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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23 15: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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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이 정시보다 계층불평등 재생산 효과 높다는 실증적 데이터는 하나도 없고 모두 ‘인식’ 조사

-학종이 계층불평등과 사교육 극복 효과가 있다고 해도, 문제는 좋은 교사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

-결국 학교 선택과 교사 선택의 자유가 해결책이지만 이런 주장에는 “몹쓸 시장지상주의자” 몰매

무너진 정시의 공정성과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관련된 잘못된 진영논리를 밝힌 적이 있는데, 납득이 안 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 다르니까. 특히 학종의 (계층 불평등) 재생산 효과에 대해서는 종종 학종 홍보를 위한 통계 조작이라는 말까지 보인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런 인식은 ‘현 정권의 지지율이 높은 것은 조작의 결과’라는 수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기대를 투영한 것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학종과 정시의 재생산 효과나 사교육 효과에 관련되어 언론에 발표된 연구 보고서 5년 치를 전부 살펴봤다. 취재 차원에서. 결과는 뭘까. 학종이 정시보다 재생산 효과가 높다는 실증적 데이터를 가진 연구는 단 하나도 없다. 모두 ‘인식’ 조사다. 반면 정시가 학종보다 재생산 효과나 사교육 효과가 높다는 연구 보고는 다수가 입학생 데이터라는 실증적 데이터를 기초로 하고 있다.

 

▲ 논술의 사교육 효과가 낮지만, 그게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다는 말은 아니다.


무슨 얘기냐면 설문으로 장난칠 수 있는 쪽은 오히려 정시 지지 세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검증 등에 대한 통계적인 장난은 후자도 가능하지만, 만의 하나라도 장난으로 바꿀 만한 비슷한 수준이라도 됐다면 정시 지지 쪽에서 그걸 뒤집은 연구를 내놨어야 한다. 그러나 5년 동안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정시는 그 정도 장난이 가능한 데이터도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통계적으로는 학종이 정시보다 재생산이나 사교육 효과가 작다는 것은 ‘조작’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얘기다. 내가 학종 옹호한다고 오해하거나 거짓말하고 있다고 분노하지 마시라. 여기까지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통계’의 얘기다. 문제는 ‘조작’이 아니라 ‘통계의 한계’에 있다. 통계가 본질적으로 가지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통계가 현장의 모든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야 할 학종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하고, 정시가 혹은 현재의 정시가 아니라면 과거의 수능이나 학력고사 모델이 이 사회에서 의미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쉽게 비유를 하나 해 보자. 문재인 정권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서 내년에 아파트 경비원들이 대거 실직할 전망이다. 그걸 보고 “니네들이 한 짓을 봐라. 이제는 문재인 정권이 얼마나 나쁜지 깨닫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다. 왜냐. 내년에 발표될 우리나라 근로 인구 통계에서는 잘린 편의점 알바생과 아파트 경비원만큼 비정규직 비율이 줄어들어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직접 해당 문제를 피부로 못 느끼는 현 정권의 지지기반인 중산층들은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 성공하고 모두가 다 같이 잘 사는 좋은 사회를 만들었다고 환호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진실이냐? 아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통계만 보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동시에 실업률의 증가도 봐야 한다. 실업률조차도 공공근로로 막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좋은 정책이냐? 아니다. 공공근로의 확대는 결국 정부의 비대화요, 비효율의 증가와 세금의 인상으로 이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다. 학종에 관련된 실증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입학생’ 데이터다. 좀 더 느낌이 오게 말하면 어디까지나 ‘성공한 합격자’들에 한정된 데이터라는 것이다. 실패한 수험생들의 데이터는 반영되지 않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전국 학교를 분석하지도 않았다. 학종을 시행하고 있는, 그중에서도 잘 시행하고 있는 학교 열 몇 곳에서 몇십 곳만 대상으로 했다. 물론 학벌이 의미 있는 대학 중 학종을 하는 대학은 죄다 들어갔으니 결론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조작했다고 말하기는 무리다. 앞서 말했듯 정시 지지 세력이 같은 방식으로 반론을 못 냈다는 것도 그 이유고.

 

그러나 조작은 아니라고 해도 결국에는 대다수 수험생과 학부모가 느끼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수험생이 그 대학들만 가는 게 아니니까.

 

 

가장 큰 문제는 위에서 다룬 것들이 아니다. 표본 편향으로 조작하려고 들었으면, 정시도 마찬가지 결과를 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못 냈다는 것은 정시 지지 쪽에는 꽤 아픈 얘기다. 통계의 한계를 생각하더라도 지난 5년의 결과를 돌아보면 정시가 사교육과 재생산 부분 대책으로 학종보다 더 낫다는 주장은 불가능하다. 최대한 양보해도 학종이 낫다는 주장이 특별히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도의 얘기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표본의 한계가 아니라 통계가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실제로 학종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사교육과 재생산 효과가 작다고 치더라도 그것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통계는 어디까지나 표본 혹은 모집단으로 검증했다고 쳐도 집단에 대한 통계이지, 개인의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학종이 실제로 더 좋다고 쳐도, 학종이 효과를 내는 전제는 열의를 가지는 진학지도 교사를 만나는 것이다. 열의를 가진 교사에게 지도받으면 고교 시절에 정시보다는 학종으로 계층과 사교육을 극복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도, 내가 혹은 내 자녀가 그런 교사를 만날 확률이 높을까?

 

내가 아는 학교 현실을 놓고 말하면 그런 교사는 최대로 잡아도 20%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적은데 더 좋다는 통계가 나오냐고? 그럴 수 있다. 그 20%의 교사에게 혜택받은 학생이 낸 긍정적 효과가 크면 전체로도 조금은 더 좋게 나올 수 있다. 실제로도 아주 큰 격차가 아니라 조금 더 좋게 나온 정도고, 그나마도 표본이 대체로 좋은 대학 입학생에 한정돼 있다.

 

공무원 같은 교사, 교사만도 못한 교새 만나서 떨어진 학생, 안 좋은 대학 간 학생은 실종된 통계지만, 그런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효과가 학종이 정시보다 근소하게 재생산이나 사교육 효과가 작다고 쳐도 내 자식과 나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얘기가 될 가능성은 아주 높고, 그래서 학종 좋다는 학부모보다 아니라는 학부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학종 관련 사교육이 성행할수록 그중 사기꾼도 많아지므로 이런 결과는 더 잘 나온다. 사교육 효과가 작다는 게 관련 학부모 사교육 부담이 적다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꾼이 많아지면 위의 연구결과를 낸 대학들은 보통 그 사기꾼들이 컨설팅해준 학생부나 준비해준 면접은 걸러낼 수 있다. 그 정도 능력은 된다.

 

나 같은 조무사도 학원에서 만들어준 논술 답안과 아닌 것을 꽤 높은 확률로 걸러낼 수 있으니 좋은 대학의 사정관들과 입학처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걸러내고 나면 사교육 효과는 별로 없게 마련이다. 이 현상은 관련 사교육이 확대될수록 질 낮은 컨설턴트나 학원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명백해진다.

 

다시 말해 사교육 효과가 낮다는 것은 사교육 유발 효과가 적다는 말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그 반대이기가 쉽다. 사교육 효과가 낮다는 얘기는 사교육 유발은 많이 시키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 또 논의 혹은 사고에 혼란을 일으키는 큰 문제가 있다. 수시와 정시로 대비하는 것이 그것이다. 수시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보통 학종이라고 할 때 지칭하는 것), 특기자 전형, 지역기회균등논술전형 등이 있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합쳐서 학생부전형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생부 전형 중에는 종합전형보다 교과전형 비율이 높다. 수시가 70%라고 해서 종합전형이 70%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중 사교육이나 재생산 효과가 제일 낮은 건 뭘까? 당연히 학생부교과전형이다. 기존의 내신에 근접한 형태니까 계층과 연관된 불리한 지역적 효과를 보정하게 되며, 사교육 효과를 볼 일도 적다. 반면 특기자나 논술 또는 실기가 들어간 시험을 요구하는 전형은 사교육 효과가 당연히 수능보다 높다. 지역기회균등 논술을 굳이 언급한 것은 특이한 예로 사교육 효과가 좋은 시험을 포함하면서도 재생산 효과는 역차별할 정도의 제도기 때문이다. 보통 종합전형의 재생산 효과나 사교육 효과는 수능과 교과전형의 사이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판이한 전형들을 수시로 퉁쳐서 정시 대 수시, 혹은 수능 대 학생부로 비교하면 당연히 엉뚱한 얘기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정시는 이래서 공정하지 않고, 학종도 알고 보니 통계만 그럴 뿐 현실이 아니고, 알고 보니 이것도 이래저래 복잡하면 뭘 지지해야 되냐고 결론을 내달라고 하면 처음 했던 얘기를 다시 할 수밖에 없다.

 

입시제도는 교육 정책에서 가장 효과적인 의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가에서는 끊임없이 언급하지만, 사실 교육정책을 모두 다 꿰고 있다고 해도 될 정도가 돼야 명확히 말할 수 있고 나는 그 정도 전문성이 없는 조무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편적으로 잘못된 인식들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고, 결국 판단은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대중을 향한 정책안을 내야 하고, 당의 지향점과 또 의제에 따른 선명성도 있어야 하니 현재 각 당에서 내는 대안이 다 어느 정도 각자의 당에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 이리 말하면 씹선비 스웩이지만 내가 씹선비인 걸 어쩌겠나. 다만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연구해줬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특히 학종 효과 부분과 학종을 준비시켜주는 학교와 교사를 만날 가능성이 낮은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 말이다. 정시를 지지하는 측에서 하기 좋은 연구 아닌가. 그냥 맨날 왜곡된 인식조사만 좀 하지 말고 말이다. 좀 더 다음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의미가 있는 연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학교 선택과 교사 선택으로 조지면 다 해결된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만. 내가 이런 천하에 몹쓸 시장지상주의자가 될 줄 몰랐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轉載] Aze DJ Chung edufacts@naver.com/ 교육 기자·칼럼니스트 공산주의 혁명 꿈나무로 출발해 전체주의 정권 하의 고정간첩으로 자란 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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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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