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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31 10:04:38
  • 수정 2019-03-31 21: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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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4월 11일과 12일 1박2일 일정으로 한미정상회담이 열린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0일 오후(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코스타 살게로 센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이 4월 11∼12일 워싱턴으로 가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과 또 한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한다. 두 대통령이 만나는 일곱 번째의 정상회담이다. 문재인 씨가 2017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이른바 “동분서주(東奔西走)”가 2019년에 들어 와서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지난 2월27∼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있었던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으로 좌초(坐礁)된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려 보겠다는 안간힘의 일환이다.


문재인 씨는 어떻게 해서든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서 미-북 간의 핵문제에 관한 정상외교를 재개시켜 보려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씨의 이 같은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미-북 간의 정상외교가 쉽사리 재개될 전망은 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씨가 문제의 “동분서주”를 계속하는 것은 그가 한반도 핵 문제의 현 주소를 그릇되게 인식,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문자 그대로 “김정은(金正恩)의 수석대변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너무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시점에서, 필자가 한 가지 짚어 보고 싶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지난 2월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이냐는 것이다. 지금 식자(識者)들과 논객(論客)들은 크게 두 갈래의 엇갈린 주장들을 내놓고 다투고 있다. 혹자(或者)는 이 회담 결과를 놓고 “결렬(決裂)”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혹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하노이 회담이 정상회담의 통상적 결말인 “공동성명”이나 “공동발표문”을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결렬”이라고 보는 것은 부당한 것 같다. 오히려 정확하게 말한다면, 이 회담은 트럼프의 입장에서 그가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한 상태에서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난 회담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트럼프가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목적했던 것은 “북한의 비핵화” 그 자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지난 2월9일 미국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있었던 그의 2019년 국정연설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을 간과(看過)했던 것이다. 이날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는 매우 간략하게 북핵 문제에 언급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담대한 새로운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역사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인 인질들은 귀국했고, 핵실험은 중지되었으며 지난 15개월 동안 미사일 발사는 없었다. 만약,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지 않았었다면, 내 생각으로는, 미국은 지금 이 순간 북한과 전쟁 중에 있을 것이다. 아직 이루어져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나는 2월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의 이 같은 국정연설 발언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필자는 이때 트럼프의 이 국정연설 발언 내용에 접하는 순간 “아, 이것이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하고자 하는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느꼈었다.


트럼프의 의중에는 이미 “북한의 비핵화”라는 난해(難解)한 문제를 가지고 하노이에서 김정은과 입씨름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온통 내년(2020) 11월에 있을 차기 대통령선거 재선(再選) 전략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김정은과 “비핵화” 문제 자체를 가지고 결판이 나지 않는 입씨름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비생산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는 김정은과 “비핵화” 그 자체를 가지고 설왕설래(說往說來)하다가 파경(破鏡)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그가 2020년 대선 전략에 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제한된 ‘성과’를 추구한다는 현실주의적 생각을 가지고 하노이로 간 것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은 더 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중지되고 북에 억류되었던 “인질”과 “미군 유해”들이 송환되는 상황이 내년 11월의 대통령선거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 김정은에 의하여 보장되기만 한다면 “내가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의 위험을 예방했다”는 큰 메시지로 이들 ‘상황’을 포장(包裝)하고 이 메시지로 미국의 유권자들의 환심(歡心)을 농락하겠다는 것이었다.


2월 27일 첫날 대좌에서 북한의 “핵실험” 및 “탄도탄 발사” 중지와 일부 “인질”과 “6.25 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등 그 동안의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긍정적 ‘평가’ 발언에 대하여 김정은이 “화답(和答)”하는 것으로 트럼프가 노렸던 목표는 일단 충족되었다. 문제의 “핵실험” 및 “탄도탄 발사” 중지를 유지하고 “유골” 송환을 계속한다는 북한 입장의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가 사실상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 같은 “북한의 성의 표시”(?)에 대하여 북한이 요구하는 “반대급부(反對給付)”가 문제였다. 그 동안의 보도를 보면, 트럼프 쪽에서도 북한측이 요구할 ‘반대급부’에 대하여 여러 모로 신경을 쓴 흔적이 있다. 한-미 양국군에 의한 합동군사훈련릏 중지한 것이라던가 “종전선언” 문제를 가지고 요령부득(要領不得)한 논란이 계속 되어 온 것들이 모두 그 일환이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김정은 쪽에서 덜컥 중대한 실착(失着)이 나왔다. 김정은이 꺼내 든 “반대급부”는 “대북 국제적 제재의 포괄적 완화”였다. 너무 비싼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아마도, 십중팔구(十中八九)는, 김영철과 김혁철 등 “우물안 개구리”들이 “최근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입지가 불안하기 때문”에 “김정은이 밀어 붙이면 트럼프는 밀릴 것”이라고 오판(誤判)한 나머지 김정은으로 하여금 그 같은 과수(過手)를 두도록 오도(誤導)했음이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은, 김정은의 ‘과수’는, 트럼프 쪽에서 볼 때는, 파놓은 함정에 북한이 빠져 든 것이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요구한 “대북 국제 제재 전면적 완화” 요구를 가지고 더 이상 논란을 벌이지 않은 채, “그렇다면 북한이 먼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놓으라”면서 이른바 “빅딜(Big Deal) 문서”라고 언론이 이름 붙인 문건을 김정은에게 건네주고 “더 이상 이야기해도 진전이 예상되지 않으니 서로 연구할 시간을 갖자”면서 일방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회담 결과에 관한 쌍방의 공동 발표가 없이 끝난 것이기 때문에 “결렬” 운운의 논란이 일어났지만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그가 목적했던 바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결렬”일 수는 없었다.


이 같은 하노이 회담의 결말(結末)이 갖는 의미는 김정은의 북한 쪽에 일방적으로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첫째로 그 동안 북한은 핵 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불확실성”(Uncertainty)과 “애매모호성”(Ambiguity)으로 호도(糊塗)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왔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대북 국제 제재의 전면적 완화” 요구를 표면화시킴으로써 북한의 운신(運身)의 폭이 극도로 좁아지는 결정적 파탄(破綻)을 초래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소위 ‘빅딜 문서’를 공식 문서화하여 북한에 수교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관하여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와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Nuclear Free Zone on the Korean Peninsula) 요구 사이의 사실상 타협 불가능한 근본적 차이가 극적으로 표면화되었다.


이 같은 하노이 회담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는 미국의 입장은 일단 북한의 “핵실험 중지” 및 “탄도탄 발사 중지”로 기정사실로 굳히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적 제재를 유지할 뿐 아니라 더욱 강화함으로써 한 편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강요하는 압박을 강화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북한의 체제 변화(Regime Change)를 유도하는 노력을 배가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반하여 북한의 대응은 심각한 고전(苦戰)을 예고한다. 북한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미-북 정상외교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것을 수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을 자극하고 도발해서 미-북 정상 외교로 복귀하는 것을 강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고 도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장난하는 도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금 북한에서는 다분히 바로 북한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끌어내는 데 목적을 둔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연막(煙幕) 작업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북한의 결정적 고민이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공갈(恐喝)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면역(免疫) 현상이 이미 일정한 정도 체질화되고 있어서 북한이 기대하는 공갈 효과가 발생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만약 북한의 그 같은 공갈의 결과로 미국이 국가안보에 대한 실체적 위험을 실감하게 될 경우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선제적 군사 공격을 감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특히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북한의 입장에서는 국제적 경제 제재 아래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압박에 대항하기 위하여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재정적 부담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많은 소식통들은 북한의 경제력이 사실상 파탄 상태에 놓여 있는데다가 금년도 하곡 생산의 작황(作況) 악화로 금년 말부터 대규모 기아(飢餓)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미-북 간 중재 역할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기 않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의 행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우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간청을 수용하여 4월11∼12일 워싱턴에서의 일곱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 데 동의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씨에게 “김정은으로부터 비핵화에 관한 확실한 약속을 받아 가지고 오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는 한-미 워싱턴 정상회담 이전에 문 대통령 특사의 평양 방문 또는 또 한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뭇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작금의 상황이 갖는 문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 사이에서 하는 역할이 임진왜란(壬辰倭亂) 때 명(明) 나라 사기꾼 심유경(沈惟敬)이 주도했던 “강회교섭” 사기극을 방불하게 하는 것으로 날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4월에 있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사기(詐欺) 행각의 마각(馬脚)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서 결국 한-미 안보동맹의 결정적 파국을 견인(牽引)하는 전기(轉機)를 마련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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