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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칼럼] 경제를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당신께 -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윤 예측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쓰레기 짓 - 정부지출 늘리면 거시경제 안정성 떨어져 - 탄탄한 제조업 기반으로 서비스업 키워나가야 하는데 집권 여당이 막아
  • 기사등록 2018-11-11 13:19:36
  • 수정 2018-12-05 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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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제도 시행. 정부가 보호한다고 중소기업이 성장하지는 않아
-가격은 시장의 무수한 정보를 담은 ‘신호’란다. 신호를 왜곡하면 어떻게 돼? 교통사고가 나지
-고부가가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그걸 늘리려면 투자를 해야지. 그걸 니들이 가로막고 있어


▲ 하이에크는 “가격은 시장의 무수한 정보를 담은 ‘신호`”라고 말했다.[제3의 길]


[참고자료: 문재인 탄핵해야합니다 시리즈를 쓰는 당신들께]


아침에 다른 사람 타임라인에서 너의 글을 봤어. 그럴 듯한 글이지만, 한낱 미사여구만 쏟아내고 어디서 주워들은 단어 몇 개로 경제를 설명하려는 너의 시도가 참으로 가소롭기 그지 없네.


1. 대기업과 중소기업


우리나라에 자영업이 매우 많은 것은 사실이야. 그리고 이건 정권과 상관없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도 맞아. 그러나 거기까지만 진실이야. 우리나라에 자영업이 많은 이유는 중간 수준 정도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전체 기업 대비 비중이 작기 때문이거든. 박근혜나 재벌 대기업의 탓이 아니야.


박근혜가 편의점 출점 규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라고? 그럼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나라는 다 편의점 출점 규제해? 치킨집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이명박 정부가 만든 거 같지? 실은 이미 1980년대부터 2004년까지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제도라는 걸 실시했어. 하지만 중소기업을 보호한다고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았지. 당연한 거야.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성장이란 없거든.


지금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의 중소기업 보증 비율은 OECD 3위야(1위는 그리스야). 상위 0.1%의 법인이 전체 법인세수의 60%를 납부하고 있어. 153개의 중소기업 특례 조항, 공공 조달 시 중소기업 제품 의무 구매… 보호 및 지원 조항은 차고도 넘쳐. 중소기업은행이라는 별도의 국책은행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않아. 원래 모든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태어났을 땐 벤처기업이야. 벤처기업들이 대기업 따라잡으려고 경쟁하는 거잖아. 꼴찌가 1등되려면 1등 공부법을 모방하든, 더 좋은 과외 선생을 붙이든 해야지, 1등 점수 깎아서 꼴찌에게 주면 꼴찌의 학력 수준이 높아져? 공부 잘 할 때까지 시험 유예해주면, 진짜 꼴찌들이 공부할까?


너같은 아이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말로 이 상황을 대기업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 대기업이 너무 많이 가져가서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거지. 그런데 우리나라 30대 그룹 상장사 평균 이익률 6%인 건 알고 있어? 94%는 어디로 갔을까?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20%. 그럼 나머지 80%는?


잘 생각해봐.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중소, 중견은 삼성전자 현대차 하청업체야. 그런데 현대차 어려워지니까 하청업체 줄도산 하는 거 보이지? 그런데 낙수효과가 없다고? 낙수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낙수효과를 낼만한 대기업이 모자란 거야.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는 모두 우리보다 대기업 비중이 높아.


2. 수수료의 문제


너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진 것을 수수료 문제로 돌리고 있어. 그런데 모든 사업에서 가장 부담되는 건 늘 인건비야. 노동집약적인 자영업일수록 더욱 그렇지. 수수료는 계약 시점에 이미 정해져 있어. 이 비용은 미리 염두에 둔 비용이고, 그것보단 매출을 많이 낼 거라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한 거잖아? 그런데 최저임금은? 이건 순전히 정부가 만들어내는 리스크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이윤 예측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는 쓰레기 짓인 거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카드 수수료가 문제라는 얘기를 이명박 정부 때부터 했어. 그래서 실제로 카드사를 압박했지. 그 결과는?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카드 대출을 적극 홍보한 거야. 카드 대출은 이자율이 높으니까 이윤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지. 요새 자꾸 카드 대출 광고 오지? 그거 왜 그럴까? 원래 카드사는 수수료 받는 게 본업이야. 네가 아는 비자카드, 마스터카드… 다 수수료로 돈 벌어.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본업에 손 대니까 다른 데서 터지잖아.


너 같은 애들을 위해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이미 얘기했어. 가격은 시장의 무수한 정보를 담은 ‘신호’라고. 신호를 왜곡하면 어떻게 돼? 교통사고 나지? 그래서 어느 한 쪽 살리겠다고 가격으로 장난치면 필시 다른 데서 문제가 터져. 2003년 ‘카드 대란’ 알아? 카드대란 한 번 더 겪고 싶어? 생각을 좀 하고 말하자.


3. 소비, 투자, 그리고 경제 성장


GDP(Gross Domestic Product)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 GDP는 ‘당기에 영토 내에서 새로 생산된 최종재의 총액’이야. 여기서 우리는 ‘최종재’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중간재는 최종재에 들어갔으니까 빼버리는 거야. 쉽게 생각해서 빵의 가치만 계산하고 밀가루, 포장지, 탈곡기 손상분의 가치는 GDP에서 계산하지 않는 거야. 그런데 최종재라는 건 신규 공장이나 신규 주택 빼면 대부분 소비 계정에 잡히거든. 그래서 GDP 계산에서는 소비 비중이 아주 높게 나와.


그런데 이게 옳을까? 사실 매년 빵 하나를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밀가루 농민, 포장지 제조 기업, 정미소 아저씨의 투자가 필요한 거거든. 그래서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자들은 GO(Gross Output)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지. 이건 GDP와 다르게 각 생산 단계에서의 재화 가치를 모두 더해. 이렇게 하면 투자 비중이 엄청 높게 나와. 소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투자를 누군가가 해야 해.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단다.


지금 우리나라에 공급이 충분하다고? 그런데 묻고 싶어. 너는 팬택 스마트폰이 좋아, 삼성 스마트폰이 좋아? 구형 빌라가 좋아, 신축 아파트가 좋아? 후자가 좋지? 바로 그거야. 우리나라에 저가 가전제품 만들 회사는 많아. 빌라 많아서 주택 보급률도 높아.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공급’이 부족해. 공급은 주관적인 개념이야. 아무거나 공급한다고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면 어떡해? 니 똥도 공급이라고 할래? 삼성 스마트폰과 신축 아파트는 여전히 모자라. 그래서 우리 잠재성장률도 자꾸 떨어지는 거야. 고부가가치의 공급! 이게 문제야.


고부가가치 재화를 많이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투자해야지. 공장 짓고, R&D하고, 아파트 짓고, 좋은 기계도 만들고. 그래서 투자가 중요한 거야. 근데 너처럼 낙수효과 없다고 하는 애들이 자꾸 기업 때리기, 시장 욕하기 하니까 어떻게 되겠어? 투자 안 하겠지. 정부는 돈줄 가지고 흔들어. 세칭 ‘관치금융’이야. 이런 나라에선 공급이 늘 수가 없어. 더 쉽게 얘기해줄까? 쌀에 보조금 주니까 쌀 공급 무지 늘었어. 그런데 그게 농산물의 충분한 공급일까? 사과값은 OECD 2위인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잘 생각해봐. 가격은 ‘신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4. 거시 경제 안정성과 국가 경쟁력


네가 말한 것처럼 거시경제 안정성 높아, 우리나라가. 그런데 거시경제 안정성이라는 건 ‘국가부채’가 중요한 지표거든.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서 나라가 빚을 많이 안 냈어. 그게 거시경제 안정성의 비결이야. 그런데 너같은 애들은 정부지출 늘리자는 거잖아. 그러면 거시경제 안정성 떨어져.


네가 말한 것처럼 2017년부터 국가 경쟁력 순위가 높아졌어. 그리고 평가지표가 정성지표 중심에서 정량지표 중심으로 바뀌었지.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 특허 출원, 광케이블 인터넷 가입자 수 등이 새로운 지표로 포함됐지. 그런데 이 지표들은 원래 우리나라가 상위권이던 지표야. 현재 정부와는 전혀 무관하지. 특히 가장 최근에 우리가 겪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명박 정부 때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덕분이라고 하면 사실 왜곡이 되겠지?


5. 정경유착과 분배


주요 대기업은 다 해외에서 돈 버는 기업들인데, 그러면 유엔이랑 정경유착한 거야? 제조업 중심의 수출 구조는 우리가 영원히 가져가야 할 구조야. 생산가능인구도 적고, 천연자원도 없는 나라가 수출 말고 뭘로 먹고 살 건데? 우리가 잘 만드는 걸 만들어 팔아야 우리가 못 만드는 걸 수입해서 소비할 거 아냐.


너 돼지 못 키우지? 대신 컴퓨터 앞에서 일해서 돼지고기 사먹잖아. 국가 간 관계도 같은 거야. 그리고 수출을 해야 정경유착의 폐해를 국제 경쟁의 압력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거고. 다만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서비스업을 키워나가야 할 과제는 있지. 근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누가 막았더라? 규제프리존특별법은 누가 막았더라? 그거 모두 현재 집권여당이 야당일 때 결사적으로 막은 거는 알고 있나?


분배도 그래. 분배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있어. 너 일하고 돈 벌지? 이게 분배야. 이게 맘에 안 들어서 정부가 나누는 건 재분배지. 그런데 시장 경제에서 부자가 부유해진 건 네 것을 빼앗은 게 아냐. 이재용이 돈 번 대신 넌 스마트폰을 가졌잖아. 화폐만 부가 아니야. 너의 스마트폰도 ‘부’란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이 20%라고 말해줬지? 근데 이거 다 이재용 꺼야? 아니지. 이재용 지분율 1%밖에 안 돼. 나머지는 다 국민연금, 국내 펀드, 외국인 투자자가 가져가. 그러면 삼성전자가 100만 원 벌면 이재용이 가져가는 건 20만 원×0.01=2천 원이야. 근데 이거 다 현금 아니지? 20만 원 중에 대부분은 투자하고 15%만 배당 가져가잖아. 나머지는 공장이라는 형태로 투자한 거고. 이재용이 3천 억 번 거에 집중하지 말고 삼성전자가 240조 원 번 거에 집중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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