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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3 20: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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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체 사장들은 요즘 같아서는 집에 생활비라도 갖다 바치는 면피조차 힘들다

-출판계, 제작과 소모용품 비용 줄이니 신간 출시 텀이 길어지고, 자금 회전 느려지는 악순환 심화

-우리 그냥 쪽박 차는 게 어떨까요? 연방제를 하더라도 남북이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할테니까

1. 자영업 식당의 경우

어제는 퇴근길에 집사람과 만나 출판도시 근처 단골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식당 사장님과 최저임금 얘기를 하는 동안 절로 한숨이 나왔다. 사장님은 사모님과 두 분이서 식당을 운영한다. 아직 미혼인 다 큰 딸이 2교대 직장생활을 하면서 쉬는 날은 부모님 식당 일을 돕는 전형적인 가족 인건비 따먹기 사업장이다.

 

그래도 일손이 늘 부족해 중국인 아줌마를 2년여 전부터 쓰고 있고, 때에 따라서는 인력업체에 연락해서 파트타임 파출부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중국인 아줌마가 2017년 기준 최저시급보다 훨씬 위인 월 180여 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전 11시 출근해서 오후 9시 퇴근이다. 그러고도 부족한 인력을 당시 시간당 최저시급보다 좀 더 주면서 그때그때 사용했다고 한다.

 

식당의 정규직은 주인 부부인 셈이고, 비정규직 외노자 1인에 날마다 점심시간 전후 3시간 불러 쓰는 파출부 1~2인으로 식당이 굴러 간다. 그런데 올해부터 대폭 인상된 최저임금과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때문에 당장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우선 중국인 아줌마(우리말이 유창하고 사고방식도 유사한 게 분명 연변 조선족인데 기어이 중국인이라고 우김)가 인상된 최저임금에 맞춰 달라는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맞춰져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10시간 일하고 월 180만 원 받던 비정규 직원에게 형식적으로는 똑같은 근로시간에 한 달 30일 기준 220만 원이 넘는 급여를 줘야 한다. 그런데 연장근로 포함 최대 52시간으로 묶인 주당 근로시간 때문에 인상된 시급을 적용해도 7,530원*8시간*30일=1,807,200원밖에 안 된다. 당연히 중국인 아줌마는 대폭 인상된 시급을 적용했는데도 기존 월급과 똑같은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그래서 사장님은 180만 원 이하 봉급자에게 올해부터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지원금을 수령해서 줄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러면 당연히 4대보험 가입 등 정규직 전환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완강히 거부한다는 것이다. 제 나라가 아닌데 당연하겠지. 물론 건강보험은 외노자도 의무라서 가입되어 있고, 그 자신도 좋아한다. 결국은 식당 사장님이 비정규직으로 계속 쓰면서 주당 52시간 근로에 자기 돈으로 월 25만 원에서 30만 원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명목상으로는 16.5% 인상이지만, 주당 60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 근로 시간을 따지면 인상폭이 20%를 넘나드는 것이다.

 

문제는 파트타임으로 쓰는 파출부 아줌마들에게도 대폭 인상된 최저시급 이상을 보존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자기 사업장 안의 노예나 다름없는 사장님 부부나 파출부 아줌마들은 인건비 보조 대상도 아니다. 많은 자영업자나 영세 사업체 사장들은 요즘 같아서는 집에 생활비라도 제대로 갖다 바치면 그나마 면피라도 하지만 그마저도 힘겨운 게 현실이다.

 

그런 사장들한테 정규직 직원 인건비 세이브 좀 해 줄 테니까 해고하지 말아 달라? 눈앞에서 그러면 귀싸대기라도 한 대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내부


2. 출판계의 경우

출판계는 이미 고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업계 구조조정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인건비 감당이 안 되는 출판사들이 직원들 내보내고, 편집 디자인뿐 아니라 요즘엔 영업 업무까지도 프리랜서들에게 외주로 떠맡겨 인건비 지출을 최소화하려 기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오늘날 출판계의 웬만한 경력 디자이너나 편집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다. 그들이라고 또박또박 월급 나오고 4대보험 보장되고 최소한의 사내 복지가 제공되는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싶어 그만두었겠는가?

 

출판계는 이미 일반 교양물 초판 1천 부, 아동물 초판 2천 부 찍는 게 일반적이다. 초판 1천~2천 부는 출간하는 순간부터 이미 적자다. 제작 인건비 대비 책값이 적정하지 않고, 그 적정선을 보장해주는 초판 부수가 줄어들 만큼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최소한 6, 7개월 정도까지는 초판이 소진되고 재쇄 찍어 1년 이내 3천 부 정도는 팔려야 겨우 손익분기점이다.

 

그런데 1년 이내 2쇄 찍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렇다고 제조업 사업자가 별 수 있나. 모든 건 사장 능력 탓이요, 책임인 걸. 줄일 거 줄이고 자를 거 잘라야지. 제작과 소모용품 비용 줄이니 신간 출시 텀이 길어지고, 그럴수록 자금 회전은 느려지는 악순환이 심화된다. 그래도 그런 것들은 산 목숨들이 아니니 사장한테 개기지는 않는다.

 

문제는 산 목숨들. 책 안 팔리고 매출 뚝뚝 떨어지고 신간 출간 텀 길어지는 게 산 목숨들 눈에도 훤히 보인다. 그리 되면 예전에야 더 나은 조건의 출판사로 눈치껏 이력서 보내면 어렵지 않게 이직이 됐다. 직원이 알아서 “저 좀 쉬면서 여행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하면, 사장은 “왜 무슨 일 있나? 지금 그만두면 어떡하나? 재고하면 안 되겠나?”라고 말은 하면서도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무겁게 내려앉은 사무실 공기에 짓눌린 채 사장은 ‘저 놈 좀 알아서 안 나가나? 실직 보증 정도야 얼마든지…쯥!’ 하고, 직원은 직원대로 ‘이 동지섣달 긴긴 밤을 한뎃잠을 잘 수야 없죠. 아님, 퇴직금이라도 두둑이 주시든가. 존~버 가즈아!’ 하고 있다.

 

“문재인 씨, 걍 국가에서 근로자들 봉급을 일괄 다 지불해 주는 건 어떨갑쇼? 아, 그 왜 ‘기본소득’이란 것, 그냥 다 털어서 주고 맙시다. 그래 봐야 쪽박밖에 더 차겠소? 연방제를 하더라도 남북이 어느 정도는 수준이 맞아야 할 테니까 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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