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2-17 13:21:14
기사수정
-명절엔 서울과 지방 비교.  그 비교로 우리나라 고유문화, 풍속과 습속, 가치체계들 짚어봐
-토크빌이 지금의 한국 본다면 ‘운명의 붉은실’로 상징되는 강고한 가족주의를 어떻게 볼까
-가족도 국가도 습속이 중요. 우리 손으로 조선 파묻지 않으니, 조선이 우리를 파묻게 된다


이번 설은 서울, 원주(처가), 삼천포, 서울로 다녀왔기에 900km 가량 운전을 했다.


명절은 서울과 지방을 비교하게 만든다. 지방경제, 지방정치, 지방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문화, 풍속과 습속, 가치체계들을 짚어보게 된다. 나아가 일본, 유럽, 미국, 중국 등 타국 문화와 풍속과 가치체계까지 비교하며 조금은 아니, 외국인의 시각에서 우리 사회를 뒤돌아 본다.


아버지-나-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100년 가량의 문화와 풍속과 가치체계의 역사적 변화 과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형제·자매·친인척·친구·동네사람들의 삶도 50년 넘게 지켜보니 각 가정이나 집안에 흐르는 정신·문화·가풍·교육의 영향도 견주어 본다. 오래 지켜본 초중고 동창들의 40~50년의 삶, 그리고 각자의 선택과 진로의 현주소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명절 때는 평소에 비해 시간이 월등히 많아 항시 책 두어 권 가지고 다니는데, 이번에는 여느 때와 달리 책에 푹 빠져들어 완독했다. ‘왜 지금 다시 토크빌을 읽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황직 교수의 '민주주의의 탄생'이었다. 책 후기에 보니 한국에서 토크빌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소개 되었는지 나오는데, 참으로 고맙다.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1980년대나 늦어도 1990년대에 맑스·레닌·스탈린·마오·김일성·김정일 책이 아니라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등 서양고전 몇권이라도 읽었다면, 내 지적 지평이 일찍이 확 열리고 사유체계의 골격도 조기에 제대로 잡혔으리라는 부질없는 아쉬움을 토로하게 된다.


한국 정치·경제·사회·문화를 살피면서, 사회 저변에 흐르는 정신·사상·종교·문화·가치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진지는 오래다. 지정학, 기후와 풍토, 법과 제도, 정치지형 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아서다. 그런데 토크빌은 내가 개념 규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실체를 ‘마음의 습관’ 내지 ‘MORES’로 규정하고 있다. 이황직 등은 이를 ‘습속(習俗)’이라 번역하였다.


토크빌을 읽을 때마다 ‘만약 1830년 초의 토크빌이 지금 시대 남한과 북한을 여행한다면, 어떻게 쓸까’를 생각 한다. 프랑스 혁명 이후 갈짓자 걸음하는 프랑스와 유럽을 보면서 추론한 민주주의 이론적(구조적) 결점인 ‘민주적 전제정’이 이 땅에서 그대로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꽤나 놀라워하지 않을런지.


우선적으로 토크빌은 자신의 지적 발견인 (코리아의) ‘습속(習俗)’에 대하여 당연히 마르티나 도히힐러가 말한 ‘운명의 붉은 실’로 상징되는 강고한 가족주의를 언급하지 않을 리 없겠다. 그 다음은 아마도 국가권력이 나름의 기준으로 정한 위계서열(우대와 차별의 질서)과 그 궁극적 목적인 지대추구를 논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보다 오히려 고등학생, 대학생, 청년들이 학교와 학과 서열에 더 민감한 것을 보면, 실질·실적·실력보다는 관문통과 시험으로 획득하는 어떤 지위가 여전히 사회적 우대와 차별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숙명적으로 실질·실적·실력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무사, 군인, 상인, 기업인 중심사회에서 한참 멀리 있다는 말이다. 우리 손으로 조선을 파묻지 않았으니, 조선이 대한민국 문명을 파묻으려 한다는 이 느낌!


나이 들면서 주변에서 가족들 2,3세대에 걸친 영광과 쇠락과 파탄의 과정을 목도하면서 가족에 흐르는 습속 내지 정신, 사상, 가풍, 가치체계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사고의 시공간을 확장하여 수많은 국가와 민족의 영욕을 보면서는 그 국가와 민족을 관통하는 정신 내지 습속의 중요성도 절감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너무나 우울하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지대추구 내지 힘(단결투쟁력, 로비력, 학위, 시험 패스 등)을 통한 공직, 예산, 근로조건 쟁취라는 약탈 마인드가 관통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종영에 따른 뒷 얘기도 좀 있던데, 딱 1회만 본 나도 뒷끝이 씁쓸하다. 엄청난 돈과 정보, 학종 좋게 만드는 기술을 다 동원해서는 그 우수한 아이들을 입성시키려는 곳이 서울대 의대라니!


그래 봤자 국내에서만 통하는 면허증이다. 의료수가를 국가가 철저히 틀어쥐고 있어서 (과거 병원 재벌이 탄생하던 시절과 달리) 결코 부자가 될 수도 없다. 그나마 오로지 노동소득으로만 사는(일 안하면 소득이 안생기는) 존재인데…


▲ 한국에선 이제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빌게이츠, 엘론머스크 같은 거인들은 나오지 않는 것인가.[제3의 길]


정주영, 이병철, 김우중, 빌게이츠, 엘론머스크들처럼 기업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의 흔적도 없으니 어찌 이리 꿈이 쪼그라들었는지! 입학에 엄청난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은 입학이 곧 졸업이기 때문이리라. 대체 이런 나라가 한국 말고 몇 나라나 있나? 


국가가 좁은 관문을 만들어 놓고 창조해야 할 실질가치는 묻지 않은 채, 통과한 자에게만 큰 권리와 이익을 주고 통과하지 못한 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차별하는 것도 눈에 여간 거슬리지 않다. 지방정치, 지방경제에 대해서도 스쳐간 생각이 정말 많은데 오늘은 이만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34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