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 위해 또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 꺼내든 중국]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또다시 미국 압박용 카드로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리자 미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중국산 수입품을 전면 차단할 수도 있다”며 엄포를 놓았고, 깜짝 놀란 중국은 재빨리 그런 의도가 이니라며 꼬리를 내렸다. 한마디로 중국이 외교적으로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중국이 희토류 원소에 대해 또다시 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전례 없는 수준의 수출 통제로,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며, 베이징은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면서 “중국 상무부가 9일 발표한 이 규정은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기 때문에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반도체가 인공지능(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휴대폰, 컴퓨터,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원소의 약 90%를 생산한다.
WSJ은 이어 “새로운 규정에 따라, 중국에서 조달되는 특정 희토류 원자재가 제품 가치의 0.1%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은 베이징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기술 기업들이 자사 칩, 칩 제조에 필요한 장비, 그리고 기타 부품의 함량이 0.1% 미만임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근 백악관 AI 정책 자문위원직을 떠나 싱크탱크인 미국 혁신 재단(Foundation for American Innovation)의 선임 연구원으로 부임한 딘 볼은 “희토류 광물과 이를 정제하는 능력은 현대 문명의 근간”이라면서 “AI 자본 지출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규정이 공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미국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크탱크인 실버라도 정책 엑셀레이터(Silverado Policy Accelerator)의 공동 설립자인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도 “이것은 경제적인 핵전쟁과 같다”면서 “미국 AI 산업을 파괴하려는 의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몇 주 안에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협상을 계속하기 위해 만날 가능성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협박하기 위한 전술”이라면서 “중국이 이 규정을 완전히 이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발끈한 미국, “중국산 수입 전면 중단할 수도...”]
중국의 이러한 희토류 압박 카드에 대해 미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린 내각 회의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중국에서 막대한 양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어쩌면 그런 행위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내보였다.
백악관 관계자도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 발표가) 미국에 사전 통지 없이 발표되었으며, 전 세계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중국은 그동안 희토류를 이용해 연중 무역 협상에서 영향력을 확보해 왔다. 지난 4월에도 희토류 제한 조치를 통해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주었고, 이는 6월에 발표된 무역 휴전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WSJ은 “전직 행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 체계를 강화하고, 중국을 서방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배제하며, 국내 희토류 생산 능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WSJ은 또한 “지난달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국 고위 관리들과의 마지막 협상에서 중국 무역 협상 대표인 허리펑(何立鋒) 부총리는 관세와 수출 통제의 완전한 철폐를 요구했다”면서 “소식통은 이번 희토류 사용 조치가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화들짝 놀란 중국, 서둘러 꼬리내렸다!]
중국산 물품의 수입 전면 차단이라는 말까지 꺼내들면서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취하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에 대해 긴급하게 해명을 하면서 “우리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중국 관영 영자신문인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9일 밤 늦은 11시 18분에 “중국의 희토류 거버넌스 개선으로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확보”라는 제목의 긴급 사설을 올렸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사설에서 “중국 상무부는 8일 특정 희토류 관련 품목 및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강화를 목표로 하는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 새로운 조치는 특정 희토류 관련 품목 및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중국의 규제 프레임워크와 메커니즘을 더욱 정교화하여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이 새로운 규정은 중국이 국가 안보와 이익을 더욱 잘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와 지역 안정을 확고히 수호하고 국제 비확산 노력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이 결정은 결코 즉흥적인 조치가 아니며, 오히려 희토류 산업의 표준화된 관리를 촉진하기 위한 중국의 체계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희토류 산업을 관리하기 위해 법에 따라 취하는 통상적인 조치로, 일부 외신은 정상적인 희토류 무역이 중단되거나 심지어 공급이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또한 “희토류 관련 품목은 민간 및 군사 목적 모두에 이중 용도 속성을 가지며, 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라면서 “희토류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해치는 활동에 사용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모든 국가가 이행해야 하는 비확산 의무”라고도 했다. 다시 말해 지극히 통상적인 조치를 이번에 중국 상무부가 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7%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주요 희토류 공급국으로서 중국은 자원 우위를 패권의 도구로 삼은 적이 없으며, 중국 희토류 규제 조치의 목표는 항상 ‘수출 규제’였지 ‘수출 금지’가 아니었다. 또한, 관련 규제 정책은 개방적이고 비차별적이었으며, 특정 국가에 대한 장벽을 설정하지 않고 규정을 준수하는 무역을 위한 충분한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적극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 시행 이후, 일부 서방 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세계 희토류 산업 사슬은 단절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저가격 기반의 혼란스러운 경쟁에서 고품질 개발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규제는 또한 이미 공공 영역에 진입한 기술과 기초 과학 연구 및 일반 특허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정책적 여지를 특별히 확보한 것으로, 이러한 조치는 시장 주체의 실제 요구를 고려하는 중국 정부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온전히 반영한다”면서 “서방이 중국이 ‘희토류 규제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중국의 희토류 규제가 지닌 오랜 규제 체계와 평화적 성격을 무시하고, 세계 산업 사슬에 대한 중국의 깊은 가치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더불어 “개방적인 세계 경제 구축은 중국이 항상 견지해 온 입장으로,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준수하는 한, 자원 및 기술 수출 통제는 결코 자원 및 기술 봉쇄의 한 형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는 다양한 녹색 채널, 면제 절차, 그리고 ‘사례별 검토 및 사안별 논의’라는 분류된 관리 모델이 있는데, 상무부 대변인이 언급했듯이, 이러한 구체적인 조치는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보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조치를 통해 국제사회는 국가 간 상호의존과 세계 공동의 미래라는 중국의 발전 이념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면서 “중국은 솔직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국제 희토류 무역 질서 구축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략 자원 공급망의 안정과 번영을 수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러한 글로벌타임스의 구구절절한 해명은 중국 상무부의 강경한 수출통제 조치 발표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지난 8일, 6건의 발표를 통해 해외 희토류 품목, 희토류 기술, 희토류 장비 및 원자재, 5종의 중·중희토류, 리튬 배터리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의 화교신문인 연합조보는 “이번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의 범위와 강도가 크게 강화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중국 첨단 기술 억압에 대한 대응책일 뿐만 아니라, 향후 미중 경제 및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협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연합조보는 이어 “새로운 규정은 특히 군사적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으며, 해외 군사 사용자에게 수출 신청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허가가 부여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또한 새로운 규정은 14나노미터 이하 칩과 같은 소재의 연구, 개발 및 생산이 최종 용도인 신청에 대해서는 사례별 승인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연합조보는 “다른 하나는 희토류 채굴, 제련 및 분리, 금속 제련, 자성체 제조, 희토류 2차 자원 재활용을 포함한 희토류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이었는데, 두 발표 중 하나는 즉시 발효되고, 다른 하나는 12월 1일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연합조보는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서는 동시에 4개의 공고를 발표하여 인공 다이아몬드 분말 등 초경재료, 홀뮴 등 중·중희토류 5종, 일부 희토류 장비 및 원자재, 보조재료, 리튬 배터리 및 인공흑연 음극재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는데, 이날 발표된 조치는 공식적으로 11월 8일에 발효되는데, 이는 우연히도 중국-미국 관세 휴전이 끝나기 전날”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난양기술대학 S. 라자라트남 국제관계대학원의 리밍장 준교수는 “중국 당국이 같은 날 여러 건의 수출 통제를 발표한 것은 현재 정책의 허점을 메운 것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범위와 강도가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국의 움직임은 희토류 자원과 희토류 생산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지배적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억압하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대응책으로 삼으려는 것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상하이 국제관계학자 선딩리 역시 한 인터뷰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은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미국이 처음으로 만나는 것을 앞두고 협상에서 더 많은 카드를 얻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고 짚었다.
선딩리는 이어 “중국이 현재 전 세계 희토류 광물 채굴의 70%를 장악하고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브라질, 캐나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희토류 기술은 쉽게 습득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의 수조 달러에 달하는 투자 약속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나라의 희토류 인재를 활용함으로써 희토류 산업을 재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잘못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경한 ‘중국산 수입 전면 중단 조치’라는 강경한 카드를 꺼내들자 서둘러 “우리 뜻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그야말로 외교적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러한 희토류 관련 파동은 시진핑 주석에게 또 한번의 패배를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모든 뒷감당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