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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현장중계] 태영호 “북핵 폐기, 보편성 원칙에 근거해야” - 김정은, 명분 세우고 시간 끌면 결국 핵 보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 - 우리식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아니라는 고백
  • 기사등록 2018-11-27 19:50:02
  • 수정 2018-11-28 09: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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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식 사회주의? 마르크스주의·사회주의 아니라는 고백. ‘친북/종북’ 아닌 ‘친김/종김’
-김정은, 명분 세우고 잔머리 굴리면서 시간 끌면 결국 핵 보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
-북·중·러+문 vs 미국=4대1 구도. 북핵 해결, 북한 특수성 원칙이 아닌 보편성 관철해야


▲ 강연하고 있는 태영호 전 공사 [제3의 길]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11월2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김정은의 핵전략과 한반도 통일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중도보수 성향의 청년들의 단체인 ‘미래혁신청년위원회(위원장 정우림)’가 주최하는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함께해 태 전 공사의 강연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는 사전에 주최측의 개인적인 안면으로 연결해 참석자를 모았고, 당일 행사장에도 태영호 전 공사가 강사라는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전혀 없이 ‘북한 전문가 강연회’로만 표시했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김정은의 핵전략을 알리는데, 마치 이렇게 숨어서 지하운동 하듯이 해야 하는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태 전 공사의 발언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편집자>


내가 대한민국에 온 뒤로 태영호 체포조를 만들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위 사람들 가운데는 “그 사람들을 고소하라”고 권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렇게 나를 미워해서 욕하고 체포하려는 사람도 있고, 또 이렇게 옹호해주시는 분들도 있는 대한민국의 이 다양성이 무척 신기하고 소중하다. 그래서 나를 욕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을 고소할 생각은 없다.


실제로 나는 대한민국에 와서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다. 그 사람들도 자신이 친북 종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 그럼 그 분들에게 왜 친북이나 종북 성향을 갖고 그런 활동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사회주의, 마르크스 레닌주의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인간의 평등이다. 인간 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바로 사유재산,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재산의 개인 소유권 특히 상속을 인정하지 않아야 인간의 평등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것이 사회주의 이념의 핵심이다.


스탈린이나 마오쩌뚱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독재자였지만 그들도 자신의 권력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았다. 사회주의 이념의 핵심 전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은 3대에 걸쳐 자식들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이것은 결코 사회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북한은 국제 공산주의 운동권에서 추방된 신세이다. 영국 공산당이나, 이탈리아 공산당 등 서구사회의 유서깊은 공산당들도 북한과 관계를 단절했다. 특히 영국 공산당은 북한에 대한 비판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체제가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밝히고 있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북한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 규약의 10대 원칙을 손봤다. 마르크스의 개념인 공산주의, 레닌이 말한 프롤레타리아 독재 등의 개념을 모두 삭제한 것이다. 김일성 광장 한쪽에 세워져 있던 마르크스와 레닌의 동상도 내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체제를 ‘우리식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결국 마르크스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니라는 고백일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종북/친북이라는 용어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치학자들이 종북/친북 대신 종김/친김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본다.


▲ 연사 이름도 없는 안내 배너 [제3의 길]


[한반도 정세 변화와 우리의 대응]


올해 들어 남북 정상이 5개월 동안 3회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리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미북 정상이 만났고, 북한과 중국도 3회에 걸쳐 정상끼리 만났다. 정의용 실장도 2회에 걸쳐 북한을 찾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무려 4회에 걸쳐 방북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역사상 특정 국무장관이 특정 국가를 4차례나 방문한 사례 자체가 없다. 한마디로 북핵 문제가 한반도 정세에서 얼마나 심각한 이슈인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김정은의 핵 보유 전략은 체제보장을 앞세워 군사위협 제거를 통한 신뢰구축 과정이라는 비핵화 전 단계를 만들면서 장기간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인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국제법으로 핵 보유를 승인받은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국이며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 등이 사실상의 핵 보유를 인정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 벨라루시, 카자흐스탄 등은 미국이 국제기구 가입과 경제원조 등 보상을 내걸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시킨 나라들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소련 해체 이전 ICBM 267개, 핵탄두 1800개를 가진 나라였으나 미국이 60억 달러의 보상을 내걸고 모두 포기시켰다.


이밖에 경제제재 등을 무기로 핵을 포기시킨 나라가 브라질, 한국, 이란, 대만, 리비아 등이다. 한국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것도 독자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핵을 포기시킨 나라들은 시리아와 이라크 등이다. 시리아는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라서 핵을 제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았지만, 이라크는 이스라엘로부터 1천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나라여서 물리적인 타격이 쉽지 않았다.


결국 1981년에 이스라엘 공군이 120미터 저공비행으로 날아가 이라크의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 이것은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다.


이런 미국의 원칙에 균열을 낸 것이 파키스탄이다. 인도가 1974년 핵을 보유하게 되자 파키스탄은 1998년 핵을 보유했고 △적대국가인 인도가 핵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적 균형에 필요하다 △기독교와 유대교 국가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이슬람 국가의 핵 보유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반 이슬람이기 때문 아니냐 등의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핵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인데다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저지할 수 있는 세력균형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취소시키기 위해 첨단기지와 기술 등을 철수하는 등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9.11 테러가 일어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파키스탄의 전략적 위치가 다시 강조됐고 결국 파키스탄은 핵 보유를 인정받게 됐다.


북한은 파키스탄의 이런 사례에서 시사점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명분을 잘 세우고 잔머리를 잘 굴리면 핵 보유가 가능해진다 △시간을 끌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서 핵 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다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등이 그것이다.


즉, 인도와 파키스탄 방식의 공개적 핵 보유에 이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핵 공갈 위협을 병행하는 미친 놈 전략을 구사하되, 2017년 말까지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이후 한국과 미국에 평화 공세를 펼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은 소련이 전세계 공산권 국가에 제공하던 ‘핵 우산’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1962년 쿠바 위기 당시 소련이 미국의 핵 무력 앞에 굴복하는 것을 보고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서게 된다. 1963년 내부적으로 핵과 경제 가운데 택일해야 할 기로에 섰을 때 김일성의 결정으로 북한은 “설혹 경제 개발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핵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있어서 북한은 과거에 써먹었던 카드를 새 카드로 포장하는 방식을 애용한다. 10년째 써먹은 군사위협 제거, 체체보장 카드를 새로운 카드로 포장하여 다시 팔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로 여겨진다는 법칙을 이용하는 것이다. 과거 정동영 장관과 최근 정의용 실장에게 한 얘기가 똑 같지만, 대한민국의 책임자가 바뀌면서 마치 새로운 말처럼 받아들여지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4.27남북정상회담을 앞둔 4월 20일에 김정은은 노동당 전원회의(제7기 제3차)를 개최, 핵-경제 병진노선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리고 ‘선 신뢰환경 및 남북관계 개선→ 후 비핵화’ 도식으로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 정책을 명시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우리 당 병진 로선의 승리가 이룩됨으로써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갖추기 위하여 허리띠를 조이며 간고분투 하여온 우리 인민의 투쟁이 빛나게 결속되였으며 우리의 후손들이 세상에서 가장 존엄 높고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가지게 되었다.”


‘후손들의 행복을 담보해준다’는 표현은 김정은 대에는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김정은과 현재 대한민국 정권은 일단 선 비핵화로 시작하지만 점차 비핵화-제재완화 병행으로 갔다가 결국 선 남북관계 개선으로 가는 구조에 함께하고 있다.


시작 단계에서는 미국과 선 신뢰구축 카드로 비핵화 시간표를 지연시키면서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 임기 기간에 핵 보유를 굳히고(살라미 전술), 이후 점차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쟁취한다는 것이다. 선 비핵화 후 대화와 교류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한국과는 선 남북관계 개선 후 비핵화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핵무기 관련 협상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즉 핵 폐기 협상과, 핵 군축 협상이 그것이다.


핵 폐기는 비핵화 협상으로, 핵 리스트를 사전에 신고하여 농축 우라늄과 광산, 시설 등을 신고하고, 핵무기의 소재와 분량 등을 드러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후 국제 검증팀을 구성하여 전면적인 핵무기 폐기를 진행하게 된다.


반면 핵 군축 협상은 핵무기 가운데 공격능력의 일부를 약화시킨다는 개념이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진행했던 협상이 이런 종류의 것이다. 이것은 핵 폐기와는 거리가 먼 개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유엔총회에서 “김정은이 핵을 폐기하고 싶어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지만 사흘 후 북한 이용호 외무상은 이를 전면적으로 부인했다. 제재 완화 없이는 핵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 북한, 한국 등은 여전히 비핵화냐, 핵 군축이냐의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면적인 핵 폐기가 아니라면 북핵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과거 영변의 290개 관련 시설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가 5개를 시찰 검증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이렇게 점진적인 방식으로 북한 핵을 폐기한다면 우리 살아 생전에는 북핵 폐기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먼저 핵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게 핵 문제 해결의 보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런 보편적인 해결 방식이 아닌, 북한에만 적용되는 특수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관계개선부터 하고 핵 폐기는 나중에 봐가면서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식 자발적, 선택적 핵 폐기 방법으로 미국의 CVID 요구를 덮어 버리는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 군축 협상이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 문제를 둘러싼 구도가 북한-중국-러시아-대한민국 vs 미국이라는, 4대1 구도가 성립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서 국제적으로 확인된 보편성의 원칙을 벗어나게 되면 결국 북한측의 구도에 휘말려들어 북핵 문제 해결은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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