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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대북 추가제재 철회, 김정은을 향한 트럼프의 ‘희망고문’ - 협상의 귀재다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 추가 제재했다면 김정은은 반드시 미사일 도발했을 것
  • 기사등록 2019-03-24 09:59:29
  • 수정 2020-05-28 15: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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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White House]


[트럼프 대통령, “추가 대북제재 철회 지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추가 대북제재를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미 재무부는 현행 대북 제재에 대규모 제재를 추가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면서 “나는 오늘 이 추가 제재에 대한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메시지를 담은 22일의 트위터


이는 재무부가 21일 취한 대북제재의 철회라기 보다 앞으로 행하게 될 전방위적 대북압박을 유보하라는 지시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좋아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전날인 21일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선박 회사 2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었다.


올해 들어 처음이자 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나온 미 행정부의 첫 대북 독자 제재였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를 겨냥한 주의보도 갱신했는데, 여기에는 북한 선박과 환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들이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과 싱가포르의 항구를 기항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1일까지 총 20차례 대북제재를 단행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제재를 철회한다고 밝힌 건 처음이다.


[협상의 귀재다운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꿔 추가적인 대규모 대북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을까? 일종의 유화 메시지였을까?


사라샌더스 대변인의 말을 통해 보면 김정은을 향해 두 가지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김정은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 그리고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아직 발표하지 않았던 대규모의 대북제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추가 제재를 시행하지 않고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제재를 시행한 것이나 다름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추가제재 철회’는 분명히 김정은을 향한 희망고문이다. 그야말로 협상의 귀재다운 발상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아직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이나 또다른 행동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제재를 감행했다면 당연히 김정은으로서는 그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는 추가 제재가 북한의 도발을 불러왔다는 언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카드를 막 던지기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교묘하게 그 카드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제스처를 취했다.


추가 제재를 준비하는 미국의 행정부는 혼란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 김정은의 북한도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만약 이 시점에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한다면 이제 그 비난의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김정은을 향하게 돼 버렸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도발을 하게 되면 이제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를 피할 수도 없거니와 그 도발이 제재를 불러오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다.


도발을 안하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미국이 먼저 대화하자고 읍소를 해 오는 것도 아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는 사실 북한과의 대화 지속을 희망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고개 숙여 대화를 읍소하는 것도 아닌 참으로 절묘한 수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 메시지 속에는 분명 대화 재개 의미가 들어있지만 대놓고 한 것도 아니라서 김정은도 이에 어떻게 화답해야 할지 막막하게 되었다.


뭔가 미국과 대화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지 애매해졌다.


그동안 북한의 관행으로는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하는 것 자체가 미국과의 대화 재개 요청을 하는 것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메시지는 이 방법을 쓰지 못하도록 막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트럼프의 ‘희망고문’이 김정은의 선택을 헷갈리게 만들어 버린 셈이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 실패에 북한이 깊이 실망했다면서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여기에 대해 김정은이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렇다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를 북한 스타일로 ‘과잉 해석’해서 오히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 메시지’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웃고 있는데 그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결국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인공위성 발사 등의 미사일 도발 카드를 또다시 호주머니 속에 일단 넣어둘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계속 만지작거리기는 하겠지만 도발 방향으로 가던 흐름을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고문식’ 발언이 김정은의 대응 방식을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가올 북한의 주요 정치 일정, 곧 4월 11일에 시작되는 최고인민회의와 4월 15일의 북한 최대 명절 태양절을 전후해 김정은의 메시지가 나오겠지만 그때까지 도발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미국에게는 아주 긍정적 대화 메시지로 화답한 것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또한 김정은이 직접 또다시 비핵화 의지를 담은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던지게 된다면 미국과 북한간에는 다시 전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김정은의 대응카드가 어떻게 나타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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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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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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