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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26 10: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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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가 미국의 가치를 해친다는 생각이 미국 사회 주류의 인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유명인들조차 사라져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인민공화국’에 최대 재벌도 재산 뺏기는 중국
-미국은 자유·개인의 존엄·자치·법치 등에 기반한 가치동맹 추진. 우리나라도 선택의 기로에



▲ 트럼프는 사회주의 성향의 글로벌리즘에 반대하며, 이는 정확하게 중국과의 대립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이 트럼프를 조롱하는 내용의 카툰.[제3의 길]

[United냐 Nations냐]


몇 주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향후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념비적 연설을 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귀만 막으면 된다는 국내 어용 언론들은 트럼프가 연설 도입부에서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다가 여러 회원국 정상들의 비웃음을 사게 된 부분만 집중 보도하여, 국내에는 그 연설의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여러 정상들에게 무책임한 ‘글로벌리즘’(globalism)이라는 도그마를 거부하라고 권고하였다. 각 국가는 스스로 자기 국민들의 권리와 번영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는 베네주엘라처럼 무책임한 사회주의 정권을 예로 들면서, 글로벌리즘 대신 최소한 자기 나라는 스스로 책임지는 애국주의(patriotism)를 권고하였다.


“미국의 원칙 있는 현실주의 정책은, 오래 전에 또 여러 차례 잘못된 것으로 입증된 자칭 전문가들이나, 낡은 도그마나 신뢰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의 포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America’s policy of principled realism means we will not be held hostage to old dogmas, discredited ideologies, and so-called experts who have been proven wrong over the years, time and time again.)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사회주의와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선출되지 않고 무책임한 국제 관료들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며, 애국주의적 가치에 동의하는 나라들끼리 협력하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처음에 낄낄거렸던 여러 나라 정상들은 트럼프의 연설이 끝날 때쯤에는 모두 심각해졌다.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국제질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세계 질서가 바뀌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자신들의 집권 전략, 권력운용 전략을 모두 바꿔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에 쥐가 났을 것이다.


주사파적 정서에서 못 벗어난, 구상유치한 국내 어용 언론들이야 머릿속이 깡통이니까 계속 트럼프를 비웃었겠지만…


미국의 친 민주당 성향의 언론기관인 CNN은 이 연설이 있은 바로 다음 주에 ‘새로운 냉전'(new cold war) 시대라는 주제로 토론을 열었고, 친 공화당 성향의 언론기관인 FoxNews 에서는 “United냐 Nations냐”(UN은 United Nations의 줄임 말이다) 라는 주제로 기획기사를 내 보냈다. 뭐라 부르든 앞으로 UN의 운영원리가 바뀔 것이고, 새로운 가치동맹의 질서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고편을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은 21세기에 주장해야 할 가치관 재정립 운동이 한창이었다. 우파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이룩한 정치경제적 성취를 누리던 미국과 서유럽 등 발전된 나라의 일부 좌파 지식인들이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딛고 있는 체제를 부정하고, 실패한 사회주의적 가치를 지지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사이비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고상한 인격의 세계주의자라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고상한 인격을 인정해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인격은 위선적이다. 이민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이민자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막상 자신의 이웃이나 생활영역에서 이민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처럼 사이비지식인들의 지적 사치가 갖는 위선에 대한 비판이 지금 미국 내에서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가치의 재정립 이후에는 새로운 국제 질서의 재정립 요구가 뒤따를 것이다. 이번 트럼프의 유엔 연설은 앞으로 전개될 국제질서 재편 방향의 일단을 보여준 것이다.


대한민국 현 정권의 고위직 중에서는 이런 세계질서 변화의 일부라도 눈치 챈 사람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유일한 듯하다. 그는 얼마 전 언론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갈등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적어도 20년은 간다”고 하면서 이에 맞춘 우리나라의 대비책을 주문한 발언을 하였다.


김현종은 지금의 국제질서 재조정 사태를 미중 무역갈등의 문제라는 좁은 시각으로 봤지만, 지금 미국에서는 중국의 정치경제 체제가 시장경제 체제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널리 퍼지고 있는 중이고, 그에 따라 국제 정치경제 질서를 다시 짜야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관련기사: [돋보기] 펜스 미 부통령, "중국 강력 비난, '미국제일주의' 독트린 선언"]


[수정주의(revisionism), 즉 ‘수정 사회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한민국 국회 연설에서, 자유주의(내지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성공을 추켜세우면서, 이런 성공과 대비하여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실패 사례를 자세히 언급하였다. 그 연설문을 트럼프가 직접 썼겠는가? 공무원이 ‘대통령의 종복’이 아니라, ‘국민의 공복’(public servant)으로 역할에 충실한 미국 공무원들의 실력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연설문이었다. 우리나라의 얼빠진 자칭 인텔리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어떤 형태의 사회주의였던, 트럼프는 사회주의를 무책임한 특정 정치집단의 권력추구를 위한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다. 사회주의가 미국의 가치를 해친다는 이런 주장은 미국 사회의 주류적 인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시장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실상 변형된 사회주의 국가로서 ‘수정주의’ 국가라는 것이 미국 주류의 인식이다. 특히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으로 성장한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 체제가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를 방해하는, 일종의 변형된 사회주의 체제라는 데 대한 배신감이 널리 퍼지고 있다.


미국의 가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 맥마스터는 다음 세 가지를 꼽았다. 중국과 러시아 같은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s), 이란과 북한 같은 불량정권(rogue regime), 이슬람 지하드 세력과 같은 극단주의자(extremist)가 그것이다


[관련자료: 맥마스터 H. R. McMaster의 ‘레이건국가안보포럼’ 연설, 2017.12.02. Remarks by LTG H.R. McMaster at the Reagan National Defense Forum: Reclaiming America’s Strategic Confidence]


거기에 최근 트럼프가 유엔 연설 등에서 밝힌 베네주엘라 등과 같은 사회주의(socialism) 폭정 세력을 추가하여 총 네 가지가 안보 위협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종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disappeared)]


중국 출신 인터폴 총재가 귀국 후 사라졌지만 중국 정권은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뭉개고 있다. 최근 그의 부인은 “그가 아마도 죽임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명인의 경우는 그나마 언론에라도 알려지지만, 일반 시민들 중 공산당 노선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은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인터넷에서 공산당이나 그 지도부를 비판한 사람들은 수시로 사라진다.


그래서 <실종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 of disappeared)>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이다.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인들 100만 명을 수용소에서 가두고 ‘노동교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 체제는 가장 기초적인 자유권인 사람의 인신(person)에 대한 자유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체제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제일의 재벌 마윈(馬雲, Jack Ma)은 언론에 나와 자신은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 교육사업에 매진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 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해온 알리바바의 가변이익실체(VIE, Variable Interest Entities)의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VIE는 해당 기업과 지분 관계는 없지만, 계약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법인이다. 중국 기업들은 1990년대 말부터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VIE를 활용해왔다(조선일보, 2018.10.2.). 마윈이 VIE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신의 재산을 모두 포기한다는 의미이다. 한 마디로 중국 제일의 재벌이 재산을 강탈당했는데, 가증스럽게도 피해자가 스스로 재산을 포기했다는 언론발표를 하도록 만들어내는 나라가 중국이다.


영화배우 판빙빙은 세금 1400억 원을 추징당하였고, 이 세금을 내기 위해 아파트 40채를 팔았다고 알려졌다. 이 여배우도 상당 기간 사라졌다가 느닷없이 언론에 나와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역시 강탈의 징후가 보인다. 이런 사례를 살펴볼 때 중국 체제는 여전히 자유권의 일종인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체제이다.


중국의 각종 기업 자산이 과연 시장경제 체제의 사유재산인지 의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급팽창한 중국 기업의 자산은 세계 투자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인데, 과연 순수한 사유재산을 모은 투자 단위인 자본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번에 마윈의 사례를 볼 때, 중국의 자본은 결국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집산주의적 자산일 뿐 시장경제의 주체로서 자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형된 사회주의 즉 ‘수정주의’라는 평가가 미국에서 널리 퍼지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경제발전을 하면 자연스레 시장경제 체제에 걸맞는 가치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의 전략은 실패하였음이 확연해졌다. 이에 따라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가 미국 내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개념화한 것이 ‘수정주의’인데, 트럼프는 이번 유엔 연설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질서를 밝히고, 그에 따라 동맹을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가치 동맹]


트럼프는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유엔 연설에서 다시 한 번 밝혔다. 미국은 자유의 위대함과 개인의 존엄성을 믿고, 자치와 법의 지배를 믿으며, 그리고 자유를 지켜낸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에 맞추어, 미국은 자유시장경제와 사적 부문의 성장을 증진시키고, 정치적 안정과 평화를 추구하는 그런 성향의 나라를 동맹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다(America will seek partnerships with like-minded states to promote free market economies, private sector growth, political stability, and peace).


트럼프는 유엔 연설에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였다. WTO 개혁에 관하여 말하면서, 일부 국가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산업계획이나 국가소유 기업을 운영하면서 덤핑을 일삼고 강제 기술이전과 지적 재산권 도둑질을 하는 등 (WTO무역) 규칙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 석유부국 베네주엘라의 몰락 사례를 예로 들면서,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는 고통과 부패와 쇠퇴만 가져왔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사회주의의 권력욕은 팽창과 침공과 쇠퇴를 야기했다고 말했다. 모든 나라들은 사회주의를 막아야 하고, 사회주의가 국민들에게 가져올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이번 유엔 연설을 통해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나아가 자기 나라는 자기들이 책임지는 ‘애국주의’, 공화주의를 강조했다. 그런 나라들을 미국의 파트너로 삼겠다고 선언하였다. 베네주엘라에 민주정을 회복시키는 데 여러 나라의 동참을 호소하였다. 피아구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고, 폭정으로 자국민을 난민으로 만드는 정권을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신 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CNN의 분석대로 새로운 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인가?


필자는 FoxNews의 주장대로 새로운 세계 동맹질서는 확실히 형성될 것이지만, 과연 본격적인 신 냉전 시대가 도래 할지는 미지수라고 본다. 설혹 신 냉전 시대가 일시적으로 만들어져도 그 전개 양상은 20세기의 냉전과는 다를 것으로 본다.


새로운 냉전의 전개과정과 그 결과는 어떨까?
구 냉전의 상황과 대비하여 전개과정을 비교해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냉전은 1950년부터 본격 전개되었는데, 기존의 현실 사회주의 정권들은 당시 서구 지식인 사회에 깊이 침투했던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과 호의에 크게 힘입었다. 당시 사회주의 국가들은 이미 관료적 부패구조가 만연하였고, 책임 있는 경제주체가 없어 경제적 비효율성이 커져갔으며, 러시아처럼 엄청난 천연자원이 없었다면 국가를 이끌어가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한편 당시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부족했고, 대공황과 파시즘의 폭정으로 시장경제의 가치가 저평가된 시절이었다. 즉 현실적인 힘의 관계에서는 냉전이 성립하기 어려웠을 것인데, 서구 지식인층에 만연한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과 지적 사치 때문에 냉전구도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에 반해, 21세기 신 냉전의 주인공인 중국과 러시아는 다른 나라 지식인 계층에게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현실 사회주의 정권들의 붕괴로 사회주의 사회의 실상이 드러났고, 사회주의 체제는 관료적 부패와 경제적 비효율성이 만연한 체제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잡았다. 가뜩이나 최근 사회주의 정권을 표방한 중남미 국가들의 폭정과 연쇄부도를 눈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 이념은 독재체제, 폭정체제를 옹호하는 실패한 이데올로기로 인식되고 있다.


사회주의의 현실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시장경제 체제 진영 내 일부 지식인들이 동경하였으나, 지금은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나 도덕적 우위가 없는 시대이다.


구 냉전 시절 러시아가 했던 것처럼, 지금의 중국과 러시아가 신 냉전이 벌어질 때 그 진영에 가담한 나라를 도울 만큼 물질적 여유가 있을 것인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본다.


중국에는 지금 2억 5천만 명의 ‘농민공’이 농촌을 떠나 도시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데,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면 이들의 대규모 실업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럴 경우 중국 내부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이다. 신 냉전 구도가 성립하면 아마 가장 먼저 중국 진영에 가담할 나라가 북한일 것인데, 신 냉전이 본격화되면 중국이 지금처럼 북한 경제를 돌볼 여유가 있을지 회의적이다.


결국 신 냉전이 본격화되면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수정 사회주의 진영은 과거 구 냉전 시절처럼 세력권을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지식 경제 시대이다. 생산력의 기초가 노동자의 기술이나 기능 중심에서 지식체계 자체로 옮아간 시대이다.


세계 과학 지식체계의 80% 이상이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나머지 20% 중 대부분은 독일어, 일본어, 불어로 표기되어 있다. 중국어나 러시아어로 표기된 유용한 지식체계가 얼마나 될까? 게다가 지식체계는, 자유로운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협력 연구나 창업 등을 통한 현장 검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필요하다.


그런 조건을 보장하는 정치경제 체제라야, 피드백을 통해 지식과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전체주의 체제 유산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수정 사회주의 나라들에서는 연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이런 피드백이 어려워 지식체계의 축적이 어렵다. 지식체계 축적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시적인 동맹 편가름에 의한 대립 구도는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나, 구 냉전 대립체계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체제경쟁을 하는 신 냉전 대립체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향후 대한민국과 북한 정권의 대응 방안]


우선 대한민국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가치관에 맞추어 우리의 정치경제 체제, 동맹 정책, 대북 정책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직선제 개헌 이후 기회주의 정치세력들의 교차 집권으로, 우리 국민들은 공동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일부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키우는 데 소홀히 하였다. 그 결과 국민들이 자신의 것만 챙기는 이기적인 삶에 익숙하여, 그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로 한반도 민족사 최대의 번영을 성취한 나라이다.


당연히 국민적, 국가적 가치관은 지금의 번영을 가져온 자유주의(내지 공화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체주의의 일종인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서는 안 되는 실패한 체제의 가치관이다. 이 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굳이 가치관이 맞지 않는 이 나라에서 떠들 게 아니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실현하는 나라에 가서 살면 된다.


미국은 대통령이 누가 되든 건국이념인 공화주의적 전통에 따라 민간과 국가부문이 합심하여 정립한 가치관에 입각한 정책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이다.


앞에서 인용한 맥마스터의 레이건국가안보포럼(Reagan National Defense Forum) 연설은 단순히 안보보좌관 일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여러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정책 연설문이다. 그래서 이 연설의 취지는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연설로 이어져, 미국의 새로운 안보정책의 기본이 된다(국가안보회의에서 행한 트럼프 연설, 2017.12.18. 참조). 그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 연설에서 구체화하여 세계 정상들에게 밝힌 것이다.


국제적 정세가 변하는 시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을 정하기 위해서는 이번 트럼프의 유엔 연설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자칭 북한문제 전문가 M 따위가 말하는 ‘대한민국은 주권국가이므로 대북 지원하는 데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식의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 먼저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따지고, 다음으로 세계질서를 규정할 중요성을 가진 요소를 검토하기 위해서,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친북주의자 M 따위에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와 자식들의 장래를 결정하도록 맡겨둘 수는 없는 것이다.


트럼프 연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중국과 러시아 등 수정주의 국가들에 대한 비판이다. 다음으로, 이들 나라들과 일부 다른 나라들이 WTO 규칙 등 세계무역질서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을 비판하였다.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해 WTO의 불완전함과 무역질서 재편 방향에 대한 언급이 잇따랐다. 그리고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의 무책임성과 폭정에 대한 비판과, 동맹 재편에 대한 방향 설정이 주요하게 눈에 띈다.


자유주의적 가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존중은 대한민국의 건국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라, 미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동맹 형성에 호응하는 데 대한민국은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 동맹의 가치와 궤를 같이한다면, 지금 정권이 추진하는 대북지원 구상은 북한의 정치체제 개혁과 시장경제 체제 정착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전면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연설에서 거론한 베네주엘라 정권의 폭정과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보듯, 앞으로 미국은 불량정권과 사회주의, 전체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동맹국에도 같은 수준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 수정주의 국가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명시적 묵시적 제재가 있을 것이다. 명시적으로는 특히 이들 국가가 기업이나 개인들을 앞세워 기술탈취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반할 때 세계시장에 접근을 제한하는 등 제재가 강화될 것이다.


묵시적으로 미국은 중국 유학생이나 기업 관계자들에 대해서 중요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을 만들어낼 만한 지식체계 영역에서 점차 배제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사실상 국가 소유 기업이나 정부 운영 산업체제에 대해서는 시장경제적 지위를 철회하는 등 경계가 강화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파악하여, 중국에 투자할 때 기술이나 지적재산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도 제한할 것이다.


미국 고등훈련기(APT) 조달사업에 한국항공우주(KAI)의 T-50이 탈락한 이유가 단순히 경쟁사가 워낙 원가를 낮게 제시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배경이 되는 미국의 변화에 대해 무지한 것이다. KAI가 탈락한 것은 ‘수정주의’ 국가들에게 미국의 항공기술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미국사회 주류의 우려가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투자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 기업이 이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일본 기업들은 제품 영업은 하되 이들 나라에 투자는 하지 않는다. 수정주의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의 기업들과의 투자나 교역에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전체주의란, 마윈의 사례에서 보듯, 개인이나 민간이 가진 지식이나 재산도 당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체제를 말한다.


북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트럼프는 유엔 연설에서 북한과 관계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에는 제재를 풀지 않겠다고 확실히 하였다(The sanctions will stay in place until denuclearization occurs).


지금처럼 미·북 간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 북한 지도부가 결단하여야 한다. 안 그러면 미국 입장에선 북한 문제는 제재만 남고 잊혀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즉 시간이 지나면 미국은 대북 제재는 유지, 강화하면서 북한 핵문제의 해결 자체는 뒤로 미뤄버릴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가 결단하려면 빨리 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렇다고 북한이 지금처럼 중국의 도움으로 정권을 연명한다는 구상도 쉽지 않다. 미국이 ‘수정주의’ 중국 자체를 제재할 가능성이 많아, 중국 정권이 북한 제재에 발을 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권이 일방적으로 도울 처지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이번에 ‘남쪽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서 보인 외교적 망신에 대해, ‘미국을 도와주기 위해 대북제재 해제를 당부하고 다녔다’라고 변명한 것은 정말 정신 나간 변명이다. 김일성이 6.25때 박헌영과 100만 남로당원 믿었다가 낭패당한 것처럼, 이런 정신 나간 ‘남쪽 지지자’들 믿고 있다가는, 북한 정권은 자칫 핵을 품고 고사할 수도 있다.


현 정권이 미국과의 가치동맹 대열에 서기보다는 북한 정권의 편에 서려하면, 국민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즉각 현 정권을 배척해야 할 것이다.


자유는 그 자유를 지켜낼 책임을 지는 사람이나 국가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책임지지 않는 태도로 공화정이 보장하는 자유를 누릴 수 없고, 자유주의를 전제로 한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의 경제적 성취를 누릴 수도 없다.



[덧붙이는 글]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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