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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0-17 1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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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 고소(御所)에는 9개의 문이 있는데 위 사진은 정문이며, 미카도(御門)라고 할 때는 바로 이 정문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명희]


 미카도(御門, 帝). 한자로는 御門(어문)이라고 쓴다.

御門은 일본어로 ‘미카도’라고 읽는데, 御(존경의 의미를 갖는 접두사)+門(출입하는 곳)」의 합성어로서 출입문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고’ 혹은 ‘미’로 발음하는 한자의 ‘御’는 일본에서는 상대방을 존중할 때 상대방의 생각이나 물건 등에도 붙여 사용하지만 천황과 관련한 말에는 거의 붙여 사용하는 것이 상례이다.


따라서 御門이라고 할 때는 “천황께서 사용하시는 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것이 대유법에 의해 천황 혹은 천황의 자리(位)에 대한 존칭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한자로는 帝(제)라고 쓰고 ‘미카도’라고 읽기도 하였다. 요컨대 전근대 혹은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은 ‘천황’이라는 말을 직접 입에 담는 것에 부담을 느껴 ‘미카도’라고 불렀다고 생각된다. 


일본의 소학관(小学館) 출판사의 <디지털 대사전>에는 ‘미카도’에 대해 다음의 5가지 뜻풀이를 하고 있다. 


  1) 천자・천황의 자리. 또는 천황의 존칭.
  2) 문, 특히 황거(皇居)의 문.
  3) 어전. 특히 황거.
  4) 천자가 정치를 하는 곳. 조정
  5) 천자・천황이 다스리는 국토・국가.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을 직접 보좌하는 청와대의 비서관들이나 정부의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이라는 말을 직접 입에 담는 것을 피하여 ‘BH’(Blue House) 혹은 VIP(Very Important Person)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 과거 일본인들이 천황을 직접 입에 담지 않고 천황이 살고 있는 곳의 한 부분으로 대유한 것과 유사한 사고방식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천황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는 대신 ‘미카도’라는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 천황에 대한 일본인들의 독특한 숭배의식을 가리켜 ‘미카도이즘’이라고 지칭하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주1).


서양에서는 이미 19세기 초부터 ‘천황을 신으로서 숭배하는 일본인들의 독특한 의식’를 가리켜 미카도이즘(Mikadoism)이라고 불렀다. 옥스퍼드 대사전(Oxford living dictionary)에도 미카도이즘을 “The cult of Mikado”라고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교토 교소(御所)의 9개 문 중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담겨져 있고, 또 우리나라와 연관되어 있는 문도 있어 소개한다.


아래 사진의 하마구리 고몬(御門)이 그것이다. 蛤(대합조개 합) 자는 일본어로는 ‘하마구리’라고 읽는데, 대합처럼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이라는 의미에서 담고 있다.



▲ 교토 교소(御所)의 9문 중 하나인 蛤御門(하마구리 고몬) [이명희]


  그런데 1708년의 교토 대화재 때 교토주민을 피난시키기 위해 이 문을 연적이 있어, 불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문을 여는 대합과 같다는 의미에서 속칭 ‘蛤御門’이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문이 본 명칭이 ‘신재가어문(新在家御門)’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그것은 문의 양식이 일본의 일반적인 대문 양식과는 달리 고려문형(高麗門型)의 근철문(筋鐵門)이기 때문이다.


고려문은 일본에 있어서 문의 한 형식인데 주로 임진왜란 시기인 1592년부터 1598년 사이에 조성되기 시작한 일본의 성문에 많이 나타난다.


특징은 鏡柱(주기둥)과 控柱(보조기둥)이 힘을 합쳐 하나의 큰 지붕을 지탱하는 방식과 함께 지붕을 비교적 작게하여 수비측의 사각(死角)을 줄이는 양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 양식은 에도시대에 들어오면서 성곽에 한정되지 않고 신사와 불각(佛閣) 그리고 고을의 출입구를 가름하는 기도몬(木戶門)(주2)으로서 많이 축조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하마구리 고몬 이외의 대표적인 고려문의 실례로는 도쿄 에도성의 사쿠라다몬과 교토 콘카이코묘지(金戒光明寺)의 코라이몬을 들 수 있다.


주1) 고영자 지음 <일본의 미카도이즘 대두와 일제강점기: 무단통치기> (탱자출판사, 2008.04.29.) 등에 ‘미카도이즘’이라는 말이 서명으로서도 등장한다.


주2) 기도몬(木戶門)은 두 개의 기둥 위에 관목(冠木)을 연결하여 지붕을 올리고 대문을 단 문으로서, 우리나라 절의 출입구에 많이 세워져 있는 일주문(一柱門)이 일본화 한 것이라고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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