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희토류 수출 위협, “실질적 영향은 미미할 것”]
미중무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물밑에서는 엄청난 사건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이번 파동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바로 시진핑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실제로 희토류 무기화를 단행해도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오히려 중국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의 강공에 분노한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시진핑 세력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하고 나서 그 후유증도 우려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위협에 대응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00% 관세 부과를 천명하면서 지난 10일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매도가 발생했으나 13일 들어 시장은 진정되었다”면서 “중국의 입장은 ‘무역전쟁이 두렵지 않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등 크게 변한 게 없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진핑 주석이 실수한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을 도우려는 것’이라는 발언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미국의 주식 시장이 안정되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위협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며 “레이먼드 제임스의 에드 밀스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조치가 단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 평가했는데 이러한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FT는 “중국의 이번 조치는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수개월간의 미중 무역 협상 끝에 이 정상회담에서 만날 예정인데, 중국의 이전 희토류 제한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과 AMD의 MI308 칩에 대한 제한 조치를 철회하게 된 주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위험은 확대될 수 있지만, 이번 소식은 첨단 기술 규제 완화를 향한 기존 모멘텀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UBS의 울라이크 호프만-버챠디(Ulrike Hoffmann-Burchardi)는 “트럼프-시진핑 협상의 역사를 살펴보면 긴장이 격화된 후에는 종종 전술적 휴전이 이어지고, 희토류 광물 대 운송료 문제가 결국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시진핑의 희토류 위협은 한마디로 최종 합의를 향한 한 걸음일뿐 진짜로 희토류를 가지고 세상을 흔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의미다.
사실 중국이 가장 바라는 것은 AI칩과 반도체 장비 등의 수출 통제를 해제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이미 AI칩이 자립화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이는 블러핑일뿐 실제로는 미국으로부터 AI칩을 제대로 들여오지 못해 많은 문제들에 부딪쳐 있다. 따라서 이번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내세워 AI칩과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양보를 얻어내려 하는 것이다.
[미중충돌에 대한 중국공산당 원로들의 반발도 거세]
이런 가운데 시진핑의 희토류 무기화 카드가 중국 공산당 내부의 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의 이러한 조치는 시진핑 세력내에서도 분열을 불러왔다. 사실 이번 희토류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는 왕원타오 상무부장이다. 그는 당연히 열렬한 시자쥔(習家軍)의 일원으로 푸장신군(浦江新軍)에 속한다.
그런데 눈여겨볼 점은 왕원타오 상무부장의 이번 희토류 무기화 카드는 ‘미중 부부론’을 유엔에서 주장했던 리창 총리까지도 완전히 배제시킨 결과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동시에 ‘미중부부론’의 원작자인 왕양마저도 의도적으로 무시한 시진핑의 도발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왕양은 ‘포스트 시진핑’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고, 특히 중국 공산당 원로그룹과 공청단파들이 지원하고 있는 차기 중국 지도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왜 희토류 무기화 카드로 미중간 화해 무드를 완전히 뒤집어 엎었는지 이해할만 하다. 이는 시진핑의 근본 목적이 미중간 격렬한 갈등을 조장해 중국 내에 반미 분위기를 조성하고 민족주의의 결집을 유도해 다가오는 4중전회에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자 함일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미국 상무부의 베센트 장관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베센트 장관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발표한 직후 중국측에 대화를 타진했으나 처음에는 거부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데 왕원타오 상무부장의 희토류 전쟁 선전포고가 발표되자 즉각적으로 당 원로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강압적으로 상무부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으며 즉각적인 미중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일부는 기자들에게 이러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당 원로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상무부가 져야 할 것이라는 압박까지 했다고 한다. 이후 상무부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해 미국과 광범위한 대화를 시작했고,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벌어진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코멘트가 나왔다. 그 내용이 바로 “시진핑 주석이 크게 실수했다”며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이다. 걱정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러한 전후 사정을 다 알고 난다면 왜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분위기를 누그려뜨렸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시진핑이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이라며 “모든 문제가 다 잘 풀릴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결국 희토류 전쟁 문제가 처음에는 엄청난 미중충돌로 번질 수도 있을 것으로 봤는데 미국 증시도 즉각 안정된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카드가 결코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컸기 때문이다.
[역풍분 시진핑, 시자쥔 자금줄 체포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과연 희토류 무기화 카드를 최종 승인한 시진핑의 입장이 어떻게 변했을지 살펴보는 일이다. 사실 시진핑은 희토류 카드를 통해 중국내 민족주의 세력, 곧 시진핑 친위세력 결속을 다지려 했지만,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진화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진핑의 벼랑끝전술이 완전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한 시진핑의 권력도 힘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시진핑의 입지가 지금 어떠한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시진핑 가문의 후원자 역할을 하던 이가 돌연 체포돼 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광둥성 당위원회 기관지인 남방일보(南方日报)는 13일, “한때 중국 2위, 현재 7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万科)그룹의 회장이자 선전 지하철그룹 수장을 맡고 있는 신지에(辛杰) 회장이 약 20일간의 잠적 끝에 지난 12일,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면서 “신지에는 지난 9월 18일 선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조사를 받았다고 전해졌는데, 그는 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도 맡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독립 논평가 차이선쿤은 이 보도가 나오기 전 X 플랫폼에서 “신지에(辛杰)가 지난달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의해 베이징으로 압송되어 구금되었으며, 관련 소식은 유출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선전의 전 부시장 황민도 베이징으로 압송되었는데, 이는 선전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이 문제가 광둥성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러한 사건의 발표 시점이다. 이번 신지에 사건의 본질은 완커의 부동산 문제가 아닌 신지에 본인과 관련된 것이고, 왜 하필 미중충돌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붙은 시점에 돌연 발표가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신지에는 선전 지하철 회사의 회장 겸 당 서기로, 그가 선전 지하철 회사에 재직하는 동안 선전 지하철그룹(深圳地铁集团)과 선전 위안웨이산업(深圳远为实业)은 공동으로 선전 지하철 위안웨이라는 부동산 개발 회사를 설립했다. 선전 메트로 그룹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선전 메트로 그룹의 총자산은 2,411억 위안이다. 지하철 외에도 지하철 상층부 개발이라는 또 다른 핵심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총 1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총 건축 면적은 500만 제곱미터이다.
그런데 선전시 시장감독관리총국의 등록 정보에 따르면, 선전 위안웨이 산업은 1997년 9월 8일에 공식 설립되었다. 법정대표자는 덩가구이(邓家贵)이며, 등록자본금은 3천만 위안이다. 그리고 회사의 주주는 덩가구이와 시진핑 주석의 여동생인 치차오차오(齐桥桥), 두 사람뿐이다. 그리고 현재 회사 이사는 치차오차오의 전처에서 태어난 딸인 장옌난(张燕南)이다.
이에 대해 남방일보는 “덩자구이(鄧家貴)의 위안웨이(元威)실업과 국영 선전지하철그룹(深圳铁路集团)의 협력을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라면서 “양사는 각각 40%와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말은 곧 신지에가 시진핑 가문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핵심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 선전 메트로 위안웨이 부동산 회사는 시진핑 가문의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였고, 신지에가 바로 이 도구를 직접 조종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신지에를 누군가가 체포를 해 조사를 했고, 시진핑이 미중 무역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희토류 카드를 꺼내든 순간 돌연 신지에의 사법처리를 공개하면서 시진핑을 압박한 것이다.
이는 이미 정권을 사실상 장악한 반시진핑파의 시진핑에 대한 협박이라 정리할 수 있다. 어쩌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더 이상 시진핑 혼자 살기 위해 중국이라는 나라를 함부로 흔들지 말라는 경고를 공청단파와 당 원로들이 시진핑에게 협박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진핑에 의한 희토류 반란은 사실상 진압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중국의 체면을 최대한 살리면서 미중간 충돌을 부드럽게 해결하는 일이다. 그것이 트럼프-시진핑간 정상회담에서 나올지, 아니면 원래 11월경에 열릴 예정이었던 미중간 무역협상팀 회담을 최대한 빨리 열어 문제를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보도되는 언론 기사들만 대충 보고 현실을 섣불리 결론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