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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10 17:5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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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 제공 거부 파업 노동자들, 고용주 재산권 벗어나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법과 상식
-망할 염려 없는 공공기관, 노조 약탈대상 전락. 계약갱신 거부 카드까지. 식인 호랑이의 공포
-헌법에 사적자치 기본인 대항력의 균형, 무기 대등성 개념 없어. 영국병보다 한국병 더 심각


▲ 서울대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기계·전기) 노조원들이 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시설관리직 노동자 전면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마친 뒤 보일러실에서 동파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설비 가동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노조원들은 직접고용 이후 시설관리직을 차별하는 행위 규탄 및 중소기업 제조업 시중 노임 단가 적용, 상여금 반영 즉각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 난방 장치를 끄고 파업에 돌입했다.【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관련기사: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 파업에···한파 날 난방 꺼진 도서관]


오세정 총장이 이 파업에 대한 보고를 받게 될텐데, 아마 황당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기계실을 점거하여 난방기능을 중단시킨 이들에 대한 학교(회사)측의 대항 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첫 번째일 것이다.


노동조합의 원산지인 유럽과 미국에서 파업은 walkout(걸어서 남의 재산인 회사 밖을 걸어나가다) 또는 strike라고 한다. 파업은 노무 제공을 거부한 것이니, 파업 노동자들은 고용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법이요, 상식이다. 다만 혹시 있을 수 있는 배신자를 감시하고 야유하기 위해 사업장 문을 지키기는 한다.


고용주는 가능하면 대체인력을 투입하여 공장을 정상 가동하려 한다. 사실 이게 노사 간 무기의 대등성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대체인력 투입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파업을 산업으로, 업종으로, 지역으로 키운다. 파업의 핵심 요구 사항도 ‘직무에 따른 기업횡단적인 근로조건의 표준’ 즉 노동시장의 공정가격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되면 교섭력이 약한 노동자들이 혜택을 본다. 당연히 이런 파업은 지역주민과 취약근로자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는다.


프랑스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시민들이 응원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대체로 파업이 이런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국 같이, 자기들만 혜택을 보고(지대를 쟁취하고), 그 외 모든 사람에게 빨대를 꽂는 파업이 아니다.


노동3권의 대전제는 노조와 파업이 특수이익이 아니라 보편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노동3권의 이런 대전제가 전혀 성립하지 않는다. 노조의 영혼이 다르다. 파업의 목적도 다르다. 파업의 행태가 다르다. 오직 한국에서만 파업은 곧 사업장 점거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인력은 투입할 수없다.


사업장(작업장)의 사무관리직들이 대체인력이 될 수는 있으나, 파업 대오가 사업장(작업장)을 점거하고 있으면, 이들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당연히 서로 고소고발을 주고받게 되어 있다.


예전에는 작업장 점거 파업 대오와 사무관리직들의 충돌이 생기면, 고용주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였고, 경찰은 여기에 대체로 응하였다. 이것이 강력한 파업 억제 장치였다.


그런데 지금은 경찰이 여간해서는 파업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개입하게 되면 반드시 물리적 충돌이 생기고, 그러면 반드시 서로 고소고발을 하게 되어 있다. 여성이 있으면 성추행이나 성희롱으로 건다. 쌍용차 시위 진압 책임자와 백남기 농민에 대해 물대포를 쏜 경관들을 처벌한 이후, 경찰은 민노총이 사실상의 조폭 행위를 하더라도 한사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사실 민노총이 경찰을 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은 (과잉진압 처벌을 빌미로) 민노총과 진보/노동 시위대의 무법 행위에 대한 억제력으로 기능하던 공권력을 무력화하기 위함이었다. 경찰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그 좋은 철밥통 직장도 잃고, 그 좋은 연금도 잃는다.


서울대는 공공기관이다. 망할 염려가 없는 기관이다. 파업을 통해 학교 기능을 완전히 마비시켜도 망하지 않는다. 다만 학교의 교육, 연구 기능이 죽을 뿐이다. 그래서 망할 염려가 없는 공공기관만큼 노조가 약탈하기에 좋은 곳은 없다.


그래서 공공기관들은 직고용 인력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외주화, 기간제, 시간제, 특수고용 등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노조가 계약 갱신 거부라는 비장의 카드를 쥐게 되니, 게다가 이 무지몽매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비정규직으로 규정하고 ‘무차별 정규직화=무기 계약직화’했으니… 식인호랑이를 묶어둔 쇠사슬을 끊어버린 격이다.


그래서 아마 앞으로 이들의 ‘신의 직장 만들기 투쟁’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말도 안되는 노동관계법을 고치지 않는 한 이는 철의 법칙이다.


오세정 총장은 낙하산이 아니지만, 공공기관 기관장의 절대 다수는 낙하산으로, 정통성에 취약하다. 그래서 지난 20~30년 동안 낙하산 기관장이 취임하면 노조는 출근 저지 투쟁을 통해 요구사항을 몇 개씩 쟁취해왔다. 오세정 총장 취임에 맞춰서 전격적으로 개시한 이번 파업도 취임 초기에 모양새를 구기지 않으려는 오세정의 약점을 간파한 전략이 아닐까 한다.


설날에 김용균 죽음을 빌미로 공공기관(한전 자회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 쟁취 승리(사실상 특수이익집단에 의한 국민약탈) 소식을 접했는데, 그 며칠 뒤에는 또 하나의 공공기관(서울대)에서 비슷한 소식을 접한다. 아마 앞으로 이런 소식 무수히 많이 접할 것이다. 갈등=약탈의 현장은 거의 공공기관일 것이다. 노조와 강고한 정치연대를 형성한 저 철부지 망나니 정부의 비호를 받으니, 민노총은 무서운 게 없을 것이다.


스위스 연방헌법은 재산권=소유권과 경제적 자유와 노동권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제발 좀 보고 배워라.


제26조는 ‘재산권의 보장’이고 제27조는 ‘경제적 자유’ 조항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경제적 자유는 보장된다. ②경제적 자유는 특히 직업선택의 자유와 자유로운 사적영리활동의 참여와 그 자유로운 영위를 포함한다.


제28조는 이렇다.


①노동자와 사용자, 그 조직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단결하고, 단체를 결성하고, 단체에 가입하거나 가입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②쟁의는 가능하면 협상이나 중재로 조정되어야 한다.


③파업과 직장폐쇄는 그것이 노동관계에 관련된 것이고, 노동평화의 유지의무나 조정교섭의무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 허용된다.(후략)


대한민국 헌법 제33조는 이렇다.


①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③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일방적 보호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사용자 및 사용자단체와 마찬가지로 특수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노사간에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착취-피착취 관계 내지 갑을 관계가 얼마든지 역전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간과하고 있다. 이 패악은 노조가 압도적으로 힘의 우위에 있는 현대기아차와 공기업 등을 보면 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사적 자치의 기본인, 대항력의 균형 내지 무기의 대등성 개념이 없다. 단지 법률을 통하여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첨언해 놓았을 뿐이다. 노동자도, 노조도 약자라는 것을 전제로 온통 보호하려고 한다. 바로 이런 시대착오적 온정주의가 대기업 노조의 약탈(지대추구)을 조장한다.


1970년대는 언론에 영국병이라는 말이 좀 널리 회자됐다. 그런데 21세기 한국병은 그 증상이 백배 천배 더 악성이다. 이를 병으로 인식하지도 않고, 병으로 인식해도 목숨 걸고 고치겠다는 정치인이 없다. 강성노조 때려잡겠다는 홍준표가 있지 않느냐고? 미안하지만, 이게 공권력으로 때려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헌법-법률-국회상임위-정당-사상과 문화에 깊이 뿌리 내린 병을 어떻게 공권력으로 때려잡나? 빨간약과 파스로는 3~4기 암을 치료할 수 없다.


홍준표 방식으로는 민노총은 소멸하지 않는다. 오세정 총장이 이 무원칙 몰상식에 맞서 결사항전해도, 국민 90%가 이를 갈아도 민노총의 저런 약탈적 몰염치한 행태는 잦아들지 않는다. 이 질긴 한국병을 고치려면,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와 대체 인력 투입이 법제화되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존민비, 사농공상, 가렴주구의 나라, 공공양반의 나라 조선이 부활한다. 이씨조선, 김씨조선에 이어 등장할 이 조선의 이름은 문씨조선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혼자 만든 작품이 아니다. 그 이전 정부도 다 조금씩은 협력하였다. 무지몽매한 문재인 정부는 그 모순부조리를 급격히 악화시켜 이를 만인이 알게한 공적 아닌 공적이 있다.


이 적폐야말로 하루빨리 끝장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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