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9-01-12 15:28:17
기사수정
최승호 등 ‘MBC 2018년 영업적자 1200억, 2019년 예상적자 600억’ 방문진에 보고
-2019년 광고목표 3800억 공시한 SBS 동향보고조차 누락. 대주주 방문진 이사들 분노
-야간·주말 영업 도외시. 사람도 안 만나고 정시 출·퇴근 웰빙에 만족하는 행태 중단해야


▲ MBC 사옥 [MBC]


지난해 연초부터 우려됐던 1천억 원대 적자가 끝내 현실화되고 말았다. 최승호 사장 등 현 경영진은 지난해 말 MBC 대주주 방문진에 ‘2018년도 영업적자가 1,200억 원이며 2019년 예상 적자도 600억 원대에 이른다’는 내용을 담은 2019년 업무운영계획을 보고했다. 


광고수익이 2,700억 원 수준에 맴돈 데 반해 비용 지출이 커 작년 초 보고했던 예상적자 700억 원대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연초 예상을 왜 500억 원이나 초과하는 참사가 일어나게 됐는지, 2019년에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나 정치행사가 없는데도 왜 600억 원이나 되는 적자를 예상하는지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바람에 서류가 반려됐다고 한다.


통상 12월 초 언저리에 개최되는 다음해 업무운영계획 보고가 연말 마지막 즈음에 떠밀리듯 이뤄진 것도 드문 일이지만, 보고 자체가 반려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방문진이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이 사태를 그냥 좌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방증하고 있다.


보고 내용도 방문진 이사들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매출의 핵심이 되는 방송광고가 상대사 SBS의 경우 2018년에 3,400억 원을 훌쩍 넘어섰고 라디오도 없는 JTBC가 종편채널 하나로 2,700억 원대 광고를 건진 데 반해 MBC의 광고실적 2,700억 원은 너무나 초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MBC 경영진들이 “SBS가 2019년 광고목표로 3,800억 원을 시장에 공시했다”는 타사 동향조차 보고를 누락한 채 겨우 2,900억 원만을 목표치로 제시하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자 방문진 이사들의 공분이 일었다고 한다.


2017년 정치적 파업 국면을 활용해 경영권을 획득한 최승호 사장은 2018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적자 700억 원이 예상되지만 자체제작 드라마나 파일럿 제작을 위해 135억 원을 더 보태 제작진의 ‘실험정신’을 고무시키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쌓아나가면 당연히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 초 이 같은 최 사장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해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MBC의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내 뒤에 테리우스' 같이 그나마 체면을 유지한 프로그램은 모두 전임 경영진들이 멍석을 깔아놓은 것들이다. 숱하게 돈을 퍼부어 파일럿에 손을 댔지만 최승호표 프로그램은 어느 것 하나 성공한 것이 없다.


프로그램 콘텐츠가 부실하니 사업영역 또한 힘을 못 쓰게 된다. 자회사들을 쥐어짜 각종 수수료를 더 거두면서 일부 수지를 겨우 맞춰가고 있지만 킬러 사업 아이템은 전무에 가깝다. 


적폐들의 행사라고 그렇게 매도하던 DMC페스티벌이나 스케이트장 운영은 이번 경영진들의 창의적 사고가 얼마나 빈곤한지를 반증해줄 뿐이다. 새해 초부터 신나게 홍보하는 ‘푹의 SK 옥수수 탑재’도 타사와의 연합전선에 따른 반사이익이지, MBC만의 역량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뉴스도 땅바닥을 기고 있다. 파업 때 민노총 노조 언론노조원들이 보도국을 접수하면 마치 한순간에 경쟁력을 회복할 것처럼 자신만만해했으나, 2%를 수시로 밟아가며 평균 3~4%에서 종편 MBN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머무는 메인뉴스 시청률이 MBC의 현주소이다. 


“2% 뉴스 시청률이라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고 피케팅을 했던 민노총 기자들은 오늘 어디에 서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엊그제 최승호 사장은 신년소감 형태의 감상문을 인트라넷에 게시해 지상파 수익의 감소현황과 디지털 시대 콘텐츠 유통에 대한 의지를 마치 새롭게 발견한 신대륙인 것처럼 묘사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 신규 플랫폼 개발, 360도 홍보강화, 성과주의 인사와 조직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전임 경영진에서 언급되지 않은 적이 없지만 마치 저작권이 자기에게 있는 듯 유체이탈 화법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광고수익을 전년대비로 나열하면서 2017년보다 2018년의 광고 감소세가 준 것은 마치 이번 경영진들의 업적인 듯 암시했다. 2017년 정치파업으로 회사를 망가뜨린 장본인이 누군지 되돌아보면 쉽게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현 경영진은 야간, 주말 영업을 완전 도외시하고 사람도 안 만나면서 정시 출·퇴근 웰빙에 만족하는 ‘혼밥’, ‘혼차’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사장 본인이 솔선수범해서 제작과 영업현장을 누비면서 구성원들을 독려하고 회사 경쟁력을 곧추세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적폐청산을 앞세운 편 가르기나 애꾸눈 조직 관리를 중단하고, 전기절약 혹은 연차수당 축소, 쌀 공급 중단 같은 직원들 주머니를 겨냥한 피상적 경비절감보다는 본질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제작비 내에 녹아 있는 경직성 진행경비를 과감히 줄이고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경쟁력과 공공성을 교차 체크해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직원들에게 “예산 수요를 물어봤더니 1,300억원 적자가 나오더라”는 식의 예산편성은 전형적인 직무유기일 뿐이다. 더욱이 1천억대 적자를 눈앞에 두고 창사기념행사에서 수천만 원씩 수십억 원으로 잔치를 벌이고 명예퇴직으로 수십억을 퍼붓는 행태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수신료 없이 시장영업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주식회사 문화방송이 그저 ‘시청자 신뢰만 회복하면 경쟁력이 저절로 올라갈 것’이라며 안일하게 시간을 보내면, ‘소득이 늘면 저절로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현 정부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닮아가게 될 것이다. 마차가 말을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제작비 135억 원을 붓고 그냥 쳐다보기면 한다면, 50조 원을 퍼부어도 살아날 기미가 없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시장’ 마냥 MBC의 경쟁력은 고스란히 땅바닥을 헤매고 다닐 것이다. 


그렇잖아도 ‘정권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최악의 경영수지, 최악의 경쟁력, 최악의 구성원 사기’라는 ‘최악 3관왕’을 달성한다면 이 정권조차도 MBC를 천덕꾸러기로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장은 ‘과객’으로 당대를 지나가면 그만이겠지만 경영적 실책은 고스란히 멍에로 남아 MBC의 미래세대에게 막대한 부채로 작동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 자기만 살겠다고 달아난 선장을 닮지 않으려면, 현 경영진은 경쟁력이 침몰하는 MBC의 화물칸에 누가 남아있고 2등석에는 누가 일하고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MBC노동조합 제공]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hytimes.kr/news/view.php?idx=311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