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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30 13: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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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19년 경제정책방향 안건 보고를 듣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취임 이후 SNS 등에서 가끔 나왔던 얘기가 “박근혜랑 가장 닮은 대통령이 문재인이고, 박근혜 정권과 가장 닮은 정권도 문재인 정권”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이 얘기가 거의 국민상식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우선, 업무 스타일과 업무 장소 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야 세월호 사고 당시 관저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게 알려져 온갖 루머와 악의적 마타도어의 대상이 되었고, 그게 탄핵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된 것이 사실입니다.


꼭 세월호 사고 당시가 아니라 해도 여러 가지 증언을 종합해봤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사람들과 별로 만나지 않고 은둔형 지도자였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비서실장이나 실세라고 알려진 사람들조차 독대를 거의 해보지 못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문재인도 박근혜 대통령 못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과 여의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이 취임한 2017년 5월 10일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601일간 공식 일정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160일(26.6%)은 공식 일정이 없었고, 공식 일정 중 북한 관련 일정이 경제 관련 일정의 2배 가까이 됐다고 합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여기에 대해 “여연 발표 내용은 공개된 청와대 일정을 갖고 통계를 왜곡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공당의 연구소가 사실상 가짜뉴스의 생산지가 돼 버린 꼴”이라며 해명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러자 박 의원이 또 ‘청와대 팩트체크를 팩트체크한다’는 제목으로 추가 자료를 내며 재반박했습니다.


박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601일간 평일에 일정이 없는 날이 47일이었다고 합니다. 또 평일 업무시간에 관저 일정이 25회라며 “과거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는 건 출근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자신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던 그 기준을 자신에게 적용하면 문재인도 출근하지 않은 날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혼밥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혼밥 문제는 문재인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에도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에도 10끼 중 2끼만 제외하고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지도부가 아닌, 한국 수행단 일행과 식사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중국측이 일부러 문재인을 왕따시켰고 한국은 심각한 외교적 참사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걸 보면 대통령 식사 회동은 지난 600일 동안 1800끼니 가운데 100회였습니다. 6일 중 한 번만 다른 사람과 공개적으로 밥을 같이 먹은 것입니다. 나머지 식사는 누구랑 했는지 모릅니다. 결국 자기 혼자 먹거나 그게 아니라면 김정숙 여사랑 같이 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문재인의 중국 국빈방문 당시 혼밥도 중국측이 우리를 왕따시킨 게 아니라, 문재인의 스타일을 고도로 배려한 조치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문재인은 또 전체 일정 2144건 중 4%인 86건만 의원들과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야당은 26건에 그쳤다고 합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들도 만나야 하는데 그런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이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점차 악재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가 느닷없이 동남아 국가로 이주했다는 소식입니다. 사실 전부터 문다혜 씨의 남편인 서모 씨가 자기 빌라를 아내에게 증여했고, 이를 다혜씨가 매각했다는 것부터가 좀 이상했습니다. 가족 간에 특히 부부 간에 저런 식의 부동산 거래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잖습니까?


지금 나오는 얘기로는 서씨가 다녔던 게임 회사에 정부로부터 200억 원이 지원됐고, 이 중 30억이 횡령·유용 등 부당집행됐고, 서씨가 재산 압류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다혜씨에게 재산을 증여·처분했다고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다혜씨 부부의 동남아 국가 이주는 말 그대로 재산 추적을 피한 해외도피인 셈인데, 왠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신남방전략 등 동남아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이미지가 겹치면서 의혹이 커집니다.


동남아 이야기 나오니까 김현철 신남방특별위원장이자 청와대 경제비서관 얘기를 빼놓을 수 없네요. 이번에 “5060세대는 SNS에서 사나운 댓글이나 달고, 등산이나 다니지 말고 동남아 아세안 국가로 가라”고 그래서 말썽이 생겼죠? 그렇잖아도 일자리가 없어지고 경제가 폭망이어서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여기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됐습니다. 김현철은 결국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사표를 내긴 냈는데, 김현철은 좀 재미있는 사연이 많습니다. 이 사람, 일본경제 전문가라고 하는데, 2015년에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저성장시대 기적의 생존전략'이라는 책을 내서 문재인에게 인정받고 매우 신임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른바 국민성장이라는 게 이 사람 발상이고, 문재인이 저 책을 여러번 언급하면서 높이 평가했다고 하더군요.


이 사람이 2017년 8월 15일에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에서 재미있는 말을 합니다.


“한국 경제에는 앞으로 두 명의 거인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경제 개발을 통해 우리를 가난에서 성장으로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과 60년 만에 경제의 기본 틀을 대전환(Turn around)하고 향후 60년 경제 패러다임의 단초를 열 문재인 대통령이다.”


제가 사실 그때 저 기사 보고 페이스북에 쓴 글이 있습니다. 경제부총리도 하기 힘든 얘기를 경제비서관이 이렇게 떠들고 다니는 건 한마디로 청와대 기강이 개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거인’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는 걸 보니 국제 감각이나 상식도 매우 부족하다. 거인이라는 단어는 서양 문화에서 매우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는데, 자기 보스를 칭찬하면서 그런 표현을 쓴다는 건 기본적인 국제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지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예측이 빗나가지 않아서 이 사람, 2017년 11월 트럼프와 문재인의 한미 공동언론발표문에 포함된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는 발언을 하루만에 부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연결해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여기에 한국은 끼지 않겠다는 거죠. 한미 정상이 만나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일개 비서관 그것도 경제비서관이 자기 업무도 아닌 외교업무에 나서서 부인하는 것에서 이 친구가 어떤 캐릭터인지 대충 짐작이 가실 겁니다. 아울러, 문재인의 청와대 기강이 어떤 것인지도 대충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지요.


권력을 쥐면 눈꺼풀에 뭐가 씌이고 세상에 돈짝 만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누구나 그런다고는 하는데, 그런 증상이 유독 심한 사람들이 있기는 합니다.


참, 청와대가 이번에 근무자들에게 대낮에 술 마시지 말라는 금주령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가방 검사까지 했다고 합니다. 핸드폰 압수에 금주령에 가방 검사까지… 이러다가 청와대 근무자들 밤에 자는데 감찰반들이 안방 문 박차고 구둣발로 들어와 서류 뒤져가는 일이 안 생긴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탁현민도 사표를 냈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탁현민이야 워낙 유명하니 언급을 생략합니다. 고민정 씨 하면 이 양반이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할 때 시인이라던 남편이 ‘당신을 문재인에게 보내며’ 어쩌구 하는 센치멘탈한 글을 썼다는 것이 기억에 떠오릅니다. 나도 기억이 나는데 다른 사람들도 기억하겠죠? 나중에 좀 민망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배가 침몰할 것 같으면 쥐가 먼저 알아차리고 떠난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청와대 떠나는 분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서, 주군을 위해서 자기 한 몸을 불사르다가 하얗게 타서 재만 남아버린, 영어로 Burn out 된다고 그러죠? 그런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떠나는 분들이야 떠나면 그만이지만, 문재인은 떠나지도 못하고 어쩝니까? 문재인도, 문재인 정권도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손석희 사건까지 겹쳐 어쩐지 나라가 뒤숭숭한 느낌입니다. 다들 힘내시고,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어쩐지 조짐이 좋습니다. 누구에게는 정반대로 느껴지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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