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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17 20: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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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부럼없어라`라고 적힌 국산 과자세트. 2012년 김정일 생일에 아이들에게 배부된 것이다. 맛이 없다고 불평하고 시장에 파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아시아프레스]


[사라진 '위대한 지도자로부터 국민으로의 선물']


73회 조선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월 10일, 매년 주어지던 '특별배급(공급)'이 전혀 실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날 뿐 아니라 건국 70주년 기념일과 추석의 특별배급도 실시되지 않았다고 북한 각지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고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전했다.


북한의 명절로 말하자면,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과 김정일의 생일(2월 16일)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설날과 추석, 건국기념일(9월 9일), 노동당 창건기념일로 이어진다.


명절에는 '위대한 지도자'가 국민에게 선물을 하사하는 '명절 특별배급'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쌀과 술, 식용유, 학용품, 과자세트 등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인덕 정치와 위대성 선전이 목적이었다. 기본적으로 지방 정부에 해당하는 인민위원회가 관내에서 자금과 물품을 조달해 주민에게 배급한다.


[경제난으로 순식간에 진부해진 선물]


하지만 경제난에 의해 1980년대부터 그 질과 양이 저하되어 왔다. 최근 몇 년은 조악한 국산품 양치 세트, 식용유 한 병, 학생들에게 과자 봉지 하나, 지하족 한 켤레 정도다. 그조차도 나오거나 나오지 않거나 했다. 질이 좋은 중국제품을 시장에서 사서 쓰는 것에 익숙한 주민들은 고마움은 커녕 기대조차도 하지 않게 되었다.


진부해지고 유명무실화 되었어도 김정은 정권이 명절의 '특별배급'을 계속해온 것은 '위대한 지도자의 국민에 대한 배려'가 없어지면 권위에 상처를 입을까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 김정일 생일에 빈약한 '선물'이 있던 것을 마지막으로 '특별배급'은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프레스의 조사로는 적어도 양강도, 평안북도, 함경북도의 몇 군데 도시에서는 전혀 실시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취재협력자는 "일반 주민들에게 '명절 배급'은 아무것도 없다. 축제 분위기도 매년 희박해지고 있다. 자기 부담으로 배급을 준비해야 하는 공장과 기업에서도, 아무것도 주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보안서(경찰)과 보위국(비밀경찰)에서는 자금을 자체 조달해서 식용유와 설탕이 조금 나왔다."고 전했다.


▲ 국영상점 앞에서 명절 특별배급 줄을 선 사람들. 2008년 9월 황해북도에서 심의천 촬영 [아시아프레스]


[인민이 외면할 정도로 빈약해도 이어져 왔지만]


한편으로 당과 군 산하의 무역회사 가운데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는 자체 부담으로 사치스러운 '명절 배급'을 실시했다고 한다. 조사한 취재협력자는 “ '은파산' 회사라는 무역회사에서는 종업원에게 돼지고기 1킬로그램, 화학조미료 1킬로그램, 설탕 2킬로그램, 식용유 4.8킬로그램, 중국산 집오리 한 마리를 내놓았다. 이런 대우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가가 챙겨왔던 '명절 공급'이 없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국제사회의 엄격한 제재가 계속되어 경제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것만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부터 '공짜는 없다' 정책을 점진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방도시에서는 공영 버스와 철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실시했다. 사회주의 간판 아래에서 적자를 방치해오던 공공부문에서 요금 징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민들 사이에서는 '이게 무슨 사회주의냐'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지만 경제 합리성에 부합하는 시책인 것은 틀림 없다.


인민이 외면해 온 한심한 '명절 공급'이라고 해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 중앙의 명령을 받은 지방 인민위원회의 자금부담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민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듣는 것도 아니다. 

비용 대 효과를 보고 '명절 특별배급'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아시아프레스는 중국의 휴대전화를 북한 국내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소식을 취재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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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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