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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4 17: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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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사안의 본질은 훨씬 더 심각하다
-정부가 단기간에 성과 노리고 ‘속도전’ 펼치면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키웠다는 지적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 제기한 언론과 정치인에 ‘법적대응’ 경고


▲ 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사립유치원 비리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한 사안이다.[제3의 길]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의 친인척 고용세습을 계기로 터져나온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파문을 던진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하지만, 사안의 본질을 따져보면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사립유치원의 비리에 비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정부가 단기간에 성과를 노리고 ‘속도전’을 펼치면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단계 기관인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 853곳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8만504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전체 계획인원 17만4935명 중 48.6%를 1년여 만에 달성한 것이다.


공공기관별로 보면 한국마사회가 5561명이 전환되며 가장 많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2997명), 한국철도공사(1825명)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런 속도전이 부실 졸속 채용과 거기 수반되는 채용 비리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언론에 보도된 공공기관의 비리만 해도 무척 다양하다. 심지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지휘해온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도 채용 비리에 휘말려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는 노조간부인 아버지의 추천으로 비정규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도 있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2011년 산하에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을 설립해 국가기술자격 검정업무 일부를 맡겼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해당 기관을 폐지하면서 소속 직원들을 재고용하게 됐다. 재고용된 인력 가운데 기술자격검정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에 연루됐다고 의심받은 사람이 38명(56%)이나 됐다.


이들은 채용공고도 없는데 입사하거나 서류심사에서 특혜를 받았다가 고용부 감사에서 적발된 사례이다. 이 중 4명은 산업인력공단 전·현직 간부의 아들이나 조카로 검정원에 입사한 경우이다.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정규직 입사 경쟁률이 200대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직장이다.


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 소속된 보훈병원 5곳에서도 부장급 간부와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정규직 직원의 친·인척 19명이 정규직 공채에 합격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중앙·부산·대전·대구·광주(光州) 보훈병원에서 기존 직원의 친·인척 7명이 정규직 공채로 입사했고 12명이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19명 중 12명이 노조 관계자의 친·인척이라고 한다.


대구보훈병원 노조에서 35년간 활동한 간호사의 자녀는 지난해 2월 비정규직 간호사로 입사해 연말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해당 병원 노조에서 27년 활동한 물리치료사의 자녀는 지난해 3월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연말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구보훈병원 부장급 간부의 자녀는 지난해 3월 고객지원담당 정규직으로 입사했고, 중앙보훈병원의 한 부장의 처조카는 지난해 4월 신검 담당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9월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부산보훈병원 어느 부장의 조카는 비정규직 간호사로 들어와 9월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정규직 전환을 졸속 추진하고 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39곳의 정규직 전환자 3784명 가운데 308명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38명은 근무기간 2개월 미만의 초단기 전환자였다.


한국정책방송원(KTV)의 경우 현정부 출범 이후 입사한 5명 가운데 3명은 4일만 근무한 뒤 정규직 전환했다. 나머지 2명도 입사 24일과 1개월 29일차 초단기 근무자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정규직 전환한 실기조교 52명 중 8명이 임용 2개월만에 초단기 전환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현정부 출범 후 입사자 5명 가운데 근무평가 D(최하위)를 맞은 사람 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도 현정부 출범 후 정규직 전환자 12명 가운데 3명이 2개월 미만의 초단기 전환자였다. 아리랑TV는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아 심사대상 123개 공공기관 중에서 최하위권이었다.


교육부의 경우 지난해 11월 특별점검한 결과 산하 공공기관 20곳과 유관단체 5곳에서 71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서울대병원은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한 전 국립대학 병원장 자녀를 합격시켰으며, 전북대병원은 병원 내 고위직 자녀들을 상위권으로 합격시켰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한 것은 4건에 그쳤다.


지방에서도 공공기관 채용 비리가 드러났다. 경상남도의 경우 산하 12개 공공기관에서 친·인척 채용 비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부적정 채용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40여명에 이른다. 이 중 3건은 경남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다.


경남무역은 2015년 계약직 경리사원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인사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총무팀장의 조카가 응시해 채용됐다. 이 계약직 사원은 이듬해 1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경남로봇랜드재단은 일반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별도 채용기준 없이 2년 이상 재계약한 계약직 6명을 인사위원회 의결만으로 정규직 전환했다.


경남발전연구원은 2016년 12월 31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연구위원이 박사학위가 없어 연구직(정규직)으로 전환이 불가능하자, 임용규칙을 개정해 정규직 전환 대상을 ‘연구직’에서 ‘연구직·투자분석직·연구지원직’으로 변경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듬해 1월 1일자로 정규직인 연구지원직으로 전환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가스공사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 중 재직자 친인척이 41명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비정규직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했으나 이 중 41명이 임직원의 배우자, 처남, 외삼촌 등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비정규 직원 32명 중 4명이 재직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가스기술공사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58명 중 1명이, 전환 대상자 438명 중 30명이 재직 중인 임직원의 친인척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도 파견·비정규직 근로자 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여기에 재직자 친인척이 7명 포함됐다고 밝혔다. 역시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도 올해 정규직 전환자 240명 중에 4.6%인 11명이 재직자의 자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업체 6곳에서 총 14건의 친·인척 채용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협력 보안업체의 공항 업무 담당자가 작년 8월에만 조카 4명을 업체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들 신규 채용자 중 일부는 향후 인천공항의 자회사가 될 인천공항운영관리(주)의 정규직원으로 전환됐고, 현재 협력업체에 남은 비정규직도 공사와 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공사 측은 현재 2940명의 보안·소방·야생동물퇴치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공사 소속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비정규직 7000여 명은 2~3개의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 이뤄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민노총간의 양자 합의 내용 중 직고용 대상 선정도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직고용 우선전환 대상으로 제시한 국민의 생명, 안전 밀접도 등을 검토하기 위해 인천공항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실시했으나,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2주 전에 인천공항사장과 민노총 간에 보안검색 등 4개 분야에 걸쳐 2940명을 직고용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직원들의 ‘고용 세습’ 의혹이 불거진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조합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7급보(비정규직)에서 7급 정규직으로 편입되는 시험 합격률이 99%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공채 500여 명 모집에 3만여 명이 응시한 것과 비교하면 이게 공정한 시험이냐”고 묻기도 했다.


국립생태원은 7월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횡령하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역회사 파견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을 감사한 결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불공정 혐의 등을 적발해 DGIST 이사회에 손상혁 총장의 징계를 요구했다.


한편, 서울시는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정치인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하고 나선 상태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에 대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지면과 인터넷판 각 4건에 대해 오늘 언론중재위에 정정 및 반론보도 그리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밝힌 것이다.


윤 부시장은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고소 등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허위사실의 발표나 보도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바대로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다”고 덧붙였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와 관련해 조만간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부 차원에서 다음달쯤 국민권익위원회 중심으로 지적받은 문제를 개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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