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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국민대표 뽑는 선거제인데 “국민은 알 필요 없다”? - 비례대표 확대는 오히려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 방해 - 바른미래, 평화당, 지역구 선거에서 자신없어서 비례대표에 올인 - 오직 정파 이익만 존재하는 자기들만의 리그, '국민의 뜻 운운말라!'
  • 기사등록 2019-03-19 10:03:35
  • 수정 2019-03-19 10: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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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법·공수처법 날치기 저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심상정, 국민대표 뽑는 선거제 개편하면서 "국민은 계산법 알 필요 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밤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설명하면서 기자들도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자 "산식(算式·계산법)은 여러분이 이해 못 한다. 산식은 수학자가 손봐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기자들이 연이어 '우리가 이해 못 하면 국민은 어떻게 설득하느냐'고 묻자 심상정 의원은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면서 "컴퓨터를 칠 때 컴퓨터 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그 안에 부품이 어떻게 되고 이런 것은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발언이 ‘정의’를 그렇게 강조하며 ‘국민의 뜻’을 하늘의 뜻이라 알고 따라야 한다고 그렇게도 주장하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오죽했으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마저 "지금 이 설명을 이해하는 천재가 있느냐"며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 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겠는가?


[왜 이렇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집착하는가?]


선거법은 한마디로 게임의 룰이다. 당연히 공정해야 하고 게임의 당사자들이 다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집권 여당이 밀어붙이는 선거법 개정안, 곧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신들과 같은 부류인 정의당만 엄청나게 이득이 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약간 이득이 있을 수도 있고 오히려 손해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찬성 쪽에 선 이유는 간단하다. 내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그렇다면 지역구는 포기하고 비례대표에 올인한다면 당의 생존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뜻을 더 반영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다고?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저렇게 패스트트랙으로 밀어 붙이겠다는 것 아닌가?


또 하나, 공통되는 이익이 하나 있다. 그동안 관례대로 비례대표만큼 장사하기 좋은 것이 없다. 말로는 비례대표 선정에 돈거래가 없어졌다고들 하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떤 방식으로든 당에 기여하는 부분을 남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비례대표 숫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무조건 찬성할 수밖에 없다. 자기 사람을 자신이 마음대로 뽑아 국회의원에 당선시킬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정치가 어디 있겠는가?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 진짜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다고?]


지금의 선거제도는 간단하다. 지역구별로 득표수가 많은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뽑고 정당지지 투표에 따른 비율로 비례대표 수를 정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말로는 국민의 뜻을 더 잘 반영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거의 꼼수나 다름없다. 원래는 의원 정수를 대폭 늘리려 했다. 지역구 의원 수를 그대로 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력한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 국회의원 정수는 그대로 두고 지역구를 축소하면서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총 의석 300석에 지역구 의석수가 200석, 비례대표 의석수가 100석이라고 가정해 보자. 지금 방식은 ‘지역구 따로, 정당득표 따로’이기 때문에 계산이 간단하다.


예를 들면 지역구는 5석에 불과하지만 정당득표율이 20%인 어느 정당이 있다고 치자. 현행대로라면 5석+(100석*20%=20석), 도합 25석 정당이 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좀 복잡하다.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에 총 의석 300석에 정당득표율 20%를 곱하면 60석이 되는데 지역구에서 5석을 얻었으니 비례대표는 나머지 55석이 된다. 이렇게 되면 25석의 정당이 무려 60석이나 되는 거대정당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계산하게 되면 의원 정수가 최소 360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니 문제가 된다. 그래서 별 꼼수를 다 부려 지역구 의원수를 약간 줄이면서 비례대표를 늘리고 그럼에도 300석으로 넘지 않도록 조정하려고 하니 수학자들이나 풀 수 있는 산식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비례대표를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뽑는 것이 국민의 뜻을 더 반영하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지금의 제도는 그만큼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다는 것인가?


코미디다. 원래 비례대표란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다. 그런데 이러한 원래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비례대표 한 번 하고 나면 대부분 지역구에 매달리게 된다. 지역구 출마를 위한 발판이고 계파정치 확산의 도구로 쓰여진 지 오래다.


그뿐 아니다. 비례대표가 유권자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가? 그저 당 대표의 뜻에 따라 선정되는 것이지 오히려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 뜻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자기들만의 리그]


선거법에 정작 국민들은 존재하지 않는 현실, 오직 자신들 정파의 이익에만 몰두하여 “국민들은 알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선거법 개정.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국회를 농단하면서 개정에 몰두하는가?


독일도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다고? 독일하고 우리나라하고 정치적 상황이 같은가?


독일은 우선 연방제이며 상향식 정치가 거의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계파 보스 영향력과 줄세우기 정치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가 발전에 정말 필요한 전문가보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폴리페서 등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것 아닌가?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소수 정당들이 수십개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과 정의당이 논의하는 바로는 또 일정 비율 득표를 하지 못하면 원내 진입을 막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 정의당도 이미 기득권 정당으로 변화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소수 정당 진입을 막는 것 아니겠는가?


[자유한국당의 강력 반발, 과연 법 개정까지 갈 수 있을까?]


한편, 자유한국당은 18일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4당이 합의한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좌파 장기 집권을 위한 입법 쿠데타" "희대의 권력 거래이자 야합"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신속처리안건 지정이라는 "패스트트랙을 통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법은 좌파 독재정권의 수명 연장을 위한 입법 쿠데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세 법안은 대한민국을 모조리 무너뜨릴 '독재 3법'"이라며 "(패스트트랙으로) 사회주의 악법들이 일사천리로 통과하면 대한민국은 베네수엘라행 지옥열차에 올라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금은 치솟고 경제는 완전히 폭망하며, 북한 김정은 퍼주기 예산을 누구도 막지 못해 5000만명의 국민들이 북핵의 인질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사즉생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모든 투쟁의 수단을 동원해 선거법 날치기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권과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은 희대의 권력 거래이면서 야합"이라며 "전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우리는 자유 민주주의가 존속하느냐, 특정 세력에 의한 독재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력하게 여권을 질타했다.


현재 여권이 밀어붙이는 선거법으로 하자면 서울 7석·영남 7석·호남 6석이 감소된다. 이들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과연 집권여당 민주당과 정의당의 뜻이 이루어질까?


역사를 보면 선거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개정하고 나면 꼭 정치 파동이 일어났다. 망하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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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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