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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1-09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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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갈렐레오를 보도하는 KBS9 보도화면 [KBS 9]


유시민이 진행하는 알릴레오라는 유튜브 방송을 봤습니다.


일단 어제 밤에 확인한 것으로는, 알릴레오 1회의 조회수가 240만을 넘겼고, 구독자가 58만 명, 댓글이 2만 개가 넘었더군요. 우리 사회에 강고하게 자리잡은 친노친문 깨시민 좌파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친노친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20만에서 50만 사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알릴레오 구독자가 58만 명이라는 걸 보니 실제로 대한민국의 친노친문 성향 네티즌들이 총동원되어서 유시민으로 집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유시민에게 총집결했다는 것,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는 정계복귀에 이어 대권도전 가능성까지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 같은 경우는 “유시민이 정계복귀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며 유시민의 정치권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유시민이 정계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아니, 실은 유시민은 이미 정치에 복귀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치인은 사망하기 전까지 은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편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정치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할 수 있는 채널이나 수단이 다양해진 시대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정치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정치가 아니라는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유시민은 사실 정치권에 복귀한다는 발언이나 액션과 무관하게 본질적으로 정치인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유시민이 정치 복귀 선언을 하느냐,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느냐, 특정 정당에 입당하느냐 등의 기준을 갖고 그의 정치 복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유시민은 이미 정치를 하고 있으며, 사실 한 번도 정치를 그만둔 적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 유시민의 행보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서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시민이 계속 정치적 존재였지만, 최근 그의 행보는 과거보다 훨씬 뚜렷하게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건은 아무래도 노무현재단 이사장 취임이었습니다. 유시민이 알릴레오에서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그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부탁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즉, 유시민의 정치는 이해찬을 중심으로 한 여권 내 평민련계와 공동보조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집권 1기는 김근태계 즉 민평련계가 전면에 나섰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임종석도 범 민평련계에 포함되는 인물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이해찬의 전면 등장에 이어 점차 평민련계가 전면에 나서는 변화가 눈에 띕니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민평련계인 우원식에서 평민련계인 홍영표로 바뀐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할 겁니다.


민평련계가 뒤로 물러나고 평민련계가 정권의 전면에 나섰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1기 국정 운영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을 집권세력 내부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해찬이나 유시민이라는 특정 개인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국정 운영 주도세력의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것입니다.


지나친 단순화일지도 모르지만, 민평련계가 좀더 재야 성향이고 원칙적인 좌파에 가깝다면 평민련계는 그보다는 좀더 제도권 성향이고 좌파 색깔이 덜한 정치집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일찍부터 제도정치권에 뛰어든 이해찬과 오랫동안 재야 운동권의 대부였던 김근태의 개인적인 퍼스낼리티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사실 민주당의 주류는 이해찬의 평민련계라고 봐야 합니다. 이해찬은 일찍부터 김대중 캠프에서 제도권 정치를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김근태는 노무현에게 ‘계급장 떼고 한번 붙자’는 발언까지 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제도 정치권이나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민주당의 중심 계열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유시민의 등장은 위기에 처한 현재 집권세력이 대리인이 아닌 핵심세력이 전면에 나서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의미라고 봐야 합니다. 그게 평민련계입니다. 또 유시민의 대중적 인지도와 화려한 말빨로 문재인의 지지율 추락에 대한 긴급수혈 조치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알릴레오의 첫 번째 게스트로 문정인 특보가 나선 사실에서도 이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북정책의 대중적 설득력을 높이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긴급수혈은 나름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유시민의 등장으로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하고, 문재인의 지지율 추락도 일단 멈추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효과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집권세력의 정채 기조의 변화는 없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유시민의 역할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하는 점입니다.


저는 일단 올해는 문재인 정권이 방어를 해낼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는 추락하겠지만 그 분노가 직접 행동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대중적 각성이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대중의 활동을 조직해낼 조직적 준비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대안을 제시할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치열한 내부 권력투쟁에 힘을 소모하기 때문에 대중투쟁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이런 기존 야권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한다면 상황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집권세력의 정책기조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문재인이 상황 변화의 엄중함을 깨닫고 거기에 대응하는 지적인 능력도 없거니와 집권세력 전체에 걸쳐 급격한 방향 전환은 진영 전체를 심각한 위기에 빠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한다거나 남북교류협력 정책을 포기할 경우 우선 지지층의 급격한 반발과 이탈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대충 주도세력의 얼굴만 교체한 상태로 가는 데까지 가보자, 이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유시민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여권이 유시민 대권주자 카드를 집어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리스크가 큰 베팅입니다.


유시민이 당적을 버리고 제도권 정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호남 유권자들과의 갈등입니다. 김대중에 대해 여러 차례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나 2011년 김해을 재보궐 선거의 패배를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탓으로 돌렸던 것도 기억납니다.


최근 유시민의 정계복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지역의 여론이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부정적이었던 것도 유시민이 그간 보여준 언행을 호남 유권자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유시민 카드는 그런 점에서 일종의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시민의 등장과 활약으로 지지층이 결집하고 문재인의 지지율 추락을 일단 멈추게 하는 등 두드러진 효과를 거두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심각한 위험요소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시민과 호남 유권자의 갈등입니다. 사실 현재 문재인 정권은 친노좌파 리버럴 세력과 호남의 결합의 결과물입니다. 호남 지역의 유권자가 적다곤 하지만 전국의 호남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들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에서 단일한 유권자 집단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정치적 상징자산은 대부분 호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5.18과 민주화운동,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 등이 그것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남 출신들을 요직에 중용했던 것도 그런 사정을 적극 고려한 때문입니다.


원래 문재인 자신도 호남과 김대중에 대해서는 무척 적대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이나 자서전의 내용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 문재인의 성향이 지난 2012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과 반성을 통해서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그런 상황에서 유시민의 역할이 커질수록 문재인 정권의 내부 균열은 노골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즉 좌파 리버럴과 호남의 균열이 그것입니다. 보수진영 등 야권은 이러한 좌파 집권세력의 취약점을 타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파 진영이 이런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나라 우파 진영은 여전히 김대중과 호남에 대해서 매우 적대적입니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무현과 문재인 정권의 길을 열어준 것이 김대중의 집권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김대중은 우파적인 정치적 업적도 적지 않게 남긴 인물입니다. 김대중을 높게 평가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현재처럼 대책없이 김대중을 증오하고 호남 혐오와 소외에 몰입하는 태도로는 우파가 승리할 기회를 갖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파도 변화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김대중과 호남에 대한 낡은 관성을 벗어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면 기회는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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