이제는 나와 벗들의 삶을 조망하여 이야기를 새롭게 쓸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버릴 것을 버리고, 줄 것은 주고, 사는 동안 지니고 살 것들을 추려내야 한다. 스스로 정리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손에 한꺼번에 버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작업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누군가의 자발적인 협조를 받아야 하고 그 과정이 의미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친구들에게 시니어타운 개인창고에 쟁여있는 소중한 것들을 거풍시키고 필요한 이들에게 나눌 수 있는 나눔장터를 열자고 제안 했다. 사회복지기관이나 봉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장터를 열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가정이나 독거노인을 위한 기금으로 쓴다는 취지다. 자원봉사를 해주는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도 일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다. 주인과 함께 버려질 값진 물건과 소장품들이 새 주인을 찾는 지구의 한 모퉁이를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그 일을 하는 중에 젊은이들의 일거리를 만들고 세대 간에 협업을 늘려갈 수 있다. 친구들과의 시간을 마치고 돌아가면 내일부터 소통이 가능한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취지를 설명하고 필요한 것을 요청할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어떻게 노년을 건강하고 보람 있게 잘 보낼 수 있을까 고심을 하며 준비를 해왔다. 워낙 변화가 극심한 시대이기도 하지만 20년 전의 나를 돌아보면 참 바쁘게 살았다. 퇴직을 할 나이에 새로운 일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평생학습을 했고, 인생이모작을 위해 몇 가지 국가자격도 땄다. 그 중에 가장 잘 한 일은 라이프코치와 4차산업혁명 강사로서,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것이다. 그 분들에게 코칭교육을 하면서 오히려 내 자신이 더 많은 유익을 얻었고, 덕분에 현재까지 라이프코치로 일하며 강의와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백지 위 내 삶의 곡선에 20년 단위로 꼭짓점을 찍는다. 갓난아이, 스무 살, 마흔 살, 예순 살, 여든 살, 백 살의 내가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우선 내 안에서 서로 화목하며 현재의 내가 스무 살 적은 나와 스무 살 많은 나의 지지자가 되어 응원을 보내 준다니 더 없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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