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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2-04 16: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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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 태워도 온기는 생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지폐를 태워 온기를 만드는 어리석은 짓
-최저임금 올리면 공공·대기업 임금인상 효과. 국내소비 안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혜택 입어
-규제로 소득 강제이전, 내수진작 효과 없고 지속 불가능. 예타면제로 건설투자 늘리는 이유


  [관련기사: 언론에 비춰진 한국경제 모습은 파탄지경, “경제는 곧 심리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8년 경제통계, 특히 민간소비증가율(2.8%)과 민간소비의 GDP기여율(51.9%)에 고무된 언설을 숱하게 보고 있다.


이해찬, 박광온, 원혜영의 언설과 조영철의 비교적 차분한 분석 기사 등.


이건 박광온 얘기다.


“지난해 민간 소비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52%로 나타나 민간이 경제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건 13년 만”이라면서,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과 최저임금 인상, 아동수당 지급, 일자리 지원 등 안전망을 확대한 결과로 분석된다며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했다.


  [관련기사: 이해찬 “민간 소비 살아나…다각적 노력”]


경제통계를 소재로 한 얘기는 길고 복잡할 때가 많으니(물론 이것도 실력이 모자라서 일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지폐를 태워도 온기는 생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지폐를 태워 온기를 만드는 짓이다.”


고무된 언설에 짧은 댓글을 단다면 이렇게 달 것이다.


그리고 경제통계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


▲ “지폐를 태워도 온기는 생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지폐를 태워 온기를 만드는 짓이다.”[제3의 길]


양극화된 대상의 평균값을 논할 때는 그 내역을 살펴야 한다. 이재용과 김대호의 소득을 평균해서 김대호를 천문학적 고소득자 취급을 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임금근로자 전체 임금 증가율이든, 전체 가구의 소득증가율이든, 민간소비증가율이든 저런 우를 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주요 구성원들이 차지하는 몫의 변화를 측정하는 (백분율) 통계는 내가 잘해서 내 몫(상대적 비중)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남이 못해서(줄어서) 내 몫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해외에서 부를 가져와서 상대적 비중이 늘어난 것을, 다른 구성원들의 몫을 빼앗아서 늘어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 이게 제로섬적 사고인데, 재벌대기업에 대한 반감의 뿌리는 이와 같은 통계적 착각에 근거한 경우가 많다.


민간소비의 GDP기여율은 (건설, 설비) 투자 위축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나마 이것도 우리 기업의 해외투자도 투자로 잡히는 것으로 알고 있다(혹시 틀렸으면 지적 부탁).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 원리는 노조나 근로자 편향의 국가규제(최저임금, 노동시간, 비정규직 등), 단속처벌, 행정명령(파리바게뜨 5378명 직고용 명령), 노조 결성 및 활동 지원(삼성전자서비스 전 사장 구속, 공공부문 노조 2대 지침 철폐) 등 국가 강권력이라는 수단으로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이다.


조세와 재정(복지)이라는 2차 분배 구조가 아니라 국가 규제와 노조운동 지원 등을 통해 기업소득을 바로 가계나 근로자에게 이전한다는 것이 한국형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특징이다. 이렇게 늘린 가계소득이 국내 소비를 늘리고, 늘어난 소비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촉진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업도 가계도 양극화가 심한 편이다. 삼성전자처럼 천문학적 이익을 내는 기업도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도 무려 40% 내외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들이대는 칼(최저임금, 노동시간 등)은 부유한 기업과 가계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한계기업(자본 및 노동)과 가계로 향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가 더 강하게 보호하고, 더 힘을 실어주려는 대상은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근로자(가구)다.


한국은 기본급이 낮고 제(諸) 수당이 많으며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임금체계가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만연한 나라이다.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도 덩달아 오를 수 있다. 노조 처지에서는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면, 기업 차원에서 임금 인상 투쟁을 하지 않아도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시장지배력이 있는 기업들은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급상향으로 인한 생산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다.


소득 4~5분위 부자 근로자 가구 중심의 임금소득 증대에 힘입어 전체 가구의 평균 소득은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1~3분위 가구, 특히 비임금근로자 가구의 시장소득(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크게 감소하게 돼 있다. 이는 2018년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통계로 입증됐다. 4~5분위 가구는 과거 해오던 대로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해외 소비를 늘리고, 1~3분위 가구는 일할 기회도 줄고, 소득 자체가 줄어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급상향으로 인해 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이 기존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새로운 일자리 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중·저소득 가구의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게 돼 있다. 또 하나,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급상향의 최대 수혜자가 국내 소비에 극도로 인색한 외국인 근로자인데, 허술한 외국인 근로자 정책으로 인해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수도 있다.


결국 기업들은 국내투자와 고용에 인색할 수 밖에 없다. 선순환이 안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착각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민간소비에는 국내 거주자의 국외 소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것은 도소매·숙박 등 생산 지표에 반영된다. 거주자(내국인)의 국외 소비는 매분기당 약 8조 원 내외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1년(2017 4분기~2018 3분기) 합이 33조 원이다. 비거주자 국내소비는 14조 원이다.


민간소비에서 해외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분기 3.32%에서 3.83%(2015)→ 4.09%(2016)→ 4.59%(2017)→ 4.76%(2018)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해외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이 어디겠는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소득이 많이 늘어난 4~5분위 아니겠는가?


민간소비의 내역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하여금 가격을 올리도록 하는데, 이것이 소비지출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e-나라지표에는 1인당 명목 및 실질 민간소비지출액과 증가율이 니오고, 민간소비의 개념과 세부 내역도 나오는데, 소비항목별 지출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교통비 지출 14.4%,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지출 14.1%, 음식 및 숙박비 지출 13.9%, 주거 및 수도광열비 지출 11.1%, 기타상품 및 서비스비 지출 7.9% 순이다.


생필품은 소득이 늘어나서 소비지출액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올라서 소비지출액이 늘어날 수도 있다. 예컨대 혹한이 닥치면 관련 가계지출이 늘어서 민간소비가 늘어난다(실질구매력으로 조정은 하겠지만, 그게 다 될 리가 없다).


정부의 각종 복지수당과 공공부문 고용 및 임금 증대를 통해서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을 늘려서 민간소비를 늘릴 수도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증가율의 이면에는 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하지만 이게 지속가능할 리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재정정책은 SOC 투자에는 꽤 인색했고, 이것이 건설투자 쪽을 과도하게 위축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반작용이 예타 면제를 통한 대대적인 건설투자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마 2019년 경제통계는 민간소비비중은 줄고, (건설)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올 것이다.


애초부터 (국가의 규제 신공에 의해 강제로 이전된 소득이니) 건강하지도 않고, (고소득층의 해외 소비로 인해) 내수 진작 효과는 없는 민간소비증가율이니, 길게 갈 수가 없다. 아마 그렇기에 건설 투자라도 대대적으로 늘리는 쪽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민간소비증가율(2.8%)과 민간소비의 GDP기여율(51.9%) 가지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하기에는 그 구조와 내역이 정말 별로다.


무엇보다도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물 경제를 움직이는 미시 유인보상체계 내지 기업의 비용(위험) 대비 편익을 아예 보지 않고,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같은 총량적 범주로만 경제를 보고 칼을 휘두르니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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